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윤광진 기자]

▲ 이욱용 씨가 야심차게 식재한 녹색과일로 알려진 배 신품종 ‘그린시스’를 살펴보고 있다.

농촌에 박사가 돌아왔다. 잘 나가던 공무원 생활을 관두고 귀농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에서 배 육종은 물론 재배 및 저장 기술을 연구하며 현장시범 시업을 주도했던, 올해 갓 마흔이 된 젊은 농학박사가 지난해 11월 고향에 정착했다.

주인공은 충남 천안시 직산읍 석곡리 ‘이팜스’ 농장의 장남 이욱용 씨. 2014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이하 나주 배연구소)에 입사해 4년 10개월 간 다녔다. 하지만, 이 씨는 자신의 꿈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다.

“일본에 건너가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나주 배연구소에서 연구하며 쌓았던 노하우를 농사현장에 활용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주 배 연구소를 지난해 말 퇴사한 이 씨. 곧장 귀농해 배 신품종 등을 지속 연구 하고 재배키로 다짐하고, 이들 신품종을 주력 품종으로 육성 재배 및 확산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시범포장을 조성했다.

오랫동안 직산 지역에서 배 과원을 일궈오며 확고한 기반을 구축한 부친의 ‘보물창고’에 무임승차할 생각은 아예 없었기에, 장차 자신만의 터전을 일군다는 계획 하에 시작한 작은 출발이었다.

“아버지의 명성에 누가 되면 안 되잖아요. 더욱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요, 중학교 때부터 꿈 꿔왔던 ‘농사짓는 농업 전문가’가 되고자 했던 그 꿈과 젊은 시절 불살랐던 향학열을 후학들에게 전수하면서 이들에게 농업에 대한 도전의 꿈을 꾸게 하고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줄 생각입니다.”

이 씨는 배 농사로 전국적 명성을 확보한 공로로 지난해 정부포장을 받은 바 있는 부친 이희필 씨 밑에서 현장농업의 농법을 배우면서도, 다른 신품종 연구 및 대학 강의 등 21세기 자신만의 삶을 개척하기 위한 중년 인생 이모작에 나섰다.

600여평의 신규 조성한 과원에는 신품종 배나무가 식재돼 있다. 병충해에 강하고 단맛이 강한 녹색과일 ‘그린시스’, 깎지 않고 껍질째 먹는 ‘조이스킨’, 청량감이 있고 맛이 깊은 ‘슈퍼골드’ 등 일반인에게 낯선 배 품종이 이 씨의 미래 도전 과제로 자리 잡은 것이다.

큰 과실의 시대에서 점점 작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을 선호하며, 그 바람이 과일나무에게까지 퍼지고 있는 요즘 딱 어울리는 중소형 과일, 인생 40줄에 접어든 이 씨가 고향에서 재배 확산 시킬 것들이다.

“우선 작게 시작해보고 가능성이 확인되면 본격화 할 것입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가 있고 자신감이 베어 나오는 듯했다. 이는 나주 배연구소 육종연구실과 재배연구실에서 갈고 닦은 실력이 밑바탕이 된 것으로 엿 보인다.

인생 이모작의 다른 한편으로는 인근에 위치한 연암대학교에서 오는 3월부터 후학 양성을 위해 강의를 시작한다.

국내에서도 배 전문가로 잘 알려진 일본 돗토리대학교 타나데켄지 교수로부터 석사 학위를 받고 이어 충남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이 씨는 “학생들은 TV 등의 매체로부터 성공 사례를 보고 들으며 그대로 믿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농업을 너무 쉽게 여기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 농촌이 처해 있는 현실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고, 농업의 다양한 분야 중 자신에게 맞는 것을 신중하게 선택해 투지하고 노력한다면 성공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각인시켜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산모가 긴 진통 속에 아이를 낳는 기쁨을 얻는 이치’를 강조한 것으로 들렸다.

평소 이 씨를 쭉 지켜봐 왔다는 지역 대선배인 장덕용 전 천안배원예농업협동조합 감사는 “이 씨 같은 인재가 있어 우리농촌에는 다시 희망이 살아났고, 우리농업이 젊은이들에게 도전할 만한 충분한 자원임을 확인해 주는 좋은 귀농 본보기”라며 “앞으로 후배들이 신 농업을 개척해 나가는데 전폭 도울 생각”이라고 밝히는 등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욱용 씨는 장 감사의 말에 화답하듯, “젊은 귀농세대들이 부모님 세대와 가치관이 다르고 세대 차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농업을 전공했든 안 했든 상관없이 항상 부모님과 대화를 많이 나누게 되면 그 차이는 크게 줄어들어 농촌정착에 어려움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이 씨의 귀농으로 아버지, 남동생과 함께 ‘삼부자’ 가 배 농사를 짓는 ‘이팜스’ 농장의 명성은 주위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천안=윤광진 기자 yoonk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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