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올해 4월 출범하는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의 구성 작업이 한창이다. 얼마 전 일부 단체들이 농림축산식품부 농특위TF 측에 제출한 농특위 민간 위원 추천 명단을 접하고 생각이 복잡했다. 눈에 익은 이름도 보였고, 농업계 내부에서 좋은 평판을 받는 인사도 있었다. 하지만 명단 면면을 보며 ‘우리 쪽 사람’을 고집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참여정부를 끝으로 장관 직속으로 강등, 끝내 폐지된 농특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살려내기까지 힘든 여정이었지만 그동안 농업계가 철저히 파편화되고 ‘자신들의 이해관계’만을 앞세우고 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불과 몇 년 전부터 최근까지 이어지는 농업계의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민간 부문이 제각각 목소리를 내면서 의사 결정은 관이 좌우하는 구조로 짜이고 있다. 주도권을 두고 단체 간 갈등을 키우다 보니 정부나 정치권 등 제3자가 중재하는 일도 왕왕 벌어지고 있다. 어쩌면 민간이 자초하고 있을 ‘각자도생’의 국면에서 농업 단체나 개별 그룹, 학계, 전문가들은 서로 자신의 목소리만을 높일 뿐이다. 농업계가 그토록 외쳤던 농특위의 출범을 앞둔 시점에서 농업 단체들 간 교류와 소통, 논의는 전무한 실정이다.

또 다른 농업 분야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농업회의소 법제화도 사정이 비슷하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다는 이유이든, 또는 ‘옥상옥’이라는 지적이든 정치권은 법제화 법안 통과를 두고 정치적 공방을 주고받고 있다. 이를 풀어낼 실마리가 돼야 할 농업계의 목소리가 갈라져 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운 부분이다.

한쪽 진영에선 법제화를 얘기하고, 다른 쪽 진영에선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간극은 오히려 더욱더 마주 앉아야 할 이유가 돼야지, 등을 돌리거나 멀어지는 ‘핑계’나 ‘명분’으로 삼아서는 양 측은 물론 농업계 전체적으로 득이 될 게 없다.

언젠가부터 한국 농업에 ‘희망’은 없다는 얘기가 종종 들린다. 물론 ‘희망’이 있다는 얘기도 있다. 말하고 싶은 것은, 사라진 건 ‘희망’이 아니라 ‘소통’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자기 진영에 갇힌 ‘말 잔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농업 회생에 보탬이 되는 ‘행동’이 따라야 하고, 그 첫 단추는 농업계 내부의 ‘소통’이다.

대학에서 농업을 가르치는 한 교수의 말도 이런 맥락에서 의미심장하다. 이 교수는 “농업계가 길거리에 나가 집회를 하는 것이 아니라 무너지고 있는 농업의 정치력을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했다. 농업의 정치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에 끌려 다니지 않는 농민 중심의 농정개혁을 위해서는, 농업계 내부의 소통과 결속이 절실하다.

고성진 농정팀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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