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강용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장

10만ha 규모 집약된 콩재배단지 조성
식용수입 GMO 콩 70% 국산 대체 가능
매년 반복 ‘생산과잉-가격폭락’ 해결을


요즘 친환경 농산물 자조금에 대한 홍보와 안착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많은 농업인들을 만나고 있다. 2016년 처음 출범할 때는 홍보와 인식부족으로 자조금의 거출률도 매우 낮았고, 돈을 거출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불신으로 항의와 면박도 당한 적도 있었다. 다행히 지금은 오해나 불신은 거의 사라졌고, 만족할 만큼은 아니지만 기대감과 거출률이 높아졌고, 고생한다며 격려하는 농업인들도 많아졌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나마 친환경농업이 이만큼 유지되고, 새로운 시장을 만든 대표적인 정책 중 하나를 꼽으라면 2004년 전라남도에서부터 처음 시작되어 전국으로 확대된 ‘친환경 농산물 학교급식 차액 지원사업’을 들고 싶다. 79억원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지금은 전남도에서만 약 590억원으로 확대됐고, 전국적으로는 30%가 넘는 친환경 농산물이 학교급식으로 소비되고 있다. 소비 확대는 생산 확대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는 농촌사회를 유지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현재 전국적으로 약 6만여 농가가 친환경농업을 통해 농촌의 일부를 유지하고 있다.

전국을 다니며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애써 농사를 지어도 팔 곳이 없어 힘들다는 얘기다. 10여 년 전에 비해 경지면적은 10%이상 줄었고, 농업인구 역시 그 이상 줄었는데도 이 땅의 농업인들은 여전히, 늘 판로를 걱정해야 한다. 이런 현실이기에 국가는 어떻게든 우리 농업인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건강하게 소비할 곳을 농업인의 눈높이에서 고민하고 책임진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그래야만 힘겹게 이어가는 우리 농촌을 견뎌 낼 수 있어서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최근에 바람직한 움직임이 있다. 3.2조원의 학교급식 시장에 이어 1,2조원 규모의 군대급식 시장 확대를 기대해볼 수 있는 경기도 접경지역 군대에 국내산 식재료(친환경 농산물 10%)의 공급 사업과 일부 지역의 시범 사업에 이어 전남에서의 학교급식 ‘NON-GMO 식품 차액 지원 사업’ 본격화가 그것이다.

비록 간장, 된장, 두부로 한정되어 시작되지만 잘 안착이 되면 국내산 콩 생산면적이 확대되고 농가의 안정적인 생산과 소득을 담보하게 될 것이다. 현재 국내 식품업체들의 국산 원료 사용비율은 약 30% 정도이며, 더 많은 국내산 원료를 필요로 하고는 있지만 가격과 품질의 균질화, 안정적인 공급의 문제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쌀의 생산을 줄이기 위해 논에 타작물 재배를 장려하는 생산조정제를 통해 ‘콩’ 생산량이 늘어날 수도 있지만 현장에서 보는 참여농가들의 호응은 솔직히 썩 긍정적이지 않다. 참여 하더라도 논의 특성상 배수가 잘되지 않고, 파종부터 수확, 선별, 건조, 물류까지 노동력과 비용이 많이 들고, 균일한 수확도 어려우며, 전국에 흩어져 기계화를 하기에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국산원료 시장에 공급돼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고 생산이 확대되기에는 여러 가지로 한계에 직면해 있다.

2016년 개정 발효된 WTO 정부조달 협정에 따라 앞으로 국내산 콩 등의 수요는 더더욱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수입에 비해 원가가 지나치게 높고 연중 안정적인 공급이 어렵다면 수요확대에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벼 생산 면적을 줄이는 정책을 넘어서서 치밀하게 전략 품목으로 육성하는 정책으로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산발적으로 전국에 나누어 재배를 유도하는 것보다는 들녘별공동체 사업처럼 몇 개의 시·군에 합리적 규모로 전체 총 10만ha의 콩 생산에 적합한 단지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벼 재배에 비해 턱없이 뒤떨어진 재배기술을 우리 실정에 적합하게 개발하고, 기계화를 통해 생산 효율을 높이면서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며 또 다른 품목단지를 조성해 나가보자. 이것이 성공한다면 국내산 원료를 사용하고 경쟁력도 갖춘 건강한 상품들이 더 늘어나게 될 것이고, 이는 곧 식품의 소비가 미국과 중국 농촌이 아닌 우리나라 농촌의 발전과 유지에 기여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집약된 콩 10만ha 재배규모는 쌀 생산의10%, 밭작물 2%를 줄여 매년 반복되는 과잉과 가격폭락의 위험을 줄일 수 있으며, 적정한 시장 가격 유지로 직불금과 쌀 보관비용을 절감하고, 연간 식용으로 수입되는 GMO콩 약 23만8000톤의 70%정도를 국내 생산으로 대체하여 농촌의 소득향상과 국민의 건강을 담보해 내는 매우 희망찬 일이 될 것이다.
6차산업까지 아우러지는 드넓은 ‘콩마을’을 지나는 것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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