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키우고 교감하며…배려와 협력의 삶 깨닫게 되길"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 경북 경산시에 있는 원예치료센터 ‘뜨락’은 원예활동을 통한 치유와 농업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앞장서고 있는 곳 중 하나다.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함께 원예활동을 하며 교감하고 있다.

"식물 키우고 교감하며…배려와 협력의 삶 깨닫게 되길"

경북 경산시 자인면 북사리에 자리 잡은 원예치료센터 ‘뜨락’은 원예활동을 중심으로 문화예술프로그램과 진로체험프로그램, 농아인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며 사회적농업을 실현하고 있다. 특히 아이들의 정서 발달과 심리 안정, 창의성을 일깨워 주는 일에 집중하며 인근 경로당이나 장애복지시설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씨앗 심고·밭 가꾸고·열매 수확
매주 토요일 30회차 수업으로
개인주의 팽배해진 사회 치유   
아이들 정서 발달·안정 등 도움 

냄새 통해 과거 기억 되살리는 
치매 어르신 프로그램도 운영
24절기 접목 교재 등 직접 제작


#나눔과 베품을 배우는 ‘뜨락’ 

이곳 대표인 신은숙 씨는 “원예활동은 살아있는 식물과 오감을 통해 교감하며 전인적 치유역할을 한다”며 “개인주의가 팽배해진 요즘 사회에 나눔과 베품이 있는 마음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설립배경을 설명했다. 

어렸을 적 집이 과수원과 함께 있어서 자연과 함께 뛰놀며 성장했다는 그는 그 때의 경험과 환경이 지금 삶의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뜨락’이란 이름도 아이들이 뜰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모습을 상상하며 지었다. 자연과 함께 하는 활동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더 없이 좋은 영향을 준다는 확신이 ‘뜨락’을 설립하고 운영한 계기가 된 것이다. 

‘뜨락’은 2017년 농촌진흥청에서 시행하는 농촌교육농장 품질인증을 받았다. 품질인증은 ‘농업자원’, ‘교육운영자’, ‘교육프로그램’, ‘교육환경’. ‘교육서비스’ 등 5개 영역 29개 평가지표에서 80점 이상을 받아야 합격이 가능하다. 특히 ‘뜨락’은 농촌교육농장 육성 사업에 참여하지 않고, 기존부터 운영해온 프로그램으로 교육농장 품질인증을 받은 보기 드문 곳이다. 

주요 프로그램은 원예활동을 통한 치유 프로그램이다. 이중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라는 문화예술프로그램은 해마다 다른 주제로 청소년과 학부모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2017년에는 ‘공존의 가치, 숨 쉬는 이랑’이라는 주제로, 2018년에는 ‘고운 빛깔 꽃물로 하나 되어’라는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다.

매주 토요일 30회차 수업으로 이뤄진 이 프로그램은 각 수업마다 원예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들을 배워 나간다. 씨앗을 심고, 싹을 틔우며, 밭을 가꾸고, 열매를 수확하는 과정 속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협력하는 삶을 배워나가는 것이다.

프로그램 마지막은 수확한 농산물로 음식을 만들어 인근 경로당 어르신들이나 장애복지시설 아이들을 초청해 함께 나눈다. 


#원예활동 교재도 개발

‘뜨락’은 지역 보건소 및 노인복지관과 연계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치매 관련 원예치료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치매 프로그램은 위험군과 경증 환자로 나누는데 위험군의 경우 회상요법을 통해 과거 기억을 되살린다. 예를 들어 박하 향을 맡게 하면서 과거 박하사탕을 먹었던 기억들을 되살리는 것이다. 

특히 단순한 원예치료 활동에만 머무르지 않고 자체적인 교육 교재를 개발해 프로그램에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신 대표는 유아 및 아동을 대상으로 한 ‘뜨락에서 만난 그림책 이야기’와 ‘절기 따라 뜨락에서 노닐다’ 교재를 각각 출간했다. 

이중 24절기 관련 교재는 계절에 따라 농업 활동을 하며 그 시기마다 이뤄지는 농경사회의 세시풍속을 배움으로써 자연스럽게 사회성과 생명의 소중함을 기를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4월 ‘곡우’에는 꽃모종 심기와 화전 만들기를, 5월 ‘입하’에는 오이 지지대 세우기를, 6월 ‘하지’에는 감자 수확과 누름꽃 만들기를 하는데, 신 대표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의 주인인 아이들이 물질적 가치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농업의 사회적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길 바라고 있다.

신 대표는 “우선 아동 및 유아를 대상으로 한 교재를 만들었지만 앞으로는 노인과 중독자 등 여러 대상자들을 위한 교재를 만들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쇼핑몰 구상도 하고 있다. 2012년 예비사회적기업으로 활동할 당시 원예치료 활동에 필요한 교구를 만들어 팔았는데 생각보다 수요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당시엔 사정이 생겨 쇼핑몰 운영을 중단했지만, 센터가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되면 원예 치료를 위한 각종 키트를 개발해 쇼핑몰에 판매할 계획을 갖고 있다. 


"입소문 타 찾는 사람 많지만…행복 위해 프로그램 줄여" 
신은숙 뜨락 대표

‘뜨락’ 운영 면에 있어 신 대표는 욕심을 내지 않는다. “스스로 행복하지 않는데 누구를 치유할 수 있겠느냐”며 “복지원예사는 자신이 먼저 행복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입소문이 나면서 센터 매출이 가파르게 오른 적도 있었지만 이런 그의 철학으로 원예활동 프로그램을 이전 보다 많이 줄인 상태다. 

하지만 원예치료를 좀 더 배우고 연구해 나가겠다는 욕심만큼은 작지 않다. 원예치료학을 배우기 위해 대학원을 다니면서 2010년에는 농촌진흥청이 주관한 원예프로그램 지도자과정에도 참여했다. 대학원 과정은 자기 공부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다른 측면에서 배울 게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는데, 경산에서 수원까지 장거리 통학을 마다하지 않았다. 

원예활동이 갖는 장점에 대해 신 대표는 “요즘은 뭐든지 흔한 세상이다. 물질이 흔하다 보니 생명까지도 가볍게 다루는 경향이 있다”며 “원예활동은 생명을 다루는 활동으로 씨앗을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과정에서 경이로움과 더불어 활동하는 협동 정신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신은숙 대표가 처음 원예치료센터를 열었을 때만 해도 주변에선 ‘꽃에 병이 생기면 치료를 해주는 곳’ 정도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원예치료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고 원예치유 프로그램을 찾는 사람도 많이 늘었다고 한다. 특별히 홍보를 하지 않아도 ‘뜨락’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

신은숙 대표는 “꽃물을 가지고 염색을 해보면 천에 물드는 색이 꽃 색깔과는 다른데, 보여 지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처럼 다양한 경험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자신의 삶에 있어 통찰력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신 대표는 “농촌교육농장 인증제도는 있지만 치유농장에 대한 인증제도는 아직 없다”면서 “앞으로는 치유농업과 관련한 인증 기준도 마련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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