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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새해기획/농촌공동체 지키는 사회적 농업] <3>충남 아산 읍내주공아파트

[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 읍내주공아파트경로당 회원들이 텃밭을 꽃밭으로 일구고 있다. 이렇게 가꾼 꽃은 이웃간 웃음을 가져왔다.

꽃으로 물든 아파트…이웃간 소통·대화도 활짝

‘꽃’ 하나로 마을 분위기가 바뀔 수 있을까? ‘꽃’ 하나 심었을 뿐인데, 마을 주민들의 얼굴에 미소가 생길 수 있을까? 이 같은 물음에 ‘예’라고 대답한 곳이 있다. 충남 아산의 읍내주공아파트다. 꽃이 마을을 살렸고, 꽃이 웃음을 불러왔다. 대화 소리가 거의 없이 삭막하기까지 했던 읍내주공아파트가 ‘도시민 참여형 마을정원 조성사업’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이 사업을 주도한 아산시농업기술센터는 꽃이 마을단위 주민공동체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하고 있다.

단 하루만에 주민 동의 얻어
마을정원 조성사업 시작

경로당 회원 하나, 둘 모여
폭염에도 꽃가꾸기 구슬땀
주민들 행사 참여·만족도 쑥쑥 

툭하면 오갔던 욕설 사라지고
119구조대·경찰 출동도 감소
노인 소일거리에 건강 좋아져


#‘꽃’이 소통의 매개체가 되다


충남 아산의 읍내주공아파트는 1224세대다. 이중 900여세대가 기초생활수급자로 가장 많고, 국가유공자, 장애인, 새터민 등이 함께 거주하고 있다. 대부분 정부지원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아산시농업기술센터와 함께 ‘도시민 참여형 마을정원 조성사업’을 추진한 읍내주공아파트경로당의 권용환 회장(대한노인회 아산시지회 온양6동 분회장)은 “마을주민 구성원이 다르다는 점이 대화 단절로 이어면서 주변사람들이 읍내주공아파트를 ‘삭막한 아파트’로 부를 정도로 분위기가 차가웠던 곳”이라고 이전 읍내주공아파트 모습을 회상했다.

얼굴만 마주치면 싸우기 일쑤였고, 아무 이유없이 서로에게 화를 내는 것이 일상이었으며, 이웃을 봐도 본체만체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경찰차와 119구급대원이 드나들었을 정도로 사건·사고도 많았다. 그래서 권 회장은 2012년에 처음 회장직을 맡았을 때 ‘이곳을 사람사는 곳으로 바꿀 수는 없을까’를 고민했고, 그러던 중에 우연치 않게 알게된 아산시농업기술센터의 ‘도시민 참여형 마을정원 조성사업’을 통해 읍내주공아파트가 탈바꿈 하게 된 것이다.

아산시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도시민 참여형 마을정원 조성사업’은 아산지역의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소외된 지역주민이 마을정원을 직접 계획하고 꾸미는 과정에서 사회활동 능력을 높이자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마을정원 조성사업 대상자로 선정되려면 전체 주민의 1/3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예상과 달리 권 회장은 “이 과정이 의외로 수월했다”고 말했다. 단 하루만에 451가구에서 동의서를 보내줬다. 권 회장은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동의서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었던 데는 경로당 행복클럽 30명의 힘이 컸다. 행복클럽은 경로당 운영위원격으로, 마을정원 조성사업을 시행하기 이전부터 경로당 안팎에서 마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주도해오고 있는 경로당 회원들이다.


#대화도 트이고, 자존감도 높아지고

경로당 행복클럽을 중심으로 2018년 3월부터 9월까지 읍내주공아파트 텃밭을 꽃밭으로 일궜다. 알록달록한 꽃들이 황량했던 마을을 밝히기 시작한 것이다. 2018년 여름, 사상 유례없는 폭염에도 행복클럽은 물론 경로당 회원들이 하나 둘 씩 새벽부터 나와 꽃을 함께 가꿨다.

이렇게 추진한 마을정원 조성사업의 성과는 어떨까. 아산시농업기술센터가 마을정원 조성사업 동의서를 제출한 451가구를 대상으로 사업 전인 2018년 2월과 사업 후인 2018년 9월을 비교 조사한 결과, 행사참여율은 32%가 높아졌고, 마을정원 관리 참여도는 39%가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업기대와 만족도는 48%나 높아졌으며, 마을정원 조성을 통해 우발상황에 따른 119구조대와 경찰출동일수가 감소했다는 분석도 내놨다.

마을주민들이 체감하는 마을정원 조성사업 효과는 훨씬 더 크다. 무엇보다 ‘대화’다. 꽃이 소통의 수단이 된 것인데, 권 회장은 “꽃을 보고 그냥 지나치던 사람들이 이제는 ‘저 꽃이 예쁘죠’, ‘이 꽃은 어떤 꽃일까’ 등등을 안부식으로 묻고 대답한다”고 말했다. ‘툭’하면 나왔던 욕이 이제는 친근한 ‘안부’로 바뀐 셈이다.

또 하나는 ‘자존감’이다. 권 회장은 “정부지원금 수급자들이 많은 아파트 특성상 자존감이 낮았고, 이 때문에 싸움이 잦았다”면서 “마을주민들이 마을을 스스로 가꿔서 예쁜 꽃을 피웠다는 데 만족감을 갖고 이것이 자존감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예전과 달리 자신의 거주지를 읍내주공아파트라고 자신있게 밝히는 점, 달라진 모습이다.

이젠 홀로서기에 나서야 할 때다. 그 첫 번째가 꽃이 없는 겨울나기. 그래서 비닐하우스를 마을주민의 힘으로 지었다. 찬 바람이 불던 11월 초 비닐하우스에는 속속 상자들이 놓이기 시작했는데, ‘상자텃밭’을 운영하기 위함이다. 권용환 회장은 “꽃이 불러온 파급효과를 온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겨울을 어떻게 나느냐가 중요하다”며 “비닐하우스에 상자를 놓고 흙을 채워 꽃은 물론 채소도 키우려고 한다”고 밝혔다. 화려한 색감은 보기 힘들지만, 그래도 초록색을 보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품종을 심겠다는 것이 2019년 겨울 계획이다.


#권용환 읍내주공아파트경로당 회장 
“서로 인사하고 안부 묻고…6개월 사이 일어난 기적”

“서로 모른 척했던 지난 수년간의 세월이 불과 6개월여 만에 바뀌었어요. 이젠 인사도 하고 안부도 물으니까요. 그것이 ‘꽃’ 때문이라는 것이 놀랍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별 것 아닌 변화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권용환 읍내주공아파트경로당 회장은 ‘전혀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적’이란 표현까지 썼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꽃’이 있다. 아산시농업기술센터가 추진한 ‘도시민 참여형 마을정원 조성사업’으로 마을 곳곳에 꽃을 심은 지 불과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때부터 싸움이 아닌 ‘대화’가 오가기 시작했다는 것이 권용환 회장의 전언이다.

“마을에 있는 알록달록한 것들은 다 마을정원 조성사업을 통해서 만든 결과물”이라고 밝힌 권 회장은 “서로에게 무심했던 지난 세월에 비춰보면 당연히 기적이 아니겠는가”라며 “심적인 흔들림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파도를 가져오는지 직접 확인하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꽃을 보기만 했던 주민들이 이제는 꽃을 만지기 시작했는데, 꽃에 물을 주고 가꾸는 일이다.단순한 노동이지만, 고령인 이들에겐 이 시간이 소중하다. 매일 집에만 있다가 잠시라도 바람을 쐬고, 조금씩 움직이게 되면서 지병을 이겨내는 힘을 얻고 있다는 후문도 더했다.

권 회장은 “마을주민을 보면 밖에 나온 사람과 밖에 나오지 않은 사람이 확연히 구분될 정도로 안색에서 금세 표가 난다”며 “꽃에 물을 주고 꽃을 살피고 하는 행동을 통해서 몸을 움직이게 됐고, 실제로 1주일에 4번 병원에 간 주민들은 2~3번으로 줄었다고 하는 것을 보면 효과는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이제야 사람사는 동네 같다”고 미소를 보였다.

권 회장은 “6개월간의 사업이었지만, 경로당이 꾸준히 관리해서 내년에도 꽃을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아산시청과 아산시농업기술센터 등을 통해서 좀 더 의미있는 마을사업을 할 수 있는 방도를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공동기획 : 농촌진흥청 농산업경영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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