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벌써부터 ‘가격 급등’ 속단
소비 심리에 찬물 우려
사과·배 대과물량 적지만
명절 수급엔 큰 지장 없어


과일업계가 설 대목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목장에 진입하기도 전에 ‘올 설에 과일 가격이 높을 것’이라는 식의 성급하면서도 일방적인 전망이 퍼져 소비력을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과일업계에 따르면 최근 설 대목 과일 가격 전망과 우려는 유통업계로부터 파생되고 있다. 긴 경기 침체로 연말연시 소비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 속에 유통업계가 올 설 대목 마케팅 기간을 늘리고 있다. 이 가운데 유통업계는 생육기 작황 악화로 과일 생산량과 저장량이 줄어 전반적으로 이번 설에 과일 가격이 높다는 식의 발표를 하고 있다. 물론 자신들의 업체는 산지 직접 계약 등으로 인상을 최소화하거나 동결했다는 내용을 덧붙이고 있다.

이를 다수 언론에서 ‘설 선물, 과일 가격 껑충, A·B 세트 만만’ 등 몇몇 제품군과 비교하며 과일 가격이 높을 것이란 전망을 확대해 알리고 있다. 이에 설 대목은 물론 현재 각 유통업체별로 기업체 등의 설 선물 사전예약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과일 선물세트 소비에도 지장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과일업계에선 설 대목장에 진입하기도 전부터 확산되고 있는 설 과일 가격 우려 전망에 대해 ‘반쪽자리 전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과와 배의 경우 상대적으로 대과가 없어 대과 위주로 높은 시세가 나올 수 있지만 중소과는 반대의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과 기준을 낮추는 홍보 등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게 과일업계의 분석이다. 또한 감귤과 단감은 대과가 많아 대목장 제수용 수급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일 가격 우려 전망은 과채류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과일로 인식하고 과일 시장에서 볼 수 있는 딸기, 토마토 등의 과채류 소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들 과채류의 경우 현재 물량 증가 속에 시세가 평년 대비 약세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과일 가격이 높다는 식의 여론은 과채류 시세를 지지하는 데에도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가락시장의 이재희 중앙청과 경매부장은 “올해 유독 과일 품목별 수급 상황이 나뉜다. 사과와 배는 중소과 비중이 많은 반면, 단감과 감귤은 대과 비중이 많은 편이다”며 “사과와 배는 중소과 가격은 낮을 것으로 보여 대과 기준을 낮추는 것을 홍보하는 등 품목별 맞춤식 홍보가 필요하지, 일방적으로 과일 가격이 높다는 식의 전망은 자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연순 한국과수농협연합회 전무는 “최근 몇 해 동안 명절 대목 과일 수급에 문제가 있었던 적이 없었다. 38년 만에 가장 이르고, (설처럼) 저장물량이 아닌 갓 수확한 물량을 출하해야 했던 2014년 추석에도 과일 수급엔 문제가 없었을 만큼 산지에서 설과 추석은 잘 대비를 하고 있다”며 “특상품을 취급하는 백화점이면 몰라도 굳이 대목장에 들어가지도 않은 지금부터 설레발을 쳐 과일 소비를 떨어뜨려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 전무는 이어 “생산량은 줄어들었어도 지난해 일조량이 좋아 설에 과일선물을 사면 맛과 당도는 최고로 좋을 것이다. 이번 설에 우리 과일을 많이 소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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