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새해 기해년 벽두부터 받은 몇 건의 전화. 용건은 모두 ‘농기계’였다. 희망찬 2019년을 기원하는 새해 안부는 생략한 채 어두운 목소리가 수화기로 넘어왔다.

첫 번째 전화, 트랙터를 산지 3개월이 넘어갈 쯤, 엔진에 이상이 생겨 한번 수리를 했는데 불과 며칠이 지나 또 같은 이유로 고장이 났단다. 그래서 엔진을 바꿔줄 것을 요구했지만, 그건 본사에 직접 물어보라는 답이 돌아왔다. 두 번째 전화, 벼를 수확하는 중에 콤바인이 논바닥에 끼어 회전이 제대로 되지 않아 AS를 요청했고, 농가의 잘못이 크다면서 특별한 조치없이 되돌아갔다는 민원이었다. 12월 말 내년 농사를 위해 검정 중 시동이 걸리지 않아 문의했는데, 새해 이후에 가겠다고 회신이 왔다는 전화도 있었다. 농가들은 전화 중에 “수천 만원 들여 산 농기계가 이렇게 무시당해도 되나요?”부터 “농가들이 봉인가”라는 말까지 퍼부었다. 오죽하면 새해부터 휴대전화를 들었을까?

이런 모습은 ‘서비스’를 최우선으로 내걸어온 농기계업체들 최근 행보와는 상반된다. ‘서비스’의 차별화가 회사의 미래를 좌우할 열쇠라고 앞다퉈 외쳐온 이들이지만, 정작 일부 지역에선 전혀 다른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소수의 모습이다. 그러나 일부가 쌓여 전체가 되듯, 조금씩 쌓이는 불만은 곧 농기계업체 전체의 불신으로 퍼진다. 위축돼 있는 농기계 시장에 얼음물을 끼얹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심하게는, “수입산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어 걱정입니다”라는 국산 농기계업체들의 하소연이 행동없는 ‘말’뿐임을 자명하는 처사인지도 모른다.

농가들의 요구는 같았다. ‘내가 산 농기계로 농사를 짓게 해달라’는 것, 농기계 결함이 생겼다는 농가 목소리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본사와 대리점간 책임 떠넘기기를 지켜보다가, 결함 농기계를 매만지고만 있다가, 자칫 영농활동에 농기계 투입시기를 놓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농가들이다. 단순한 관리소홀로 치부하기엔 대가가 너무 크다.

농기계 시장은 정체 상태다. 그래서 수출로 눈을 돌리겠다고도 한다. 이는 지금의 농기계 시장을 지킨다는 전제에서 가능한 구상이다. 농가와 농기계업체가 믿고 끌어야 할 때다.

또 하나, 정부는 밭농업 기계화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실행 중이다. 현재는 58.3%. 이를 2021년까지 65%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인데, 농기계를 향한 농민들의 신뢰 없인 힘들다. 이 부분도 간과해선 안된다. ‘농가와 농기계업체’간의 관계, 정부도 유심히 지켜봐야 할 이유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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