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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예산낭비 지적 계속돼 온
국·내외 홍보사업 폐지 등
‘한식정책 내실화’ 칼 빼들어

해외 한식인턴 예산 두 배↑
국내 전문인력 해외파견
해외한식당협의체 사업도 늘려
"한식문화 확산 마중물 될 것"


정부의 한식정책(한식세계화)이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식정책은 당시 ‘영부인 사업’으로 불리며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벤트성 홍보행사에 치우치며 예산낭비 문제가 불거졌고, 박근혜 정부에선 최순실 국정농단과 연루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해에는 한식진흥원 일부 직원이 해외홍보 사업비로 180만원 상당의 호화식사를 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식정책이 올해 들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예산낭비 지적이 계속돼온 국·내외 홍보사업을 과감히 폐지하는 등 ‘한식정책 내실화’에 칼을 빼든 것이다. 한식진흥원도 사업운영의 투명성 제고 및 성과창출을 위한 혁신방안을 마련하고,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앞으로 한식정책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3회에 걸쳐 알아본다.

농식품부는 2009년 한식세계화 비전 및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2010년 한식재단(현 한식진흥원)을 설립하는 등 한식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다. 해외 각지에서 비빔밥과 떡볶이 등을 시식하는 대규모 행사가 열렸고, 이 같은 홍보사업은 한식의 인지도 상승과 식재료 수출 증가 등 일부 성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전통장류 수출은 2010년 2만1000톤에서 2017년 3만3000톤으로 증가했고, 한식 인지도(미국 뉴욕 기준)는 2011년 28.5%에서 2017년 61.0%로 상승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이 발표한 ‘2018년도 대한민국 국가이미지’ 조사에서도,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의 대표 이미지로 ‘한식(40%)’을 가장 많이 떠올렸다.

그러나 홍보사업 중심의 한식정책으로는 한식문화 확산 등 성과창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농식품부는 올해부터 홍보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대신, 청년일자리 창출과 식재료 수출 확대 등 민간경제 활성화 분야의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한식정책의 사업개편을 단행했다.

실제로 올해 농식품부의 한식관련 예산은 100억5800만원으로, 2018년 124억600만원 대비 18.9% 감소했는데 △한식문화 해외홍보(2억900만원) △월드한식페스티벌(4억3200만원) △해외전문가 초청 식문화 연수 프로그램 운영(6100만원) 등 국·내외 한식 홍보사업이 폐지된데 따른 것이다.

반면, 일자리 창출과 식재료 수출확대 등과 관련된 예산은 오히려 증액됐다. 해외 한식인턴 사업의 경우 2018년 2억1900만원에서 올해 5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액됐고, 국내 전문인력 해외파견(해외호텔, 교육기관 등) 예산도 7억1000만원으로 확대됐다. 식재료 수출 확대를 위한 해외한식당협의체 사업의 경우 2018년 3억3600만원이었던 예산이 올해 6억4000만원으로 늘었다.

그동안 한식정책이 큰돈을 들여 비빔밥과 떡볶이 등을 시식하는 홍보행사 위주로 추진됐다면, 올해부터는 해외 한식인턴과 전문인력 파견, 해외한식당협의체 등을 통해 해외 현지에서 지속적으로 한식문화 확산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농식품부 외식산업진흥과 이재식 과장은 “외국에 있는 공공기관 등과 협업해 한식강연 및 조리체험을 진행하는 등 그동안 다양한 한식정책 사업을 펼쳐 한식의 인지도 상승 등 일부 성과도 있었지만, 해외 홍보행사의 경우 비빔밥 등을 단순 시식하는 이벤트 중심으로 추진된 한계를 보인 것도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한식인턴 및 전문인력 파견, 해외한식당협의체 사업 등을 통해 현지에서 다양한 한식요리를 깊이 있게 알려나갈 예정이다. 물론, 한식인턴이나 전문인력 파견 인원이 많지 않아 단기간 큰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이러한 정책사업이 유기적으로 연계·추진되면 한식문화 확산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이 과장은 “일본의 경우 1960년대부터 일식세계화를 추진해 2006년 2만4000개소였던 해외 일식레스토랑이 2017년 11월 기준 11만8000개소까지 증가했고, 이들을 대상으로 인증제도 등을 시행해 일본산 식자재 수출을 촉진하고 있다”며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 한식정책은 아직 걸음마 단계로, 그동안 일부 문제점이 노출됐긴 했지만 한식정책이 꾸준히 추진되면 반드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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