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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된 일 도매시장법, 국내 활용엔 한계"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 한국식품유통학회 동계학술대회에선 지난해 개정된 일본 도매시장법에 대한 여러 우려가 나왔다. 사진은 동계학술대회에서 일본 도매시장법 개정과 관련해 토론하고 있는 모습.

유통 전문가·시장 종사자 등
식품유통학회서 문제 제기

민간에도 시장 개설 자격 부여
기업이익 위해 권한 사용 우려
개설 허가도 인정으로 완화시켜

‘가격 발견’ 기능의 위축
경쟁 위주 풍토 조성 가능성 커
우리 중도매인 환경 등 안맞아


지난해 대폭 개정된 일본의 도매시장법을 국내 도매시장 관련 법과 제도 개정에 활용하기엔 한계가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국내 도매시장 관련 제도는 유사하다는 이유로 일본 제도의 운영과 변화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지만 지난해 진행된 일본의 도매시장법 개정만큼은 도매시장 본연의 기능이 사라질 수 있다거나 국내 농업 및 중도매인 환경과 맞지 않는다는 등 부정적인 분석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일 전북 전주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종합연찬관에서 열린 2018 한국식품유통학회 동계학술대회에선 이런 문제가 집중 제기됐다.

‘일본 도매시장법 개정과 시사점’을 주제 발표한 위태석 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22일 개정 공표된 일본 도매시장법은 도매시장이 국가의 중추적인 신선식료품의 유통 경로로 보는 현행 도매시장 제도를 전면 부정했다. ‘도매시장법’과 ‘식품 등의 유통합리화 및 거래의 적정화에 관한 법률’을 묶어 개정하면서 도매시장을 식품유통 속에서 운영되는 물류시설의 하나 정도로 인식한 것이다.

일본의 개정된 도매시장법의 주요 특징을 보면 기존에 중앙도매시장은 우리의 농림축산식품부장관격인 농림수산대신, 지방도매시장은 광역단체장격인 도도부현지사의 허가를 받도록 돼 있었으나 개정법에선 도매시장 개설자는 농림수산대신이나 도도부현지사의 인정을 받도록 돼 있다. 해당 개설주체가 평가 등이 들어갈 수 있는 허가가 아닌, 정해진 틀만 갖추면 되는 인정만 받으면 중앙도매시장이나 지방도매시장의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그동안엔 중앙도매시장의 개설 자격을 지방공공단체로 한정한 반면 개정법에선 중앙도매시장도 지방공공단체는 물론 민간도 개설할 수 있도록 자격을 확대했다. 이에 국가적 기간 유통시설인 중앙도매시장을 민간이 개설하게 될 경우 기업의 이익을 위해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이 현지에서도 나오고 있다. 특히 민간이 중앙도매시장의 개설자가 될 경우 ‘개설자=도매시장법인’의 관계가 설정될 가능성도 크다. 이렇게 되면 이 시장에선 도매법인에 대해 중도매인이 대항력을 유지하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또한 기존법엔 도매시장법인에 대한 허가권은 농림수산대신이나 도도부현지사에게 있었고, 중도매인에 대한 허가권은 개설자에게 주어져 있었지만 개정법에선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에 대한 허가권을 규정하는 조문 자체가 삭제됐다. 사실상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의 허가 주체에 대한 법률적 규정이 모호해진 것이다. 이와 함께 개정법에선 중앙도매시장과 지방도매시장에 대한 정의규정이 삭제됐고, 중앙과 지방에 대한 규제 내용도 사실상 차이가 없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종합적으로 봤을 때 무엇보다 도매시장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가격 발견 기능이 위축되는 등 도매시장이 공적인 기능보다는 경쟁 위주의 풍토가 조성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위태석 연구관은 “개정법이 시행되면 일본에선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중앙도매시장과 지방도매시장, 도매시장 거래와 도매시장 외 거래, 공영도매시장과 민간도매시장의 구분이 각각 모호해지거나 없어지게 된다”며 “결국 강한 곳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격 발견 기능 위축과 관련해선 위 연구관은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등 수집과 분산 주체의 경계선이 흔들리게 된다. 그동안엔 상품 품질 기준 등을 평가하면서 거래 주체 간 적정 가격을 찾아갔던 반면, 앞으로는 입김이 센 주체 위주로 가격이 형성돼 공정한 가격 발견이 될 수 있을지 우려스러운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개정된 도매시장법이 국내 도매시장 및 농업 현실과는 맞지 않다는 도매시장 종사자들의 지적도 나왔다.

이재흥 가락시장 동화청과 이사는 “도매시장 종사자로서 도매시장법인의 가장 큰 역할은 가격 발견 기능이라고 강조해왔다. 그것이 도매법인의 존재 이유이기도 했는데 일본의 법 개정은 이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이 이사는 산지와 중도매인 상황과 관련해서도 “특히 일본은 산지에서 공동정산까지 이어지는 계통출하를 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반면, 우리의 경우 개인 출하가 여전히 많은 가운데 계통출하라고 해도 공동정산까지 하는 비율은 극히 적다. 도매시장 내 중도매인 영업력도 매출액을 보면 매우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일본의 도매시장법 개정이 우리 현실과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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