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평진 기자]

지자체 앞다퉈 ‘고설재배’ 지원
청주시에서만 100 농가 훌쩍
진천·음성군서도 신규진입 증가
생산량 급증에 시세 하락세로

“신규 보조 안 멈추면 공멸 우려"
“초기 시설비 비싸 보조 불가피” 
온라인 밴드 통해 논쟁 불붙어


충북에서 딸기 재배가 많은 곳은 청주시다. 옛 청원군 지역이던 남일면, 문의면, 가덕면 지역에 집중돼 있다. 족히 100농가는 훨씬 넘을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올해 딸기 시세가 주춤하면서 구조적 하락세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시적 생산량 증가가 원인이 되는 반짝 하락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청주시 남일면 한 농가는 최근 밴드에 올린 글에서 “지자체가 앞다퉈 고설재배 보조사업을 추진하면서 생산량이 전체적으로 늘었다”며 “장기적인 전망을 하지 못하고 보조를 하는 바람에 너도 나도 딸기에 뛰어 든 게 원인”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신규로 딸기 농사를 짓는 농가에 대해서는 보조를 중단해서 다 같이 망하는 사태가 없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밴드에서는 갑론을박 댓글이 수 십여 개 달리면서 뜨거운 논쟁을 일으켰다. 이에 청주시 남일면 임모 씨는 “작년에 비해 작황이 썩 좋고 이런 것 아닌 것 같다. 전체 딸기면적이 늘어난 게 원인 같다. 귀농하는 이들이 대부분 딸기를 하고 30, 40대 젊은 청년농이 딸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존 딸기 농가들도 토경에서 배드시설로 대부분 돌아서기 때문에 전체적인 생산량 증가가 원인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의면 박모 씨는 “신규 진입농가는 대부분 고설 재배를 한다. 배드를 설치하는데 200평 한 동 당 2500만원 이상을 줘야 한다. 열 동만 해도 2억5000만원이다. 이걸 100% 자담으로 할 수 있는 농가는 거의 없다. 보조를 안 할 수가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충북에서는 청주시외에 진천군과 음성군에서 딸기 재배농가가 꾸준히 늘고 있다. 진천군의 경우 작년에 14농가였으나 올해는 19농가로 늘어났다. 이들은 대부분이 고설재배 농가들이다. 고설이 아닌 토경재배를 시도했다가 실패하는 농가도 상당하다는 게 농가의 전언이다.

진천군 딸기연구회장 황정찬 씨는 “겨울에 뭔가 해보려고 토경을 했다가 기술이 어려우니까 포기한 농가가 60호가 넘는다. 딸기는 초기 투자가 많이 들어가는데 돈이 될 것 같아서 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라고 말했다.

딸기를 새로운 소득작목으로 보는 농가가 많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로 음성군의 경우 명품화사업을 추진하면서 딸기로의 작목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수박과 멜론, 토마토에 집중돼 있는 시설농가의 소득이 시원찮다고 보는 것이다.

진천군과 음성군도 공히 배드시설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시설비의 50%를 보조지원하는 것이다. 생산면적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래저래 딸기 농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청주=이평진 기자 leep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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