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나도 이제는 보살핌을 받아야 할 나이인데 농촌에 사람이 없다보니 젊은 층에 속해 어른들 뒷바라지 하고 마을의 여러 일도 도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이대로 흘러간다면 10년 뒤 농촌지역은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 될 겁니다.”

최근 경북 어느 지역에 취재를 갔다가 환갑을 갓 넘긴 어느 여성농업인에게 들은 말이다. 도시에서 일을 하고 생활하는 입장에서 몇 년 전부터 매스컴에서 ‘지방소멸’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지역의 인구 감소로 인한 위기를 보도할 때에는 그저 먼 훗날의 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역에 취재를 다니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직접 본 후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지역에 사람이 없다보니 병원이나 학교 등의 중요 인프라 시설이 부족했다. 인프라 시설 부족은 인구이탈을 가속화시켰다. 이름만 들어도 국민 대부분이 알만한 어느 농촌지역은 물리치료를 할 수 있는 변변찮은 병원이 없어서 허리와 무릎이 좋지 않은 농업인들이 왕복 3시간 거리의 병원에 치료를 하러 다녔다.

게다가 젊은 사람들이 살지 않으니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아이들이 없다보니 산부인과 역시 존재하지 않아 젊은 층이 귀농·귀촌을 꺼려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렇게 농촌지역은 인구 유입 없이 늙어가고 있었다.

실제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내놓은 ‘한국의 지방소멸 2018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88개 시군구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로 소멸할 위험에 처해 있다는 분석 결과다. 읍면동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전국의 3463개 읍면동 중 소멸 위험에 처한 수가 2013년에는 1229개(35.5%)였는데 2018년에는 1503개(43.4%)로 대폭 상승했다.

최근에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일도 발생했다. 경북 상주시의 인구가 10만명선이 무너지자 상주시청 공무원들이 인구감소를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상복차림으로 출근을 했다. 실제 상주시는 주소이전 장려 운동 등을 통해 꾸준히 인구 10만명선을 지켜왔으나 올해 처음으로 10만명이 무너지며 지역사회가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출산율이 감소하고 고령층이 증가하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라지만 적어도 지역 공동체마저 사라지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한다. 물론 정부가 귀농귀촌 정책과 젊은이들을 농촌으로 유입하기 위해 많은 지원 정책을 펴고 있지만, 이것만으론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실제 귀농귀촌을 한 젊은 층이 거주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정부 지원도 받기 어려워 다시 도시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었다. 부디 정부가 지금의 귀농귀촌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보다 더 현실적으로 개편해 지방소멸 속도를 늦춰주고, 근본적인 지방소멸 해결문제 방안 마련에 힘써주길 바란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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