[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필수불가결 사업 제외하고는
사업별 예산→직불제 예산으로
기존 인력·업무 전환 불가피
농민 이행 의무 강화도 필요
농장~식탁까지 일괄관리 필수

달걀 노른자는 농산물 생산
흰자는 가공 등 부가가치 창출
공익형직불제는 껍질과 같아

‘가격변동직불제’ 도입해
농산물 가격 안정장치 마련
농업 지속가능성도 확보
벼·콩·고추 등 대상 우선 실시
15개 작물 단계적 확대해야


농업직불제 개편 논의가 국회 공전으로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논의방향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간 논의된 사안은 주로 현행 농업직불제를 공익형직불제로 전환할 경우 제도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와 첫 출발선의 예산을 어느 정도 선으로 정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농정의 중심축에 공익형직불제를 둘 경우 현행 농정체계의 변화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단순히 농업을 영위하는 것만으로 공익직불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일정 수준의 의무가 부과될 것이라는 것인데, 이렇게 될 경우 농업인들도 ‘직불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일정수준의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의 전환도 요구된다.

그간 직불제 개편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해온 GS&J인스티튜트의 이정환 이사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직불제 개편논의의 전개양상과 앞으로의 논의 과제, 그리고 예상되는 변화 등을 짚어봤다. 


-그간의 직불제 개편 논의와 앞으로의 전개양상을 어떻게 보시는지?

“2004년 이전 정부가 가격지지정책을 써 오다가 공공비축제로 양정을 개편하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도입한 것이 직불제였다. 직불제를 도입한 목적은 농가소득을 일정 수준에서 지지한다는 것과 수급을 조절한다는 것이었는데, 재정당국의 입장이 반영되면서 당해연도 생산면적에 대해서만 직불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생산연계방식으로 제도가 확정되면서 출발에서부터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목표가격도 정치적으로 결정되면서 복합적인 요인으로 이후 지속적인 쌀 생산과잉이 이어졌다.

이 같은 방식으로 직불제가 운영되면서 농가의 소득보전이라는 목적은 일부 달성했다고 평가되지만 수급균형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는 이루지 못했고, 추가적으로 시장격리 등에 따른 재정투입이 지속되면서 결국 직불제 개편의 도화선이 됐다고 본다.

현재 논의로 봐서는 새롭게 정해지는 쌀 목표가격은 올해와 내년에만 적용하고 쌀변동직불제를 폐기하는 방향에서 농민단체 등에서 요구하고 있는 일정 수준의 직불제 예산과 함께 쌀값 하락에 대한 안전장치 등의 조치를 정부가 내놓으면서 타협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논의가 외형에만 너무 치중되는 것 아닌가하는 지적이 있는데.

“공익형직불제로 농정의 중심축이 전환되면 다양한 변화 양상들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이후 논의가 심화될수록 치열해 질 것으로 본다. 

우선 농정을 직불제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는 현재 사업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농식품부의 업무를 그대로 두고 추가로 재원을 마련해 직불제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필수불가결 사업을 제외하고는 농식품부의 사업별 예산을 직불제 예산으로 전환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설계주의 농정을 대신해 직불제가 농정의 핵심 축에 들어온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현재 사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농식품부의 업무도 조정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농민들도 공익형직불이 ‘농사를 지으면 당연히 나오는 것’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인식전환도 요구된다. 세금이 투입되는 것이고 이것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정책이 되려면 공익형직불제의 추진에 따른 가시적인 개선효과가 나타나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공익형직불제로의 농정전환 논의가 지속되면 이 같은 사안들에 대한 논의가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당히 큰 변화가 예상된다는 말씀이신 것 같다.

“공익형직불제로의 농정전환에 대한 요구는 현행 설계주의 농정(농식품부가 정책사업을 설계하고 추진하는 방식의 농정)에 대한 문제를 개혁하고, 농정의 중심축에 공익형직불제를 도입하자는 게 골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변화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여기에다 기존 사업중심의 농정사업은 그대로 두고 직불제만 확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우선 이런 식으로는 예산의 지속적인 수반이 어려울 것이고, 예산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지속적으로 일반사회 구성원의 문제제기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속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또 실제 기존 사업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직불제만 확대한다는 것은 ‘공익형직불제가 농정의 중심에 선다’는 의미와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리고 공익형직불제의 도입으로 직불금이 농민들에게 지급되면 이에 따른 사회적 기대도 함께 충족되어야만 지속이 가능할 것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직불금을 늘려 농민들에게 지급을 했는데, 기존과 같은 농업 방식, 이전 그대로의 농촌 환경이라면 사회적 반발을 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익형직불에 대한 의무이행과 이에 대한 점검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농식품부의 인력도 이를 점검하는 것으로 업무가 전환돼야 할 것으로 본다.”


-농식품부의 위상이 쪼그라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공익형직불제에 대해서는 굉장히 많은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 농식품부는 환경이나 생태, 경관보전 등을 관리·감독하면서 필요한 직불제를 개발해 내고, 안전성과 직불제 이행에 대한 관리감독 등으로 업무도 확대해야 한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난각 생산일자 표기’라든지,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 등에 대한 업무도 식약처는 실험을 바탕으로 한 기준만 제시하고 목적 달성을 위한 유통방식이나 영농방법 등은 ‘농장에서 식탁까지’를 일괄 관리하는 방식으로  농식품부가 해야 한다. 환경부분도 마찬가지다.

미국 농무부의 경우 식품과 관련된 공급·안전성 관리 등의 푸드시스템과 직불제에 농업예산의 80%를 쓰고 있으며, 이를 관장하는 농무부 조직이 우리로 치면 시·군 단위까지 조직돼 운영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농식품부 공무원은 사업과 시행지침을 만들고 공고해서 사업자를 선정하고, 사업을 집행한 후 보고서를 만들고, 다시 사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농정의 중심에 공익형직불제가 자리매김한다는 것은 이런 업무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부분도 전반적으로 논의되고 이해되어서 이행이 돼야 한다.”


-현재 진행되는 논의에서는 농산물 생산을 통한 농가 수익의 안전성 확보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가격변동대응직불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더욱 눈길이 가는데?

“농업의 근본은 태양·물·공기로부터 생산된 농산물을 먹거리로 공급하는데 있다. 그리고 이 농업의 근본이 지켜질 때 농업의 다원적 기능도 지속적으로 발휘가 되는 것이다. 저는 이를 계란에 비유하곤 하는데, 노른자는 농산물 생산, 흰자는 생산된 농산물을 가공하거나 6차산업 등을 통해 창출된 부가가치, 그리고 공익형직불제는 이를 더욱 견고하게 둘러싸는 계란의 껍질과 같다고 본다. 공익형직불제만 논의한다는 것은 실제 근본이 되는 내용물이 아닌 껍질만 이야기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또한 공익형직불제만으로 농가의 경영안정과 이를 통한 농업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도 없다. 계속해서 직불금을 올릴 수 없는 일이고, 또 그렇게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비판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속가능 하지도 않다.

따라서 농산물의 생산을 통한 안정적인 소득보장과 이를 통한 농업의 지속가능성은 직불제 개편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논제이다. 그래서 현재의 쌀변동직불제를 폐지할 것이 아니라 품목을 확대해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불제 개편도 힘든 상황인데 가격변동에 대응한 방안까지 마련하는 것이 어렵지 않느냐는 주장도 있다.

“정책의 추진에는 단계라는 것이 있다. 방향성만 정해진다면 이후 단계적인 접근도 가능하다고 본다. 처음에는 벼와 콩, 고추 등의 작물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이어 주요 15개 정도의 작물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특히 가격변동대응직불제가 필요한 이유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늘어나는 수입농산물에 따른, 그리고 단기적으로는 수급불안에 따른 농가소득변동성을 줄임으로써 농업경영이 지속가능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가격변동대응직불제의 전제는 ‘수급에 정부가 관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며, 이에 관여하게 되면 직불제 개편 논의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쌀변동직불제와 같은 전철을 밝게 될 것이라고 본다.”


-산적한 해결과제들이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익형직불제를 중심으로 농정을 개편해야 하는 이유는 뭔가?

“공익형직불제로의 농정 패러다임의 전환은 기본적인 가격안정 장치를 해 놓고 농업은 공익적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그리고 시장에서 평가해주지 못하는 공익적 가치를 정부가 평가해서 지원해주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와 생산자간의 신뢰를 전제로 하는 것이고, 또 공익형직불제로의 농정전환은 이 같은 믿음을 바탕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그간 정부가 농산물 가격 불안에 손 놓고 있을 수가 없으니 시장격리도 하고 수백 가지 투융자사업도 진행했지만 결국 현재의 농업문제를 해결하는데 역부족이라는 분석이고, 세계 농업사적인 측면에서 볼 때도 이런 과정을 거쳐 최종 직불제로를 중심으로 한 농정전환이 이뤄졌다는 점도 이유이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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