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해영 한신대 교수

미·영·독 등 선진국들 대부분 ‘면허제’
물고기 크기·포획 마릿수 엄격 제한
국내 수자원·환경 보호위해 꼭 도입을


나는 낚시를 하지 않는다. 유소년기 부산 인근 갯바위나 어항 등에서 친구 따라 줄낚시 다닌 게 전부다. 하지만 어떻든 나로선 낚시 자체에 반대할 생각은 없다. 아니 오히려 관심 있는 쪽이다.

최근 <OO어부>란 TV프로그램이 인기다. 보니 재미도 있다. 그리고 낚시 인구가 수백만이라 한다. 낚시방송이 두 개나 된다. 새로운 레저문화를 선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등산에 이어 낚시가 전 국민 스포츠가 되는 모양이다.

그런데, 물론 그럴 리는 없지만, 저 수백만 낚시인구가 한 마리씩 낚는다면 전국의 어족자원은 어찌될까. 가뜩이나 이 나라 어촌마다 어획량 고갈로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닌지 오래다. 실제 낚시 방송을 보면 무슨 알아듣지도 못할 영어를 남발하는 프로낚시꾼들이 열개나 되는 낚싯대를 늘어놓고도 한 마리도 못 잡고 허탕 치는 일이 드물잖다. 나는 이분들이 실력이 모자라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벌써 근 30년이 다 되었다. 그 당시 독일에서 보니, 낚시를 하자면 시의 면허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현장 감독자의 요구가 있을시 제시해 보여야 한다. 낚시 바늘은 하나만 써야 한다. 잡을 수 있는 마릿수도 제한되어 있다. 치어방류는 기본이다. 그리고 조그만 손방망이를 지참해야 한다. 잡힌 물고기를 잡는 즉시 가격해 즉사시키는 용도다. 생명의 고통을 줄이기 위함이다. 주둥이에 낚시 바늘로 피가 뚝뚝 듣는 물고기를 쳐들고 만면에 웃음을 띠고 환호하는 TV프로그램 속 우리 연예인들과 얼마나 대조적인가.

미국 역시 낚시는 면허제다. 어종에 따라 아주 세밀하게 면허를 규제하고 있단다. 어떤 경험자에 따르면 심지어 조개도 면허 받아야 되고 이 때 링을 교부하는데 그걸 통과할 정도로 작은 조개를 캐다 걸리면 심지어 벌금형이다.

또 어떤 분은 자신의 미국 낚시 경험을 이렇게 증언해 준다. “미국에 와서 낚시를 시작했는데 주마다 민물, 짠물, 게 면허를 각기 사야 하고 크기 제한도 어종별 계절별로 복잡해서 제대로 숙지하지 않다가 수시로 순시하는 자연보호 경찰에 걸리면 사정없이 몇 백 불 그냥 맞아요. 표가 있어요. 잡을 수 있는 기간, 마릿수, 크기. 특정 어종이 줄면 크기 제한을 높이고요. 시민의식도 있겠지만 엄정한 단속이 있으니 그나마 지키는 거라고 봅니다.” 심지어 관광성 낚시라도 크기와 잡을 수 있는 마릿수와 크기는 제한되어 있다.

이 사정은 영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영국에서도 낚시를 하려면 면허를 사야 했죠. 1마리당 면허(라이선스)비를 지불하고, 보통 2~3마리 정도 낚시를 허용 하죠”.

최근 지자체차원의 축제에서 다시금 낚시가 논란이 된 바 있다. 바로 화천의 산천어 축제다. 여기에 환경단체 측에서 강한 비판을 제기했다. 요컨대, 산천어가 극심한 고통을 받다가 죽어가며, 원래 화천에 없는 산천어를 무리하게 운반해서 풀어놓는 것이며, 하천 생태계가 파괴되며, 수십만 마리 산천어가 학살되다 시피하며, 특히 맨손잡이는 인수공통 전염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생명다양성 재산 김산하 박사의 비판에 산천어 축제 홍보대사인 소설가 이외수가 반론을 폈다. 결함 없는 축제가 어디 있겠는가, 그나마 성공한 축제인 화천 산천어축제이니 결함들을 보완 수정하고 더 잘되도록 하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하는 말이다.

내가 말하는 낚시면허제와 산천어축제 논란은 좀 결이 다른 문제일지 모른다. 하지만 산 생명을 놀이삼아 갖고 노는 점에서는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그래서 이런 생명지킴과 종 다양성의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낚시 면허제는 우리 바다와 내수면 모두에서 다양한 수자원을 보호하고, 고갈을 막으며, 환경을 살린다는 점에서 매우 긴요하고 유용한 방책이다. 여기에 더불어 지자체가 면허를 통해 추가적인 세원을 확보해 죽어가는 우리 어촌과 바다 살리기에 사용한다면 더욱 반가운 일 아닌가. 또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이미 수십 년 전 부터 하고 있는 제도다. 입만 열면 내세우던 말하자면 ‘글로벌 스탠다드’다. 글쎄 모르겠다. 아무 규제 없는 전국적 낚시 광풍, 지금 나서 대책을 세워도 늦은 지경에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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