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기 논설위원·친환경농축수산 유통정보센터장

[한국농어민신문 정문기 농산전문기자]

2019년 기해년 새해가 밝았다. 황색을 뜻하는 '기(己)'와 돼지를 뜻하는 '해(亥)'가 모여 2019년은 황금돼지해로 불린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가슴이 설렌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농민들도 풍요와 번영을 상징하는 황금돼지해인 올해에는 소득이 예년보다 대폭 늘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때마침 새해부터 농가 소득과 연관이 있는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가 모든 농산물을 대상으로 전면 시행됐다. 현장 농민들과 농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계획대로 밀어붙인 것이다. 이에 앞서 구랍 28일에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PLS 세부 실행방안도 내놓았다 사용가능한 농약 부족문제를 해소키 위해 직권등록(1670개), 잠정등록(4441개), 농약회사 신청등록(907개) 등을 통해 7018개의 농약을 추가 등록하고, 농약잔류 허용기준을 인체에 안전한 범위 이내에서 5320개 추가 설정했다. 

또 항공방제, 농업용 드론 등으로 인한 농약 비산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산거리 시험, 잔류조사 분석 등을 실시했고, 살포단계별 주의사항, 적정 이격거리, 관련 법규 및 규정 등의 내용을 담은 방제 매뉴얼을 제작, 배포하겠다는 것이 발표 내용의 요지다. 사실상 그동안 농민들과 농민단체들이 문제 제기를 했던 등록농약 부족, 장기 토양 잔류, 혼작·간작 문제, 비의도적 오염 등 핵심 쟁점에 대한 후속대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PLS에 대한 농민들의 불안감과 우려를 완전히 씻어낼 수 없다. 지난 8일 열린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의 새 임원진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도 PLS 시행에 따른 모니터링 강화 및 후속조치 등을 촉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선 추가 등록농약, 특히 잠정등록 농약에 대한 불신이 크다. 농약이 등록되기 위해서는 약효, 약해, 잔류실험 등 짧게는 2~3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4441개의 잠정등록이 5개월여만에 이뤄졌다. 실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실제 이번 잠정등록의 경우 약해 실험만 하고 잔류성과 약효에 대해서는 이론 분석만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자칫 효과가 없는 농약이 유통되거나 토양에 농약이 장기간 잔류될 수 있다. 이는 농약의 잔류허용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약효가 떨어지는 농약 제품을 강하게 단속하고 있는 정부의 방침과도 대치된다. 

물론 정부는 잠정등록 농약의 직권등록을 서두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장 올해부터 농약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의 허술한 대책 탓에 농민들이 고소란히 피해를 볼 수밖에 없게 됐다.    

여기에 정부는 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당분간 단속 보다는 계도 중심으로 가겠다고 했다. 옳은 판단이다. 하지만 계도기간이 설정돼 있지 않다.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단속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농산물 성출하기 때 단속으로 전환된다면 과태료 부과 등 농민들의 피해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계도기간이라도 부적합 농산물이 적발되면 출하정지 및  폐기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어렵게 재배한 농산물의 유통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셈이다. 영세농, 소규모 농가에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바로 소득 감소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밖에 항공방제, 농업용 드론에 의한 농약 비산으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를 조정하고 해결할 방안 또한 미흡하다.
   
정부는 농민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PLS 전면 시행을 강행한 만큼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혼란과 충격을 최소화하는데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제도 도입은 도입 전 보다 도입 후 사후관리가 더 중요하다. PLS의 후속대책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인지하고 있을 때 앞으로 벌어질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일 수 있고, 연착륙 또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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