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돼지도, 사람도 행복한 농장 만들고 싶어"

“돼지에게도, 사람에게도 좋은 환경의 농장을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2019년은 기해년으로 돼지 중에서도 ‘노란 돼지의 해’, 즉 ‘황금돼지띠’의 해다. 예로부터 돼지는 하늘에 바치는 신성한 재물이자 재산과 복의 근원으로 여겨졌다. 집안에 부를 가져다주는 길상의 동물이 돼지인데, 2019년은 그중에서도 더 특별한 황금돼지띠의 해라서 돼지가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에서 어머님과 함께 양돈장인 ‘서울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박성훈 씨도 1983년에 태어난 돼지띠다. 황금돼지띠의 해는 아니었지만, 박성훈 씨의 부모님이 양돈업을 시작한 해도 1983년 돼지띠의 해였다. 박성훈 씨는 돼지띠 해에 돼지 키우는 일을 시작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돼지띠 양돈인으로, 돼지와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박성훈 씨를 만나 양돈업에 관한 이야기와 돼지띠 양돈인의 새해 포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1983년에 태어난 돼지띠 양돈인 박성훈 씨. 이제 양돈 경력 10개월 차인 박성훈 씨는 2019년을 양돈인으로서 조금 더 내실을 다지는 한 해로 만들어 갈 계획이다.

10년의 프로그래머 생활 접고
어머니와 농장생활 10개월째
모돈 200마리 일관사육 구슬땀

퓨리나 주최 ‘2세 양돈인’ 스터디
선배들과 사양 기술 등 정보 교류
양돈업, 단순 기피 직종 아니라 
젊은 사람에도 전망 있다 알릴 것 



서울농장은 원래 군포시 산본읍에서 문을 열었던 곳이다. 그러나 9년 전쯤 양돈장이 있던 지역이 도시개발에 들어가면서 지금의 화성시 남양읍에 자리를 잡게 됐다. 여기서 드는 의문. 그렇다면 왜 농장 이름이 ‘서울농장’이 됐을까? 박성훈 씨는 “부모님 세대에는 ‘서울’이라는 단어에 ‘성공’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농장이 서울에 있지는 않았지만, 부모님이 농장 이름을 서울농장이라고 지으셨다”고 소개했다.

서울농장은 모돈 200마리 규모의 일관사육 농장으로, 임신사와 분만사·자돈사·육성사·후보돈사·교배사·비육사 2동으로 이뤄진 곳이다. 이곳에서 박성훈 씨는 현재 어머니, 4명의 직원과 함께 땀 흘리고 있는데 사실 성훈 씨는 여기서 가장 막내다.

박성훈 씨는 지난 4월부터 농장 근무를 시작한 초보 양돈인으로, 원래 직업은 양돈장과는 거리가 먼 웹 프로그래머였다. 그것도 국내 유명 포털에서 사내 운영 시스템 및 고객센터 시스템 개발을 담당하던 10년 경력의 전문가였다. 부모님이 해 왔던 일이지만 아직 젊은 나이에 안정적인 기반을 포기하고 전혀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기란 사실 어려운 선택이다. 이에 대해 박성훈 씨는 “10년 정도 회사생활을 하다 보니 앞으로 더 오래 할 수 있고 가치가 있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며 “마침 어머니도 오랜 농장 일에 무릎이 안 좋으셨고, 부모님이 평생 일궈온 농장을 계속 키워나가는 것이 조금 더 의미 있는 일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많은 고민 끝에 지난해 3월 퇴사를 결정했다는 성훈 씨는 “나한테 가치 있는 일이 가까이에 있었는데 너무 먼 곳만 바라봤던 것 같다”며 선택에 후회는 없는 모습이었다.

아직은 초보 양돈인 이지만 머지않은 미래 서울농장을 책임지게 될 박성훈 씨는 하나하나 일을 배워가며 농장의 전체 업무에 참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자돈사를 중점적으로 담당하며 이유 후 육성기 전까지 자돈이 잘 클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농장 근무시간은 아침 7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점심 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항상 농장 일에 빠져 있을 만큼 양돈인으로 변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생활하기를 10개월째. 성훈 씨에게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몸의 변화. 박성훈 씨는 “직장 생활보다 아무래도 농장에서는 활동적인 일들이 많기 때문에 예전에는 헬스장에 오랜 기간 다녀도 빠지지 않던 살들이 불과 몇 달 만에 자연스럽게 빠지게 됐다”며 “농장 일을 시작하기 전보다 몸무게가 4kg 정도 줄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변화는 메모하는 습관이다. 양돈장에서는 ‘기록’이 성적 향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박성훈 씨는 “돈사를 돌면서 문제가 있는 부분이나 기억해야 하는 부분들은 수첩에 항상 기록하고 바로 해결하려 노력한다”며 “직장에 다닐 때는 할 일이나 일정관리를 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사용했지만 농장에서는 핸드폰을 만지는 것보다 수첩을 꺼내 적는 게 더 효율적인 것 같아 어디서든 수첩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닌다”고 밝혔다.

관찰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성훈 씨에게 생긴 변화다. 박성훈 씨는 돈사 내 환경변화, 돼지들의 이상 증상 등을 조금 더 빠르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항상 주위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다른 분야에서 오랜 기간 종사하다 양돈업에 뛰어든 성훈 씨에게 양돈업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궁금해졌다. 박성훈 씨는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을 양돈업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무리에서 뒤처져 있는 돼지를 신경 써서 관리하다 보면 다시 살이 붙고 활발하게 뛰노는 것을 볼 수 있다”며 “한 번 더 관찰하고 개선할 부분을 고쳐 나갈수록 바로 좋은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 양돈의 묘미”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노력들이 수익으로 연결돼 농가로 다시 돌아오는 것도 장점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박성훈 씨는 양돈업 시작 이후 어려웠던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양돈업 진입 초기, 한창 배움의 열정이 많은 시기인 만큼 양돈을 공부하는데 필요한 자료를 찾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성훈 씨는 “양돈 관련 자료가 인터넷 검색에도 많이 나오지 않고, 이론서도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며 “지금은 잡지나 신문, 지역 모임 등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중 도움을 많이 받는 것이 사료 회사인 퓨리나 주최로 매월 한 번씩 화성 지역의 2세 양돈인과 함께 참여하는 양돈 스터디 모임이다. 박성훈 씨는 이 모임에서 돼지 사양 기술을 배우기도 하고, 선배 2세 양돈인들과 각종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조금 더 오래 할 수 있고, 더 가치 있는 일을 찾아 양돈업에 들어오게 됐다는 박성훈 씨가 양돈인으로서 정해 놓은 목표는 무엇일까? 양돈 농가로서 돼지가 편하게 성장할 수 있고, 복지 측면에서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근무하기 좋은 농장을 만들어 가는 것이 박성훈 씨의 목표다. 박성훈 씨는 “해를 거듭할수록 양돈 농가들은 계속 줄어들고 젊은 인력도 부족한 것이 양돈업의 현실이라 생각한다”면서 “양돈업과 같은 1차 산업이 단순히 기피하는 직종이 아니라 젊은 사람들에게도 전망 있는 산업이라는 것을 알릴 수 있도록 멋진 농장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박성훈 씨는 이 같은 목표에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해 돼지띠의 해인 올해는 양돈인으로서 보다 전문적인 기술을 쌓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성훈 씨는 “지난(2018년) 여름은 무척 더웠던 시기로, 사람도 힘들고 돼지는 더더욱 힘들었던 여름으로 기억한다”며 “무더위 때문에 수태율 하락 및 성적 저하가 있었는데 올해는 조금 더 철저하게 준비해서 무더운 여름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아직 양돈업을 시작하는 단계라 이론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부족한 부분들이 많다”며 “올해는 이런 부분들을 채워 나가면서 양돈인으로서 조금 더 내실을 다질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양돈업에 대한 관심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는 박성훈 씨. 초심을 잃지 않고 돼지들과 함께 베테랑 양돈인으로 성장해 나가는 돼지띠 양돈인 박성훈 씨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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