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농식품부 대책은
생산·유통단계 조직화
민간 보유물량 활용 제도화
비축제도 운영·관측 강화

▶산지·업계는 ‘미흡 평가’ 
가격 올랐을 때에만 초점
하락 시 대비책은 없어
비축물량 방출계획 수립
수입 관련 대책도 세워야


정부가 수급불안에 대비해 감자 수급조절 시스템 구축을 발표했다. 그러나 업계와 산지에서는 가격 상승, 이른바 물가안정 측면에 방점이 찍혀 있고 가격 하락에 대한 수급조절은 제외된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수급조절 대책은=농림축산식품부는 감자 수급안정을 위해 △생산·유통단계 조직화 및 인프라 확충 △비축제도 운영 △민간 보유물량 활용 제도화 △민관 거버넌스 구축 및 관측기능 강화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우선 생산·유통단계 조직화 및 인프라 확충을 위해 노지채소 수급안정사업 대상을 현행 고랭지감자 위주에서 올해부터 노지 봄감자, 가을감자, 시설감자 등으로 전면 확대해 작기별 계약재배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또 강원 등 주요 지자체와 협력해 감자 주산지협의체를 구성·운영하는 등 산지 조직화를 유도하는가 하면 2020년부터 채소가격안정제 대상 품목에 감자를 추가시켜 시범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쌀 중심으로 지원되던 들녘경영체육성사업을 올해부터 감자를 포함한 밭 식량작물까지 확대·개편해 주산지 생산자단체를 중심으로 감자 생산·유통에 필요한 장비와 시설을 지원한다.

비축제도 운영은 지난해 시범 운영했던 감자 수매비축제를 상시 제도화해 올해부터 노지 봄감자 2000톤, 고랭지감자 1000톤, 가을감자 1000톤 등 4000톤을 수매하고 연차적으로 수매물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농협을 통해 사전 계약재배를 희망하는 생산자단체를 선정해 파종기 이전에 수매약정도 체결할 예정이다. 국내 공급물량 부족에 대비해서는 올해 국영무역 방식으로 5000톤의 수입물량을 운영한다. 이 가운데 2000톤은 우선 도입하고, 나머지 물량은 추후 수급상황에 따라 추가 물량 운영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지난해 가격 안정용으로 시범 운용했던 민간 보유물량 매입 및 시장 출하 방식도 제도화한다. 이는 올해 민간 가공업체로부터 1000톤을 단경기에 대여·활용할 수 있도록 물량을 확대하고, 성출하기에 수매물량 등으로 상환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가격변동에 따른 수급관리 기능 체계화를 위해 감자를 수급조절 대상 품목에 포함시키고 위기단계별 수급조절 매뉴얼도 올해 마련해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이번 방안이 국내 감자 수급안정 및 인프라 확충에 중요한 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감자 산지 조직화 및 수급조절을 체계화할 수 있도록 민관의 역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의 반응은=업계에서는 농식품부의 이번 대책이 가격 상승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이와 반대되는 가격 하락에 대한 대책으로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산지와 업계에 따르면 현재 감자 가격은 그리 높은 단계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겨울철 주 품종인 제주 대지 감자의 경우 예년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는 것. 가락시장에서 2월 중순 현재 대지 감자 20kg 상품 가격은 4만원 중반대에 형성돼 있다. 이는 2015년 이후 2월 시세로는 가장 낮은 가격대다.

그럼에도 이번 대책의 대부분이 가격이 높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고, 가격 하락에 대한 대비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급상황을 고려한다고는 했지만 정부의 대책대로 올해 4000톤을 수매비축하고 연차적으로 수매물량을 확대한 뒤 감자 작황이 좋을 경우 이 물량을 어떻게 시장에 내 놓을지에 대한 시나리오도 없는 상황이다. 물론 수매비축이 가격 폭등과 폭락의 상황을 모두 고려해 실시하는 것이지만 비축물량이 시장에 어떤 식으로 풀릴지에 대한 계획이 제시되지 않을 경우 산지 농가와 조직에 혼선이 올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산지조직의 한 관계자는 “수급안정은 가격이 올랐을 때와 내렸을 때를 모두 대비한 시나리오가 체계적으로 나와야 한다”며 “수매비축이 가격 폭·등락에 대비했겠지만 비축물량의 방출 계획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산지조직에서는 계약물량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고, 농가들도 계약취소나 조기출하와 같은 비이상적인 계획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서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수입 감자에 대한 대비가 제외된 부분이다. 지난해 정부는 감자의 TRQ(저율관세할당) 물량을 기존보다 두 배 확대했고, 이후 수입 감자의 도매시장 반입량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식자재 업체를 중심으로 수입 감자 지분이 크게 늘어나고 있고, 산지에서는 저장물량의 출하가 중단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대책에서 수입 감자 부분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대책 외에 향후 감자 가격의 현실화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 감자를 수급조절 품목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하면서 감자의 평년 가격이 너무 낮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수급조절의 가격 기준을 평년으로 삼는데 감자의 평년 가격이 너무 낮다는 것. 현재 수미 기준으로 감자의 2월 평균 도매가격이 20kg 상품에 3만원 내외 선으로 10kg로 따지면 1만5000원대다. 가락시장에서 2월 현재 고구마가 10kg 상품에 3만원대고, 고구마가 2만원대라고 하면 가격이 약세라고 분석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감자 가격이 다른 작물에 비해 너무 저평가돼 있어 이번 기회에 감자 가격의 현실화 내지 적정 수준을 고민해 봐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김영민·김경욱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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