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소비자시민모임 ‘유전자 검사’
50점 중 5개 둔갑 판매 적발
‘도토리 먹여 방목 사육’ 극히 일부 
대부분 배합사료 먹고 커
허위·과장 광고 심각 지적도

국산 돼지고기보다 1.3배 비싸
수입·유통 관리감독 강화해야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이베리코 흑돼지’ 중 일부가 백색 돼지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베리코 흑돼지 전체가 방목사육 방식으로 도토리를 먹고 자란 것처럼 국내에 과장 광고돼 있어 수입·유통 단계에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스페인산 이베리코 흑돼지가 ‘스페인 청정지역에서 도토리를 먹고 자란 자연 방목 흑돼지’, ‘세계 4대 진미’ 등으로 국내에 알려지면서 지난해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끈 가운데, (사)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 1월 18일부터 22일까지 국내 음식점과 유통매장(온라인 포함) 41곳에서 이베리코 흑돼지로 판매하는 50점에 대한 ‘모색 유전자 검사’를 통해 흑돼지 여부 판별검사와 함께 가격 및 표시광고 실태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소시모에 따르면 이번 모색 구분 유전자 분석 결과, 50점 가운데 5개가 백색 돼지를 이베리코 흑돼지로 둔갑 판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 3개 제품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수거한 제품이고, 일반정육점에서는 서울 경동시장 내 정육점에서 수거한 목살 1점과 동대문 소재 음식점에서 수거한 1점이 백색 돼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표시 광고 실태조사에서는 대부분 이베리코 흑돼지를 허위·과장 광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의 광고에서 이베리코 흑돼지를 ‘스페인 청정지역에서 도토리를 먹고 자란 방목 흑돼지’라고 선전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사육기간 중 대부분을 배합사료를 먹여 키우다가 도토리가 떨어지는 시기에 방목해 도토리를 먹게끔 사육하는 것으로, 이베리코 돼지 등급을 관리하는 ‘스페인 이베리코위원회’의 등급기준에도 이베리코 흑돼지 가운데 도토리를 먹여 방목하는 것은 최고 등급인 ‘베요타’와 그 다음 등급인 ‘세보데캄보’ 뿐이고, ‘세보’ 등급은 도토리를 먹이거나 방목해 키우지 않는 것으로 나와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음식점과 판매점 등에서 ‘스페인 청정지역에서 도토리를 먹고 자란 자연 방목 흑돼지’라고 이베리코 흑돼지를 홍보하는 것은 사실을 지나치게 부풀린 과장 광고라는 게 소시모 측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렇게 홍보한 프리미엄 이미지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이베리코 흑돼지가 국내산 돼지고기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시모 조사에서도 대형마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이베리코 흑돼지 목살 부위 평균가격은 100g당 3410원으로, 국내산 돼지고기 목살(2680원)과 삼겹살(2570원)에 비해 1.3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서울시내 음식점 24곳의 이베리코 흑돼지 목살 100g 평균 판매 가격(8360원)도 한돈인증점의 삼겹살·목살 평균 가격(7680원)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베요타, 세보데캄보 등의 등급을 표시해 이베리코 흑돼지를 판매하는 것도 잘못됐다는 게 소시모 측의 지적이다. 이베리코 흑돼지의 세부 등급은 ‘하몽(생햄)’의 원료육을 위한 등급으로, 스페인 현지에서는 생육의 등급은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국내 음식점과 인터넷쇼핑몰에서는 이베리코 흑돼지를 세부 등급으로 표시·구분해 베요타 등급은 등급 표기가 없는 이베리코 흑돼지에 비해 1.3배 정도 비싸게 판매하고 있다.

이에 소시모는 정부가 이베리코 흑돼지의 수입·유통 과정에 대한 관리·감독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시모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이베리코 흑돼지를 다른 수입 돼지고기에 비해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식하고 있는데다 국내산 돼지고기보다 비싸게 판매되는 만큼 둔갑판매 등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면서 “이베리코 흑돼지의 등급 표시도 명확한 근거를 확인하고 표시할 수 있도록 수입육 및 축산물의 표시 광고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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