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지난해 매출 740억, 1억 흑자
특판벤더업체 영업제한 이후
무너졌던 유통질서 바로잡아


농협홍삼(한삼인)이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려 10년 만에 적자에서 벗어난 것이다. 다만, 매출은 2017년과 비교해 크게 감소했는데, 유통질서 확립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농협홍삼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740억원으로, 약 1억원의 흑자를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853억원(적자 19억원)과 비교해 매출은 크게 줄었지만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무엇보다 ‘특판벤더’로 인해 무너졌던 유통질서를 바로 잡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농협홍삼은 2014년부터 ‘특판벤더 업체’에게 홈쇼핑과 인터넷 판매를 허용하면서 저가 제품이 시장에 난립하게 됐고, 피해를 입은 가맹점주들이 불공정행위에 대해 조사해 달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농협홍삼을 제소하기도 했다.

결국 농협홍삼이 ‘특판벤더 업체’의 영업을 ‘B2B(기업 간 전자상거래)’와 ‘폐쇄몰’에 한정, 홈쇼핑과 인터넷 판매는 금지하는 내용의 ‘유통질서 확립’ 방안을 마련하고, 가맹점주들도 공정위에 낸 제소를 취하하면서, 유통질서와 관련된 문제는 일단락됐다.

이로 인해 지난해 농협홍삼 매출이 크게 감소하기는 했지만,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된 유통 체질이 개선된 데다, 농협홍삼이 추진 중인 ‘가치제고 프로젝트’도 시장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홍삼 관계자는 “지난해 ‘특판벤더 업체’ 등으로 인해 무너진 유통질서를 바로 잡았고, 그 여파로 매출이 줄기는 했지만, 경영혁신 등 전 직원들의 노력 끝에 10년 만에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며 “유통질서 확립 등 정비를 마친 만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농협홍삼은 2009년 18억원의 적자를 시작으로, 2010년 68억원, 2011년 79억원, 2012년 114억원, 2013년 141억원, 2014년 87억원, 2015년 36억원, 2016년 89억원, 2017년 19억원 등 9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특별인터뷰/허정덕 농협홍삼 대표
“흑자보다 더 중요한 건 농민 위한 농협홍삼이 되는 것”


임직원 노력 끝 흑자 결실
계약재배 인삼농가는 물론
전국 농민에 이익 환원 ‘큰 의미’

‘가치제고 프로젝트’ 추진
붉은색 고정관념 벗어나
농부 일러스트 등으로 변화 모색

민영화된 인삼공사 맞서
점유율 제고·품질 향상 박차

“흑자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농민을 위한 농협홍삼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위치한 농협홍삼 본사에서 허정덕 대표이사를 만났다. 그는 10년 만의 흑자전환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오히려 농민을 위한 농협홍삼이 돼야 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허 대표는 “흑자전환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며, 그동안 전 직원들의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이루어진 소중한 결과”라며 “농협홍삼이 흑자를 내면 계약재배하는 인삼경작 농민뿐만 아니라 전국의 농민들에게 이익이 환원되고, 이는 농협홍삼이 흑자를 내야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특히 허 대표는 올해 농협홍삼이 ‘가치제고 프로젝트’를 통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소비자들은 홍삼하면 ‘붉은색’을 떠올린다. 일종의 고정관념인데, 농협홍삼은 ‘가치제고 프로젝트’를 통해 농부를 대표하는 일러스터를 넣는 등 완전히 새로운 엠블럼과 디자인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며 “물론 내부적으로 우려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반응이 좋고, 특히 젊은 층이 선호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현재 홍삼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한국인삼공사(정관장)와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국내 홍삼시장 점유율은 2017년 기준 한국인삼공사가 75%인 반면, 농협홍삼은 5%에 불과한 상황이다.

허 대표는 “한국인삼공사는 이미 민영화가 됐는데, 아직도 정부가 관리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이 많다. 어떻게 보면 이 부분이 인삼 및 홍삼시장 변화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며 “정관장이 오랜 역사를 갖고 잘하고 있지만, 농협홍삼이 분발해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되면 전반적으로 홍삼제품의 질이 높아지는 등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소비자들에게 농협홍삼의 품질을 믿고 구매해달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허 대표는 “농협홍삼은 2만 여명의 인삼조합원을 대상으로 100% 6년근 국산 인삼만을 수매해 제조·판매하고 있으며, 농협홍삼 제품은 정관장보다 홍삼 고형분 함량이 높고, 가격은 저렴해 ‘가성비’가 뛰어나다”며 “부원료인 약재 같은 경우에도 농협홍삼은 특성상 우리 농민이 재배한 원료를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부 국내 수급이 어려운 원료를 제외한 나머지 원료는 국산만을 고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허 대표는 ‘농민을 위한 농협홍삼’을 재차 강조하며, 변화와 혁신을 다짐했다.

“농협홍삼은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회사와는 다릅니다. 흑자를 내면 그 혜택은 수매단가 인상, 인삼재배 설비지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농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소비자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농협홍삼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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