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강용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

생산면적 정확한 사전 집계 가능하면
농산물값 폭·등락사태 막을 수 있어
정부 ‘생산지도 시스템’ 구축 나서주길


황금돼지의 해가 밝았다. 작년을 그냥 보내는 것이 아쉬워 지난 기록을 뒤적거려 보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가격에 대한 통계다. 재작년에 이어 작년에도 감자와 당근은 폭등을 했고 재작년에 비싸게 거래되던 양파는 작년에 폭락을 했으며 무와 배추는 불과 한 달 사이 폭등과 폭락을 들락거렸다. 매년 우리 농산물의 가격은 이렇게 천당과 지옥을 반복한다. 폭락할 때는 관심이 없던 언론과 소비자들은 폭등하면 물가불안의 주범이라며 비난을 쏟아낸다. 그럼에도 우리 농업인들은 지금도 무엇을 심어야 할지 별다른 참고도 없이 늘 홀로 고민을 해야 한다.

몇 년 동안 농식품부, 기재부, 통계청 등 여러 기관으로 구성된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에 참여 한 적이 있었다. 수급의 기초 자료는 통계청의 자료와 농촌경제연구원의 관측 자료를 기초로 삼는다, 그런데 매번 생산 통계의 신뢰도에 불만을 토로 할 때가 많았고 통계청 담당자와 얼굴까지 붉힌 경우도 있었다. 또한 농경연의 표본 조사나 관측 방식에 대해서도 의견들이 많았다. 현재의 생산 통계와 미래의 예측 통계가 오차가 많다면 그 이후 대응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가나 기업, 개인에 이르기까지 각종 정책 및 의사 결정의 기초가 되는 것이 바로 통계다. 그래서 통계를 미래를 내다보는 나침반이라고도 한다.

지난 8년 전, 정부에 ‘농산물 생산지도’ 구축을 제안한 적이 있다. 매년 반복되는 농산물 가격 폭·등락은 ‘재배면적의 불균형, 재해, 중간 유통’ 등 크게 보면 3가지에 의해 결정된다, 그중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역시 무슨 작물을 얼마만큼 심었는지에 대한 생산면적의 사전 통계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모든 농지를 DB로 만들고, 직불금 신청과 연계하여 경작 전 생산 계획을 신고하고, 그 통계와 시뮬레이션을 통해 연중 생산 예상량을 사전에 예측하고, 재해 발생 시 감소율을 적용하여 예상 생산량을 측정한다. 농경연은 수집된 빅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재배 면적 과부족의 예측정보를 품목선택 전의 농가에게 사전에 안내하고, 농수산물유통공사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비축물량과 수출입 등으로 과부족에 대해 사전에 대응하는 ‘생산수급 통합시스템’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정확한 통계가 달갑지 않은 업종의 반대도 있었다.

회의적인 이유는 농가들이 사전에 생산 계획을 등록 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가장 많았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의 모든 논은 사전에 재배계획을 신고하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확인을 거친 후 직불금을 수령한다. 밭은 품목신고를 하지 않지만 역시 경작 확인 후 직불금을 받는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모든 농지는 직불금 수급 대상이다. 직불금 신청 시 품목을 신고하고 농지 지번의 데이터에 입력하는 ‘생산지도 시스템’만 갖추면 모든 농지의 작물과 면적 상황은 실시간 예측이 가능해진다. 이어서 작물별로 품종, 지역, 토질에 따라 평균 수확량과 생육기간 값을 설정해주면 전 농지의 생산 예상량을 실시간으로 몇 개월 전부터 미리 산출할 수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해나 외부환경으로 인한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가격 탄력의 가장 큰 변수는 줄일 수 있는 것이다. aT에서 수급안정사업의 일환으로 몇 가지 품목에 한해 일정 면적을 사전에 생산계획관리를 하고 있지만, 전체 생산통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수급안정대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경지면적은 약 162만1000ha이다. 우리 기술로 이 규모의 데이터를 관리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생산의 통계가 명확해지면 빅데이터를 통해 농업의 실제 생산 소득, 재해보험 등의 모든 통계와 응용자료는 명확해지고 이를 토대로 농업·농촌 정책을 현실적으로 설계해 나갈 수 있으며, 농업인의 범위를 재설정 할 수도 있다.

현재 글로벌 기업들이 자국 뿐 아니라 전 세계의 농업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전략을 수립하고 리스크를 해소하고 있다. IT 강국이라 자부하는 대한민국 농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현장을 제대로 반영한 보다 더 정밀한 국가 통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올해부터는 부디 우리농업도 투자하고 노력하면 얼마만큼 소득을 올릴 수 있는지 예측 가능한 농업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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