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강재남 기자]

지난달 기준 평년비 23.7% 하락
애월지역 농가 9000톤 자율폐기
시장 가격 회복 기미는 감감

전라도 재배면적 급증 ‘공급 과잉’
자율감축·출하량 조절 나서줘야


“지금 양배추 가격폭락 사태는 하차거래 시행에 따른 폐단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자율감축과 출하조절에 농가들이 참여하고 행정에서 지원해 준다면 적정가격은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근 양배추 가격이 20% 이상 폭락하면서 제주지역 양배추 농가들이 스스로 자율감축에 나서는 등 자구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가격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아 농가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김학종 제주양배추출하조절위원회 회장을 만나 현재 양배추 시장 상황과 적정 가격지지 방안을 들어봤다.

농협중앙회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양배추 8kg 기준 1월 가격동향은 평년 5354원 대비 23.7% 하락한 4086원을 기록했다. 양배추 가격이 폭락을 거듭하면서 제주양배추출하조절위원회는 애월농협과 생산농가, 산지유통인 등과 함께 지난달 21일 애월농협APC에서 산지 자율폐기를 결의, 양배추 9000톤 자율폐기를 진행했다.

하지만, 시장가격 회복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aT에 따르면 농가 자율감축을 진행한 이후인 지난 1일 현재 양배추 가격은 포기당 1337원으로 전월 대비 7.2%, 평년 대비 35.3% 하락했다.
김 회장은 “농가에서 9000톤 자율감축에 나서는 등 생산량을 줄이고 있지만 시장에서 가격 반등은 없는 상황”이라며 “8kg 기준 6000원대 가격은 형성돼야 하지만 현재 경매가는 1600원에서 4000원선에 그쳐 물류비도 건지지 못해 출하를 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할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평년 같으면 1월 기준 전라도산 양배추 시장 점유율이 5%, 제주산이 94%를 차지해야하는데 지금은 전라도산 60%, 제주도산 40%로 전라도산 양배추 처리 적체 현상이 빚어지면서 공급물량이 과잉돼 가격폭락이 발생한 것”이라고 얘기했다.

양배추 가격 폭락 원인에 대해 그는 △양배추 하차거래 △전라도 지역 조생 양배추 생산량 증가 △전라도 지역 행정 및 농가의 무관심 △경기침체 및 소비 부진 등을 지적했다.

김 회장은 “양배추 처리 적체 원인 중 첫 번째가 하차거래의 폐단 때문”이라며 “같은 인력을 투입해 기존 하루 3톤을 처리했다면 지금은 2.7톤 밖에 처리하지 못해 남은 물량이 매일같이 쌓여가면서 처리에 적체가 빚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라도 지역에서 조생 양배추 재배면적 증가로 공급이 과잉돼 가격이 폭락하고 있음에도 전라도 지역 행정과 농가가 수수방관하면서 출하가 늦은 제주만 자율감축에 나서는 등 희생을 강요받고 있는 상황”이라 설명했다.

제주양배추출하조절위원회는 이에 양배추 가격 지지를 위해 2차 농가 자율감축과 출하조절에 나설 계획이다. 김 회장은 “이 달 10일 이후 2차 농가 자율감축을 진행할 예정으로 1차 9000톤에 이어 이번에는 1만톤 가량을 계획하고 있다”며 “2차 자율감축은 제주도 70%, 농협 20%, 농가 10% 형태로 평당 3200원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출하조절은 농가 면적 비율을 기준으로 하루 적정 물량인 60~70컨테이너로 조절해 출하할 예정”이라며 “전라도 지역에서도 행정이나 농가가 자율감축과 출하조절에 나서 준다면 양배추 가격이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제주양배추출하조절위원회는 가격 지지를 위해 농가별로 평당 20원을 모아 소비촉진을 위한 홍보 활동을 벌일 계획이며, 3월부터는 일본으로 2000톤 가량을 수출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끝으로 “자율감축 등 농가가 스스로 자구책을 추진하는 만큼 정부와 행정에서도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 지자체, 농가 3자가 적절히 대응하고 참여해 준다면 양배추 적정한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번 가격폭락의 한 원인인 하차거래에 대해서도 오는 5월 재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강재남 기자 kangj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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