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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길의 시선] 농업현장 모르는 식약처 환경부, '불통행보' 멈춰야이상길 논설위원, 농정전문기자

[한국농어민신문 이상길 농정전문기자]

“환경 공무원이 언제부터 축사 건축 방식까지 개입했나. 악취 문제 해결을 위해 축사를 밀폐한다고? 그럼 미세먼지가 심각한데, 석탄발전소도 거대한 천막으로 밀폐하세요.”

충남 홍성에서 돼지 농장을 운영하며 지속가능한 축산을 지향하는 이도헌 ‘농업회사법인 성우’ 대표가 SNS에 남긴 말이다. 평소 농업을 비롯한 사회 현안에 대해 높은 식견을 보여주던 그가 평소와 달리 강하게 환경부를 힐난했다. 그가 이렇게 화가 난 이유는 뭘까? 그것은 환경부가 ‘제2차 악취방지종합시책’으로 2024년까지 모든 개방형 돈사를 단계적, 의무적으로 밀폐화 하고, 축사를 악취배출 사전 신고 대상으로 지정한다고 해서다.

그는 “농정에 있어 정권이 바뀌어도 정부가 하는 일에 무슨 변화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축산 악취 문제에 대해 나름 노력하고 있지만 살다 살다 이런 수준의 규제가 논의가 된다니 참 어이가 없다”고 했다. “규제할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규제할 대상을 없애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소농은 도탄에 빠지고 자본력 있는 대기업만 득을 보지요. 한쪽에서는 청년 축산 창업 지원하는 명분으로 세금을 쓰고 한쪽으로는 독립농을 도탄에 빠뜨리고.” 그의 글에는 정부의 탁상행정과 무능을 비난하는 댓글이 수두룩하게 달렸다.

이 대표는 SNS 글과는 별도로 이번 발표에 대해 “인륜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농정의 기본이 영세농을 보호하고 농촌을 살리는 게 1순위고, 대농은 스스로 서도록 해야 하는데 , 이렇게 하는 것은 인륜에도 벗어나고, 약자를 버리자는 얘깁니다.” 그는 대형 양돈장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마을과 공생을 추구한다. 최근에는 농장의 가축분뇨에서 메탄가스를 추출, 온실가스를 줄이고, 생산된 에너지를 마을의 시설원예와 접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축사의 창을 막는다는 환경부 시책은 근본대책이 되지 않는다. 현대적 시설을 하고 한다고 해도 돼지를 기르는 농장에서 가스와 냄새는 발생한다. 창문까지 막아버린 밀폐 축사에서는 거기서 살아가는 동물도, 일하는 사람도 건강의 위협에 노출되고 만다.

이번 발표는 이해 당사자인 축산 농가들의 의견이 배제됐다. 환경부는 5차례 전문가 회의, 한 차례 공청회를 통해 각계 의견을 수렴했고, 농림축산식품부, 식약처 등 5개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최종 확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축산단체들은 “이 중 축산을 대변할 수 있는 전문가가 누구인지 환경부는 공개하라”고 반박하고, 공청회도 축산단체에 안내 없이 추진,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축산업에 대한 ‘축산 패싱’의 작태에 대해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2018년 11월23일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주최하고 (사)한국냄새환경학회란 곳에서 주관한 공청회의 발표자나 토론자에는 축산전문가나 축산단체 인사가 포함돼 있지 않았다. 관계부처 협의를 했다는데도 이런 발표가 나오도록 한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해서도 “대체 뭘 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 양돈장 가운데 무창돈사는 30~40%에 불과하다. 환경부 기준대로라면 나머지 60~70%가 엄청난 돈을 들여 무창돈사로 바꿔야 한다. 가뜩이나 수입 증가와 소비 위축으로 돼지고기 값이 최근 5년 사이 최저로 폭락, 돼지 한 두 출하 시 마다 약 9만원의 피해를 입고 있는 형편이다. 환경부의 전면 무창돈사화 발표는 시설비가 부족한 영세 농가들은 농장을 포기하란 말에 다름 아니다. 농가들이 환경문제의 주범처럼 몰리다 농장 문을 닫는 동안 무창돈사를 비롯한 현대화 시설, 스마트축산, ICT를 이용한 악취감시 시설장비 업자 등이 호황을 맞을 것이다.

원인 해결을 위한 노력보다 냄새를 틀어막으면 된다는 무지막지한 시책은, 축산 현장을 전혀 모르는데서 나온 발상이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아닌 부처가 농업에 대한 전문성도, 책임성도 없이 권한만 쥐고 탁상행정으로 농민을 옥죄는 사례는 환경부 뿐 아니라 식약처도 마찬가지다. 국민 건강 운운하면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PLS(농약허용물질관리제도)를 강행하고,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계란 산란일자 표시를 밀어붙인다. 반대로 20만 명의 국민들이 청원한 GMO(유전자변형농산물) 완전표시제 실현은 외면하고, GM(유전자변형) 감자 수입을 승인한다. 대체 누구를 위한 식약처냐, 식품대기업의 대변인이냐는 비난과 함께 농장에서 식탁까지 식품관리업무를 농식품부로 이관하라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0여 개월이 흘렀어도 농민들이 간절히 원하는 농정 적폐 청산, 농정대개혁은 뭐 하나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는 식약처와 환경부가 농업을 다 말아 먹지나 않을까 걱정을 지울 수 없다. 모르면 가만이나 있던지, 조정되고 통제되지 않는 권력은 차라리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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