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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 최양부의 자전적 농정사 <8>산업사회의 새 농정을 설계하다-④농촌발전전략을 설계하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다

[한국농어민신문]

우농(愚農) 최양부

도농 간 균형발전을 위하고 농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농민이 일상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기초 수요를 마을과 소규모 시와 읍, 면 소재지, 시 등 농촌 중심도시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농촌 정주생활권 내에서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농촌발전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972년 새마을운동이 본격화한 이후 그 중심 역할을 해온 농협은 1977년부터 정부 지원으로 전국 101개 읍면 조합을 주체로 ‘새마을소득 종합개발사업’에 착수하면서 새마을운동의 새로운 방향 모색에 나섰다. 농협은 조직의 기본단위인 읍면 조합을 중심으로 지금까지의 마을개발에서 벗어나 읍면지역의 농업생산(작목 입식, 기반 정비 등)과 시장유통(창고, 저장고, 집하장, 가공시설 등) 사업을 지원하여 농민들의 협동 생산과 판매를 촉진하고, 사회문화 복지시설 등을 종합적으로 개발하는 새로운 읍면지역종합개발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했다. 그러나 지방행정이 시군을 기본단위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에서 읍면 농협이 주체가 되어 읍면지역 종합개발을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한마디로 역부족이었다.

한편 새마을운동 추진의 중심 기관이었던 내무부는 1970년대 후반부터 마을개발을 넘어 새마을 협동권, 소도읍개발, 소단위 지역개발 등으로 점차 농촌 지역개발의 공간 범위를 확대하며 ‘지방 정주생활권 개발’로 정책적 관심을 돌리고 있었다. 이는 일본이 1979년에 공포한 ‘제3차 전국 종합개발 10개년계획’에서 인구 20만 내지 30만을 단위로 하는 ‘정주생활권’을 전국적으로 200∼300개 개발한다는 구상을 참고로 한 것이었다.

당시 국토부는 1982년부터 시작하는 제2차 국토종합개발계획(1982~91)을 수립하면서 1차 계획(1972~81)의 대도시중심 거점개발전략에서 벗어나 도시와 농촌 간, 지역 간 발전격차의 해소와 인구의 대도시 집중을 막고 지방정착을 유도한다는 목표로 ‘지역생활권’ 개념을 도입하고 전국을 대도시생활권(5개)으로 나눈 다음 하위계층으로 지방 도시생활권(17개)과 농촌 도시생활권(6개)으로 구분하는 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국토부의 구상은 대도시와 지방 중도시(시급), 소도시(읍급)들 간의 계층적 관계를 무시한 비현실적인 발상이란 비판을 받고 있었다.

내무부는 국토부 안에 대한 대안으로 1980년 인구 5만명 이하의 지방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지방 정주생활권 개발구상’을 발표하고 1981년에 강원 영월군(서울대 환경대학원), 전북 정읍군(국토개발연구원), 충남 서산군(숭전대 지역개발대학원)을 대상으로 정주생활권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은 1981년 10월 13일 3개 지방 개발계획 수립 결과 발표를 겸하여 ‘지방화 시대에 있어서 지역개발의 방향모색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나는 이 세미나의 주제 발제자의 한 사람으로 초청받아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농촌생활권의 설정과 개발전략’이란 제목으로 그동안 개인적으로 발전시켜온 생각을 정리한 농촌 중심도시를 거점으로 한 농촌 정주생활권 개발전략에 대한 나의 구상을 발표했다. 농촌연구자가 지역개발 전문가들 토론회의 주제 발제자로 초청받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는 주제발표를 통해 제2차 국토계획의 지역생활권 구상이 대도시 편향적 거점개발론에 입각한 경제주의적 개발철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도시·농촌문제의 누적적 악순환’을 지속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도농 간 균형발전을 위하고 농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농민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기초수요를 마을과 소규모 시와 읍, 면 소재지, 시 등 농촌 중심도시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농촌 정주생활권 내에서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농촌발전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휴 데니 (Hugh Denney)의 ‘다각형 지도화 방식(the Polygon Mapping Method)’을 이용한 새로운 농촌 정주생활권 설정 방법을 제시하고 2차 국토계획의 지역생활권을 수정한 대도시(6개), 지역 도시(27개), 농촌 정주생활권(137개)을 새롭게 제시했다.

그리고 농민의 기본수요충족을 위해 지역의 부존자원, 특히 자연환경, 사회경제. 농업, 그리고 역사문화 및 향토 자원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토대로 지방의 특성과 개발 우선순위를 반영한 농촌 정주생활권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할 것과 다가오는 지방화 시대에 부응하여 농촌 정주생활권을 행정단위로 재편하고 이를 관장하는 행정기관인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성을 가지고 중앙정부로부터 시달된 사업이 그 지방 현실과 우선순위에 맞지 않는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위해 지방분권화와 지방자치를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발표로 나는 세미나에 참석한 지역전문가와 내무부 관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을 농촌개발연구의 새로운 중심으로 만드는 전기를 마련했다.

연구원은 세미나가 인연이 되어 1982년 3월 내무부가 추진하는 지방 정주생활권 개발계획수립에 참여하게 되었고 전라남도와 강진 정주생활권 개발계획수립을 위한 연구용역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1982년에는 연구원(전남 강진군) 이외에도 서울대 환경대학원(충북 괴산군)과 대아종합기술공사(경북 청송군)가 계획수립에 참여했다. 강진 정주생활권 개발계획수립은 마을 중심을 정주생활권 중심으로 농촌개발 패러다임을 바꾸고 산업사회 농촌발전전략을 설계하는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국토계획, 지역계획 전문가들의 영역에 뛰어드는 방법론적 도전이기도 했다. 연구원의 계획참여는 농촌개발 전문연구기관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가 되었으며, 기존의 기관이 수립한 것보다는 더 수준 높은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으나 나와 연구원의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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