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든 도심 속 장터…밥상 나누며 생산자와 ‘어울림’

[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 도시에 거점을 두고 있는 협동조합농부장터. 농부장터의 구성원인 생산자와 소비자가 체험활동을 비롯한 다양한 소통 프로그램을 통해 농부장터를 함께 이끌어오고 있다.

대구광역시 북구 동천동에 위치한 ‘협동조합농부장터’. 이곳의 태생은 강북마을공동체다. 생산자 10명과 소비자 20명이 참여한 강북마을공동체의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 관심이 지금의 농부장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여타 로컬푸드 직거래매장과 달리 도시에 거점을 두고 있는 농부장터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먹거리에서 출발, 체험학습, 동아리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마을공동체와 ‘관계 맺기’를 지향하고 있다. 이처럼 농부장터는 지난 시작과 미래 목표가 모두 사회적 농업에 방점을 두고 있다.


대구 거점 ‘김장철 장터’로 첫 발
친환경직거래 상설매장 거쳐
2013년 협동조합의 모습 갖춰

생산자조합원과의 조화에 초점 
기타 동아리 등 같이 활동 신뢰↑

로컬푸드 간 유통망 연결 추진
상주로컬푸드직매장과 협약도


#처음부터 시작이 ‘협동조합’

농부장터의 출발은 2008년 11월 김장철에 열린 농민장터다. 강북마을공동체가 대구 북구 대천초등학교에서 김장철 ‘농민장터’를 열었는데, 당시 친환경 학교급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학부모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이를 계기로 2009년 5월 7일 친환경직거래 상설매장인 ‘농부’가 설립됐고, ‘농부’가 2013년 10월 24일 오늘날 협동조합 형태의 ‘협동조합 농부장터’가 문을 연 것이다. 농부장터는 처음부터 ‘협동조합’을 지향했다. 농부장터의 핵심인 로컬푸드는 사회적 경제를 기반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한 결과다. 농부장터의 정관이 2013년 협동조합으로 인가되기 전과 크게 다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하나는 ‘소비자’가 주도했다는 점이다. 강북마을공동체의 중심은 소비자였고 이들이 직접 농부장터 개장에 참여했다. 일반 로컬푸드직매장의 주축이 농민인 것과 다른 점이다. 농부장터를 ‘소비자가 주도한 직거래 모델 협동조합’ 또는 ‘민간주도형 로컬푸드 협동조합’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생산자-소비자’의 만남에 초점

농부장터는 협동조합인 만큼 조합원이 주인이다. 농부장터 조합원은 법정조합원과 이용조합원으로 나뉘는 가운데 법정조합원은 출자금(1구좌당) 10만원을 납부, 협동조합 운영에 목소리를 내고, 이용조합원은 소비자로서 농부장터를 이용하는 사람들로서 농부장터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법정조합원은 130명이고, 이용조합원은 2200명이다. 김기수 대표는 “이용조합원 제도는 협동조합 운영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나도 조합원’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농부장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생산자조합원과 회원농가도 농부장터 일원이다. 농부장터는 이들이 조화를 이루는 데 초점을 맞추며, ‘소비자와 생산자의 만남’을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농가를 찾아 생산과정을 지켜본다는 개념인데, 서로간의 신뢰 쌓기가 목적이다. 이제는 이런 교류가 일상이 됐다는 것이 김 대표의 전언이다.

요리강좌도 같은 맥락이다. 특이점은 전문요리사가 아닌 조합원이 강사로 나선다는 것이다. 김기수 대표는 “소비자와 생산자의 접점에 요리를 두고, 흔한 방식이 아닌 ‘농부장터 방식’으로 해보자고 해서 회원농가를 포함한 조합원을 요리 단상에 세웠다”며 “이 방법이 소비자와 생산자간 관계를 더 강화하는 방안이더라”고 분석했다.

소비자와 생산자의 ‘조화’를 위한 직매장 공간의 역할도 크다. 농부장터는 1층 로컬푸드직매장과 2층 그린테라스로 구성돼 있다. 이 중 2층 그린테라스에 눈길이 쏠린다. 점심에는 서로가 어울려 친환경 건강밥상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눈다. 점심식사가 끝나면 이곳은 농부장터 조합원들의 ‘커뮤니티 공간’이자 ‘문화공간’이 된다. 농부장터에는 여러 동아리가 있다. 그 가운데 ‘기타등등’이란 이름의 기타동아리를 두고, 김기수 대표는 ‘농부장터의 윤활유’라고 자랑했다. 기타등등 회원들은 농부장터가 여는 지역축제에서 분위기를 돋우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로컬푸드사업체간 연결 시도

농부장터는 로컬푸드의 확장성을 시험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중이다. 소비지 로컬푸드사업체와 생산지 로컬푸드사업체의 연결이다. 생산지에서 모든 농산물을 소비하기 힘들다. 당연히 생산지 로컬푸드직매장에서 소비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곳에서 일부만 소비되고 나머지는 소비지 시장으로 유통된다. 이 구조에서 로컬푸드 역할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생산지에서 재배한 농산물의 극히 일부만 로컬푸드 방식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를 시장으로 옮기는 것이 과연 로컬푸드일까라는 고민이 컸다”며 “기존 소비지를 시장이 아닌 소비지에 형성된 ‘로컬푸드직매장’으로 설정하면, 로컬푸드에서 로컬푸드로 유통망이 연결돼 사회적 경제라는 로컬푸드 개념과도 맞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래서 농부장터는 2018년 9월에 개장한 상주로컬푸드직매장과 포괄적 상호협약을 맺었다. 김 대표는 “생산지에서 소비하지 못한 농산물을 사회적 경제조직간 연계망을 통해 도시로 나가는 것을 시험하고 있는데, 농부장터와 상주로컬푸드직매장이 대상”이라며 “꼭 해보고 싶은 모델로 지금은 상주와 대구로 한정돼 있지만 상주에서 대구로, 또 수도권으로 로컬푸드사업체간 연계망이 넓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기수 협동조합농부장터 대표
"주력 사업은 도시-농촌, 소비자-생산자 관계 맺기"

“농부장터의 주력사업은 어쩌면 ‘관계맺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김기수 농부장터 대표는 로컬푸드직매장인 농부장터가 확장성을 갖기 위해서는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로컬푸드가 대형유통업체와 다른 점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사회적농업’ 아니겠는가”라고 언급했다. 사회적농업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하는 공동체 문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농부장터가 협동조합으로 시작해서 소비자와 생산자의 교류를 활성화하고, 지역네트워크를 활용한 마을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것도 ‘관계’를 위한 행보다. 김기수 대표는 “개인과 개인, 도시와 농촌, 소비자와 생산자, 이들의 고리를 튼튼하게 맺어가는 활동이 로컬푸드의 목표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를 위해 소비자가 농장을 편하게 찾아가고, 기타동아리와 같은 모임을 자주 갖고, 원예교실을 틈틈이 열고, 1박2일간 농장에서 농촌캠프를 여는 일련의 프로그램들을 꾸준히 운영 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기수 대표는 “이제는 독립 운영체계를 만들어야 할 때”라는 말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무상급식을 비롯한 공공영역 조달과 함께 먹거리 문화와 연결된 사업, 마을공동체 만들기 등을 하기 위함이다. 농부장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농부장터 이용객이 하루 500명은 돼야 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진단. 최근 이용객 확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농부장터는 10주년이 되는 2019년 5월 7일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10년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을 해왔다면, 10주년을 맞아서 마침내 비전을 세우고, 농부장터의 사회적 가치도 분석해보려고 한다”며 “2019년 5월 7일이 농부장터가 한단계 성장하는 도약기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기획 : 농촌진흥청 농산업경영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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