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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2030, 그들이 사는 법] 목포 원도심 이슈를 바라보며이아나 청년농부·전남 구례

[한국농어민신문]

농촌의 오래된 건축물만이 가진 특징과 매력이 잘 드러나는 건물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상황을 목격할 때마다, 나는 발을 동동 굴린다. 허물고 없애버리기 보다 다른 방식으로 그 흔적을 남기며 새로운 공간을 만들 수 없을까 고민이 쌓인다.


주인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셔서 오랫동안 비어 있는 집이었다. 그 집 대문 밑 평상에 웬일로 동네 할머니들이 앉아 계신다. “뭐하고들 계셔요?” “잉~ 요집 뿌숩고 새로 짓는다 혀서 구경허고 있제.” 대문이 높고 깊어서 길가에서는 안채가 보이지 않는다. 주인이 안 계시니 함부로 들어가 보지 못해, 정면에선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할머니들 이야기도 더 듣고 싶고, 못 봤던 집도 보고 싶어져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드디어 안채가 보인다.

공사 전 집안 물건들을 모두 치운 상태라 집이 오롯이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양쪽에 방이 하나씩 있는 일자형 구옥이다. 벽이 지저분하고, 떨어진 문짝도 있지만 뼈대는 단단해 보인다. “아직 탄탄해 보이는데 부수신데요? 아까운데…” 내 말에 할머니들이 맞장구를 치신다. “그릉까, 이 집은 아깝어. 그래도 우째. 아들이 싹 헐고 2층 집을 짓겄다는디.” 삼일 내내 대문 앞을 기웃거렸다. 며칠 후 구옥은 사라졌고, 그 자리에 20cm 두께의 콘크리트 바닥이 깔렸다.

서울에서도 새 건물 보다는 볼품 없어도 긴 시간 자리를 지키며 서 있는 건물에 시선이 갔던 나의 눈은 농촌에서 더 바쁘다. 농촌의 낡은 건물들 중에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죽은 듯 느껴지는 것들도 있다. 이런 폐가는 마을 경관을 해치고 쓰레기가 쌓이는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지자체가 나서서 빈집의 주인을 찾고 폐기물을 처리해야 한다는 합당한 지적도 있다.

하지만 죽은 시체 같은 폐가 수준이 아닌 건물들도 꽤 많다. 낡고 쓰지 않는다고, 부셔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건축물들이다. 농촌의 오래된 건축물만이 가진 특징과 매력이 잘 드러나는 건물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상황을 목격할 때마다, 나는 발을 동동 굴린다. 허물고 없애버리기 보다 다른 방식으로 그 흔적을 남기며 새로운 공간을 만들 수 없을까 고민이 쌓인다.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작업은 비효율적인 경우도 있다. 새로 짓는 것 보다 비용과 노동력이 더 드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옛것을 보존하기 위해 무조건 비효율적인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농촌 건축물만의 특징과 매력이 남아 있는 공간들을 지금보다 소중하게 여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를 들면 이런 상상을 해본다. 지역별로 시기별로 집 짓는 방식이 달랐던 탓에, 구옥들도 다 다르게 생겼다. 어느 마을은 집집마다 높은 벽돌 굴뚝을 올렸고, 옆 마을은 창호문을 달지 않고 담을 올려 창문을 냈다. 그 특징이 잘 담긴 구옥을 마을마다 적어도 한 채씩 남겨 두는 노력을 해 보면 어떨까?

운동장을 정면에 품고 있는 단층의 폐교나 층고가 높고 뼈대가 튼튼한 창고들이 있다. 이런 큰 규모의 건물들은 공동 작업장이나 공동체 공간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방앗간이나 대장간 같은 농촌의 상점들은 점차 사라져간다.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문 닫은 상점들을 재미난 공간으로 재탄생시키진 않을까?

온전히 개인이 할 수 없는 부분은 마을에서, 지자체에서 도와준다면 가능할 것만 같다. 그렇게 만들어 놓으면 누가 쓰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 놓고 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농촌을 찾고 그 공간을 활용할 것이라 확신한다.

최근 목포 원도심의 근대문화유산 거리와 건축물들이 한 국회의원으로 인해 유명세를 탔다. 정치적 이슈들은 모두 덮어두고, 나는 그 건축물들이 남아있게 된 것이 그저 고맙다. 목포 현지인들도 무섭다며 찾아오지 않고, 대부분 노인들만 살고 있는 곳. 그런 동네에 덩그러니 서 있는 건물들. 내가 살고 있는 농촌 시골 풍경과 다르지만, 닮았다.

그래서인지 목포의 아까운 그것들이 자취를 감추지 않게 된 것이 우리 마을 일처럼 다행스럽다. 그녀처럼 전문적인 안목도 없고 돈도 없지만, 나도 농촌 시골마을의 손혜원이 되고 싶어진다. 귀한 시간을 담고 있는 공간이 사라지는 것을 아까워만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천천히 찾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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