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기해(己亥)년이 밝았다. 연 초라 그런지 서로 간 한해 덕담이 오가고 새해를 맞는 기대감도 큰 것 같다. 만사형통이라는 글귀가 적힌 연하장에서도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바람이 묻어난다.

하지만 농정은 지난해 풀지 못한 숙제들을 많이 떠안고 해를 넘어 왔다. 어찌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풀렸어야 할 농특위 설치를 다룰 ‘농어업 농어촌 특별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해 말 겨우 국회를 통과하면서 해를 넘겨 올해 숙제로 남았다. 농특위 구성에서부터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등 모든 것이 쉽지 않은 일들이다.

그리고 2018년산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쌀 목표가격 결정도 유례없이 해를 넘겨 이달 내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고, 덧붙여 논의될 농업직불제 개편도 여전한 풀어야 할 숙제거리다. 여기에 농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된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 앞으로 정착을 위해 풀어내야 할 숙제가 적잖아 보인다. 여기에 쌀 생산조정을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 5만5000ha를 목표로 추진되는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도 풀기 쉽지 않은 숙제거리라는 게 현장여론이다.

지난해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았다고 했는데, 올해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는 느낌이다. 이런 걸 가지고 흔히 ‘산 넘어 산’이라고 하나보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중대한 일들이라는 점에서 뜻을 잘 모아야겠다.

흔히 알려진 12간지의 순서를 정하는 설화에서 12마리의 간지 동물들 중 가장 늦게 결승선에 들어온 것은 돼지였다. 올해의 간지이기도 한 이 돼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12마리 동물들 중 유일하게 풍요를 상징한다.

늦어졌다고 해서 좋은 결과물을 내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역사상 파국은 욕심과 불통에서 기인했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논의의 주체들이 속마음을 꺼내놓고 진솔하게 문제를 풀어간다면 말 그대로 ‘만사형통’되지 않을까?

지나간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또 우리에겐 시간을 거슬러 오를 수 있는 기술도 없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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