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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치유농업으로 농업에 빠지다

[한국농어민신문]

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 김경미 

농촌으로 향하는 비농업분야 청년들
생산 중심 1차산업으론 수용 한계
새로운 산업생태계 조성 고민할 때


20대 청년들이 치유농장을 준비 중이라며 연구실에 찾아왔다. 농촌진흥청에서 발간한 한국-네덜란드 치유농업 총서 시리즈를 열심히 공부했나 보다. 간간히 태그도 붙어있는 자료에는 빼곡하게 줄이 그어져 있다. 오늘 상담을 받기 위해 농장의 창립멤버 4명이 치열하게 토론하고 질문을 준비했다며 노트북을 여는 그들. 상담학 전공 2명, 원예학 전공 1명, 조경학 전공 1명. 지금은 양봉을 하고 있는데, 이 농장을 치유농장으로 해보자며 뭉쳤다고 한다. 치유농업을 하겠다면서 질문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자신들의 미래를 충실하게 준비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요즘 늘고 있어, 반갑고 더욱 애틋한 정이 갔다.

그들의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다. 4290㎡(약 1300여 평) 농지를 어떻게 조성하고, 시설이나 장비는 무엇을 갖추어야 할지, 프로그램은 어떻게 해야 할지, 수입원은 무엇으로 할지, 치유농장 고객을 어떻게 만나야 할지. 그들이 선정한 핵심고객은 일반인과 가족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들의 경험은 아동과 청소년과 주로 관련되어 있었고, 아동을 동반하는 가족을 대상으로 고객의 범위를 좁힐 필요가 있었다.

대부분의 농장은 생산을 목표로 하지만 치유농장은 고객의 문제와 요구를 완화하고 충족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더 목적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일상의 균형이 깨어진 사람들이 농업활동에 참여하면서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익구조도 중요하지만, 왜 치유농장을 시작하려고 하는가에 대한 스스로의 신념과 철학, 인식을 먼저 점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선진국의 사례에서도 치유농장을 다시 방문하는 고객의 약 65%는 농장주에 대한 신뢰와 친근감 때문이라고 했다. 작년에 세종시와 순창군에서 진행한 치유농장 프로그램에 참여한 고객들의 대다수도 치유농장을 운영하는 농장주의 배려, 고객에 대한 반응, 신뢰를 줄 수 있는 태도 등에 대한 기대감과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 따라서 농장의 직원들도 치유농업의 목표와 방향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고객을 어떻게 응대할 것인가에 대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농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중장년 이상일 때는 청년이 고객을 배려하는 방식과 그들 세대가 배려 받는다고 느끼는 기대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농장의 주요 고객에 대한 특성과 문제, 서비스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약 2시간가량 상담하면서 다양한 사례를 들려주고, 그들이 있는 지역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청년 농업인들을 소개해주었다. 그리고 현재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 조성한 텃밭과 정원 모델을 보여주었더니 그들이 준비한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다면서 인사를 여러 번 하며 일어선다. 어떻게 이렇게 농업을 공부하지 않은 청년들이 농업으로 올 수 있는가? 청년들이 치유농업으로 농업에 빠진다. 농촌으로 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에 따르면 연간 3만 농가가 은퇴하고 1만 농가가 신규 유입되는데 그 중 40세 미만 농가는 1000 가구 이하(약 10%이하)라고 한다. 3개 농촌마을당 1개 농가만이 40세 이하인 현실에서 농업 뿐 아니라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40세 이하 청년농업인이 연간 1000명 이상 추가로 더 유입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년농업인들 대다수가 초기 영농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은 기술이 부족하고 자금 문제, 판로 문제, 노동력 부족 문제 들이 있다. 이들이 정착한 영농유형과 치유농업은 어디쯤에 위치할 수 있는가?

어쩌면 농업을 기존의 생산 중심 1차 산업에 한정하고 지원체계를 마련한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농업으로, 농촌으로 올 수 있는 젊은이들을, 농업을 공부한 사람들도 막연하게 규정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농업농촌의 6차 산업화를 정책기조로 내세우고 있지만, 업종을 무엇으로 해야 할까? 한국표준산업분류나 한국표준직업분류는 농업에 기반한 다양한 산업형태를 반영하지 못하고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치유농업 종사를 희망하는 비율은 은퇴예정자(중장년) 67.6%보다 농업계 고교생의 희망비율이 70.5%로 더 많다. 대학생도 64.5%이다. 농업에 청년이 오기를 기대한다면, 새로운 산업유형으로서 청년들이 관심을 갖는 농업의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을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청년들이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를 조성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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