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안희권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농가단위 ‘사축 퇴비화’ 정상화하려면
적정 부자재 사용량·침출수 방지요령 등
구체적 지침 만들어 보급·교육 시켜야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던 9.11사태 때 테러조직에 의해 미국의 주요 기관에 탄저균이 배달되는 바이오테러가 발생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한 적이 있다. 미국 정부는 9.11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예상되는 테러에 대한 대응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기 시작했다. 특히 바이러스, 세균, 독소 등을 이용해 사람이나 동물 및 식물에 위해를 일으키는 바이오테러즘에 대한 대책을 다각도로 모색한 바 있다.

그 당시 가축사육두수가 많은 미국 중서부지역에 전염성 질병과 관련된 바이러스나 미생물을 이용한 바이오테러가 일어날 경우 대단위로 발생하는 사축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많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의견들을 바탕으로 미국 정부는 아이오와주립대학교에 대규모 연구비를 투입해 사축처리 시스템 공학 전문가와 전염성 질병 수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팀으로 하여금 바이오테러즘 발생 시 대단위로 발생되는 사축을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도록 하였다.

필자는 아이오와주립대학교 연구팀에 참여해 약 5년 동안 사축처리 시스템 개발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축산 선진국의 폐사축 관련 정책 및 지침 등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2017년도에 조사된 자료에 의하면 제주도의 경우 도내에서 발생되는 폐사축의 약 45%는 위탁처리하고 나머지 55%는 농가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의 폐사축 위탁처리시설 보급률이 낮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볼 때 폐사축을 농가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비율은 제주도 보다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폐사축을 자가 처리하는 대부분의 농가들은 퇴비장에 사축을 단순히 묻어두는 형태로 처리하고 있어 질병 및 악취관리 측면에서 우려되는 사항들이 많이 있다.

게다가 폐사축 처리와 관련된 폐기물관리법, 가축전염병예방법, 비료관리법 등에 명확하지 않은 부분들이 있어 농가의 폐사축 관리를 지도·감독하는데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폐사축 처리와 관련된 필자의 연구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폐사축 퇴비화 지침 중 개선이 필요한 사항들을 몇 가지 거론해 보고자 한다.

가축전염병예방법에 의하면 살처분된 가축의 사체와 가축전염병 중 브루셀라병, 돼지오제스키병, 결핵병 등에 감염된 폐사축은 비료 원료로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돼있으나, 비료관리법에서는 부산물비료의 사용 가능한 원료에 도축 부산물만 포함돼있으며, 사전 분석검토 후 사용 가능한 원료에도 사축은 포함돼 있지 않아 퇴비화 후 부산물 비료로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다만, 비료관리법 시행령에서 축산업자가 부산물비료를 무상으로 유통·공급하는 경우와 1일 평균 1.5톤 이하의 부산물비료를 생산·판매하는 경우에는 법 적용의 예외를 허용한다고 명시돼 있어서 개별농가에서 사축을 퇴비화 하는 것은 가능하나 상업적으로 부산물비료를 생산하는 퇴비화시설에서는 할 수 없다.

이와 같이 상업적 목적이 아닌 이상 개별농가에서 사축을 퇴비화 할 수 있도록 근거가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가단위 사축 퇴비화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관리시스템이 정립되지 않아 사축 퇴비화와 관련된 민원들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들어 이러한 문제를 줄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사체 렌더링회사에 위탁처리를 희망하는 농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체 렌더링이란 동물의 사체를 물리화학적으로 가공해 사료, 비료, 공업원료 등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렌더링회사에 위탁 처리하는 것은 농장 환경을 개선한다는 측면에서 장점이 크지만 국내 축산농가에서 발생되는 사축을 전량 렌더링회사에 위탁 처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렌더링 시설은 기피시설로 인시되고 있어 보급에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에 산재해 있는 농가로부터 폐사축을 운송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다수의 농가에서는 농가단위로 사축을 처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농가단위에서 경제적으로 손쉽게 사축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퇴비화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고 본다. 퇴비화는 호기성 미생물에 의해 유기물을 분해시키는 공정으로 공기 공급을 적절하게 해 호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혐기상태가 조성돼 악취가 다량 발생하고 공기 공급량이 너무 많으면 퇴비더미의 온도 및 수분 유지에 어려움이 있어 정상적인 퇴비화가 이뤄지지 못한다. 퇴비화의 원리가 워낙 간단하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퇴비화를 얕보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 보니 폐사축을 퇴비나 분뇨 더미에 묻어두고 방치하는 농가들이 부지기수다.

현장에서 많은 농가들이 사축을 퇴비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농가단위 사축 퇴비화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기술 보급에는 그리 열심을 다하지 않았다고 본다. 아마도 퇴비화를 너무 얕봐서 그랬을 수도 있고 아니면 농가단위 사축 퇴비화를 심층적으로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지 못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고 본다.

사축 유형에 따른 적정 부자재 사용량, 침출수 방지요령, 악취관리를 위한 퇴비더미 구축 방법, 퇴비화 기간, 퇴비화 최종산물 농경지 이용기준 등의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지침을 축산농가에 적극 교육·보급하고 농가에서 사축 퇴비화 지침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여부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요즘 골머리를 앓고 있는 폐사축 처리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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