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

임기 이슈 대상자는 현 농협회장 뿐 
조합원 정예화·고령화 대책 등
정작 중요한 농협 발전 과제 많은데
연임제로 재전환 논의가 우선 ‘의문’


얼마 전 국회에서 농협법 개정 관련 공청회가 있었다. 전문가 진술인으로 참석했는데, 국회에서 요구한 사항은 공청회의 주제인 농협중앙회장의 선출 방식과 임기 방식에 대해서 집중하여 진술하라는 것이었다.

농업협동조합법은 매우 중요한 법이고, 동시에 조문도 177조에 이르는 상당히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법이다. 농협의 전국적 연합조직인 농협중앙회는 자본금이 십 조 원이 넘고, 회원조합에 지원하는 조합지원자금, 속칭 무이자자금도 10조원이 넘는다. 경제지주와 금융지주회사의 유일한 주주이며, 산하 자회사, 손자회사도 40여개가 넘어 가는 기업집단을 소유하고 통제하는 조직이다. 경제사업과 금융사업, 그리고 중앙회 자체의 교육지원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농민조합원과 우리나라 농업농촌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조직이다.

따라서 농업계의 누구나 농협에 관심이 높으며, 농해수위의 국회의원들도 농협법에 대한 관심이 지대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농협법은 언제나 개정안이 국회의안으로 상정되어 있으며, 연례 행사처럼 농협법이 크든 작든 개정이 이뤄지고 있다.

국회 공청회는 농협법 개정안으로 올라온 내용 중에서 심도 깊게 다뤄야 하는 내용을 다양한 관계자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만들어 국회의원들의 올바른 입법적 판단을 지원하기 위한 자리이다. 따라서 농협중앙회장의 임기와 관련된 개정안이 올라와 있고, 선출방식에 대한 개정안도 올라와 있는 상황에서 중앙회장의 선출방식과 임기에 대한 공청회를 갖는 것은 절차상으로 당연하다.

또한 지난 공청회의 의제 중 하나였던 농협중앙회장의 선출방식은 지난 수 년 동안 상당히 많은 일선 농축협 조합장들이 개정을 요구하여 왔던 주목도가 높은 이슈이며, 선출방식의 개정 여부에 따라 상당한 조직적 변화가 나타날 수 있어 공청회의 대상이 되기 충분하다.

하지만 농협중앙회장의 임기에 관한 이슈는 대상자가 중앙회장 1명 뿐이며, 그동안 농업계 전체에서 거의 논의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더구나 2009년 연임에서 단임으로 법을 개정한 후 실질적으로 4년 단임을 앞두고 있는 경우는 현 중앙회장 뿐이다. 그것도 임기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연임으로 개정하자는 논의가 나온 배경은 아무리 생각해도 상당히 의아스럽다.

그동안 농협법의 개정 방향은 중앙회의 사업과 힘을 분산하고, 중앙회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약화시켜 농협의 민주적 운영 구조를 조금이나마 만들어 보려는 것이었다. 농협중앙회에서 금융과 경제를 분리시킨 사업구조개편도, 무이자자금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만들도록 농협법에 판매유통자금의 운영을 명기한 것도, 농협중앙회장을 상근에서 비상근으로 바꾼 것도, 중앙회장의 선출 방식을 직선에서 간선으로 전환한 것도, 연임에서 단임으로 바꾼 것도 모두 비슷한 맥락에서 진행된 것이었다.

하지만 대다수가 실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오히려 간선제는 농축협간의 불평등을 야기시킨다는 여러 조합장들의 불만이 제기되는 등 부작용이 생겼다. 그나마 단임제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보는 상황이다. 그런데 한 번도 제대로 시행되기 전에 농협법을 개정한다는 것은 국회의 법제도적 안정성을 약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스럽다.

중앙회장이 연임을 할 때 더 책임있는 운영을 학게 된다는 연임을 주장하는 논리라면, 중앙회장은 비상근보다 상근이 되는 것이 논리적 일관성이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다시 지난 십수년간 농협법을 개정했던 농업계와 농민단체의 노력은 도로아미타불이 되어 버린다고 하겠다.

더 중요한 문제는 우선순위의 문제다. 과연 중앙회장의 임기 문제가 농협의 협동조합적 발전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이슈일까? 조합원의 정예화, 농축협 지도자들의 육성 방안, 고령화와 농업정책의 변화에 따른 지역종합센터로서의 농협의 위상과 사업의 재배치, 금융지주의 자본금 확대 추세에 따른 장기적인 제도적 대응책 마련 등 더 중요한 이슈들이 산적해 있는데, 중앙회장 임기가 이렇게 부각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우리 모두가 함께 물어봐야 할 일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