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문재인 농정 '기대가 실망으로'…“대통령의 무관심 가장 큰 문제”
최대 실책 ‘스마트팜’…농정개혁 1순위로 ‘직불제 개편’ 꼽아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문재인 정부 농정에 대한 평가는 싸늘했다. 한국농어민신문이 ‘2019 한국농업, 어디로 가야하나’를 주제로 농업 전문가 20인에게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문재인 정부 농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는 단 한명도 없었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주요 농정과제로 제시한 ‘스마트팜 확산’ 등 대다수의 농업 정책을 두고 “지난 정부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집중됐다. 집권 중반기에 접어드는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농정 과제로는 ‘공익형 직불제 확대 개편’ 등이 꼽혔다. 전문가 20인의 목소리를 빌어 문재인 정부의 바람직한 농정개혁 방향을 모색해본다.
 


출범 초 기대가 실망으로
“농정의 기본 틀 바꾸겠다더니
지난 정부와 다를 게 없어”
20명 중 19명 ‘매우불만·불만’
긍정적 평가 하나도 없어

최악 농업정책은 ‘스마트팜’
“일부 엘리트 농민만 위한 정책
농업환경만 되레 더 악화” 비판
‘규제 중심’ 미허가 축사 적법화
쌀 정책도 미흡 여론 높아


Q. 문재인 정부의 농정개혁 추진에 얼마나 기대했고, 기대 수준과 비교해 현재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20인의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농정개혁 추진을 상당히 기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20인 중 6명이 ‘매우 높게’, 7명이 ‘약간 높게’ 기대했다고 밝혔고, 이어 ‘보통’은 3명, ‘별로 없었음’은 4명에 그쳤다. (기대가) ‘전혀 없었다’는 전문가는 1명도 없었다. 그만큼 문재인 정부 농정개혁에 거는 전문가들의 기대는 상당히 컸다.

반면 그로부터 1년 8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 전문가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변해버렸다. 기대 수준과 비교해 현재의 문재인 정부 농정 개혁 추진 수준에 대해, 19명(매우 불만족 6명, 불만족 13명)의 전문가가 낙제점을 줬다. 보통은 1명이었고, 약간 만족이나 매우 만족 등 긍정적인 견해를 밝힌 전문가는 찾아볼 수 없었다.


Q. 불만족스럽거나 보통이라고 응답한 경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전문가들이 문재인 정부 농정개혁을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주된 이유는 ‘대통령의 농업·농촌에 대한 무관심과 공약 이행 의지 부족’이었다. 이 의견이 다른 의견을 두 배 넘게 압도했다. 이어 ‘농식품부 장관의 장기 공백 등 인사실패’, ‘농정 당국 관료들의 바뀌지 않은 인식 및 태도가 문제’라는 지적도 여럿 나왔다. 이외에도 ‘하나를 선택할 수 없다’, ‘농업·농촌에 대한 인식조차 없다’는 기타 의견도 있었다.

최양부 전 농림해양수석비서관은 “문재인 정부의 농정 비전과 추진이 한마디로 부재 상태라고 평가할 수 있다”며 “농정의 기본 틀을 다시 세우겠다고 했지만 모호하고,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들의 농정에 대한 무관심이 농식품부 장관의 장기 공백과 농정 관료들의 무사안일을 낳았고, 농업·농촌 현장의 의견수렴 부족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Q. 문재인 정부 들어 농식품부가 추진한 주요 농업정책 중 잘했다고 평가하는 정책을 선택해 주신다면?

20인의 전문가들이 여러 설문 내용 중 가장 대답하기 곤란하다는 의견을 밝힌 문항이 ‘잘했다고 평가하는 정책을 뽑아 달라’는 물음이었다. 구자인 선임연구위원은 “개별 사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는데 지난 정부와 비교해 특별히 잘한 정책은 아니라고 판단된다”며 “사업 주제(아이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책의 관점 전환과 추진 체계 개편, 사업 방법론 정비 등이 훨씬 강조돼야 한다”고 답했다.

그나마 전문가들은 ‘밭·조건불리지역·친환경 직불금 단가 및 재해복구 지원단가 인상’, ‘청년농 영농정착지원사업 및 청년농업인 창업 지원 확대’, ‘초등 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 시범사업 추진’에 점수를 줬다.

이재욱 소장은 “만족할 만한 정책이 별로 없는데 대략 난감하다”고 전제하면서 “그나마 청년농 영농정착 지원과 창업지원을 하고 또 확대까지 한 것은 잘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고령농민들이 1년에 5만명씩 세상을 떠나는 현실에서, 새로운 후계농민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유인책으론 좀 부족하다”고 피력했다.

‘밭·조건불리지역·친환경 직불금 단가 및 재해복구 지원단가 인상’과 ‘초등 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 시범사업 추진’ 등을 뽑은 정승헌 교수는 “(그래도 이 정책은) 역대 정부와 차별화 정책을 폈다”고 전했다.


Q. 반대로 문재인 정부 들어 농식품부가 추진한 주요 농업정책 중 잘못했거나 미흡했다고 평가하는 정책을 선택해 주신다면?

전문가들은 압도적으로 ‘스마트팜 혁신밸리 지정 등 스마트팜 확산·고도화’ 정책을 가장 잘못한 정책이라고 평했다. 설문조사 기간이었던 지난해 12월 18일 농식품부가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스마트 농업 확산과는 대척점에 있었다. 윤석원 명예교수는 “스마트팜 추진은 대다수의 농촌과 농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며, 일부 특정층만을 위한 것으로 성공여부도 미지수다. 산업으로서의 농업을 위한 정책이라고도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병선 교수도 “스마트팜 혁신밸리 지정 등을 과연 농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4차산업 혁명이라는 이름 속에 농업 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혁신밸리 지정보다는 보다 많은 농민들이 농작업을 쉽게 수행할 수 있는 농기계 개발과 보급 등이 더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축산업계의 주요 현안이었던 ‘미허가 축사 적법화 추진 및 동물복지형 축산 기반 마련’ 정책도 미흡한 정책으로 뽑혔다. 김훈규 사무국장은 “규제 중심의 미허가축사 적법화 추진으로 인한 현장의 불만과 갈등은 여전히 높으며,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는 해결 방안은 여전히 숙제”라고 진단했다. 축산 전문가인 안희권 교수는 “미허가축사 적법화는 명확한 기준제시가 미흡했고, 질병 최소화는 특별한 변화를 현장에서 체감할 수 없었다”고 가름했다.

세 번째로 잘못했다는 지적을 받은 ‘선제적 수급안정 대책 추진으로 쌀값 회복’과 관련해 강용 위원장은 “일시적인 조치는 했지만 장기적인 발전 전략이 부재해 몇 년이 지나면 효과는 반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쌀 정책’과 관련 정영일 명예교수도 “쌀 시장 왜곡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문항에 대해 선택을 하지 않은 유정규 단장은 “정책의 미흡한 부분을 찾기보다 ‘농정의 틀을 바꾸겠다’는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대통령의 농업·농촌·농민 무대접에 대한 섭섭함과 허탈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농업·농촌 관련 단체 대표와의 면담도 날짜만 가고 있고, 면담을 한들 기본적인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기대할 게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정책들도 이명박·박근혜 정부 농정의 연장선에서 끝날 것이라 생각해 기대를 접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농정개혁 1순위 ‘직불제 개편’
중소농가 경제 안정 기여 물론
농업 다원적 기능 회복 ‘초점’
대통령 직속 농특위 조속 설립
민관 거버넌스 체계 구축도

대통령·파워그룹 무관심 깨야
농정 관료 안일한 태도 바꾸고
전문가 집단 실천전략 구체화
현장 농민과의 소통 늘리고
지방 분권·지자체 역량 제고도



Q. 2019년 문재인 정부가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농업정책은 무엇입니까?

20인의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농업정책으로 ‘공익형 직불제 확대 개편’을 꼽았다. 윤병선 교수는 “공익형 직불제의 확대 등을 통해 중소농가의 경제안정에 기여하고,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명채 이사장은 “농민의 소득보장은 농산물 가격 보장만으로는 불가능하고, 농외소득인 가공·저장·유통 등은 기업과의 경쟁에서 도태 돼 결국 빼앗길 것”이라며 “따라서 공익적기능을 높이는 활동을 소득으로 연결시키는 정책의 틀이 만들어져야 소득보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대통령 직속 농어업특별기구 설치’를 제안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구자인 선임연구위원은 “무엇보다 농정의 정책결정에서 민간의 의견이 체계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며 “농어업회의소는 오랜 기간에 걸쳐 성숙해지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고, 일단은 농특위가 설치되고 정책결정의 주도성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환 원장은 “농특위, 농업회의소 등 거버넌스 체계는 조직의 설립 자체보다 구체적인 미션 정립이 필요하고, 기존 조직과의 관계 설정 등이 먼저 검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교통·주거·교육 등 살기 편한 농촌공간 조성’에 우선순위를 부여했다. 이재욱 소장은 “지자체는 현재 살고 있는 주민들, 농민들의 자존감 유지와 생활편의가 향상되도록 행정을 펴야 한다”며 “그 토대 위에 새롭게 진입하는 창업농들이 안정적으로 영농할 수 있도록 토지의 확보, 주거안정, 생활안정을 이룰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Q. 농정개혁 추진을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20인의 전문가들은 ‘대통령을 비롯한 파워 엘리트그룹의 농업·농촌에 대한 무관심’을 농정개혁을 위한 최우선 극복과제로 꼽았다. 그 다음으로, ‘바뀌지 않는 농정 관료들의 의식 및 태도’가 지적됐고, ‘전문가 집단의 구체적인 실천 전략 부재’, ‘지방분권 미흡 및 지방자치단체 역량 부실’ 등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양부 전 농림해양수석비서관은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적 파워 엘리트그룹이 농업·농촌에 무관심한 것은 농업·농촌의 정치적 비중이 현저하게 감소한 정치현실에서 당연하다”며 “오히려 농업계에 종사하는 전문가 집단이나 농협 등 농민단체, 농업인들이 어떻게 하나된 목소리를 내고 대통령을 비롯한 파워 엘리트그룹을 설득하고, 특히 일반 국민이 농정에 관심을 갖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정민철 대표는 “농정개혁의 방향과 전략이 없고, 하소연만 들어주는 방식에 머물고 있다”며 “농업의 장기 비전을 고려하지 않은 파워그룹의 무관심과 관료그룹의 안일함, 농민단체의 관성화가 모두 혼합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Q. 그 외 농정개혁을 위해 중앙정부나 지자체, 농업계에 대한 당부의 말씀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20인의 전문가들은 설문조사 내용 외에도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윤병선 교수는 “농정개혁위원회가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발족했고, 지난해 2월부터 5월까지 전국 광역지자체를 순회하면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농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된 순회토론회 결과를 취합한 마무리 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전국 순회 토론회에서 공언했지만, 이에 대한 후속 논의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장관의 공백과 후임 장관의 임명 등 혼란 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았다손 치더라도 농민 저변의 농정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말로 하는 농정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는 농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자인 선임연구위원은 “시군마다 칸막이를 극복하고 농촌정책의 거버넌스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통합형 중간지원조직의 설치 및 운영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삶의질 특별법을 개정해 통합형 중간지원조직의 설치 근거를 마련하고, 국비 지원을 통해 시군마다 중간지원조직이 설치되도록 ‘정책적 유도’가 필요하다”며 “농촌정책의 통합형 중간지원조직에 시군마다 10명 내외가 근무하게 되면 ‘돌아오는 농산어촌’을 실현할 수 있고, 또 역량강화사업을 지역 주도로 추진하면서 다양한 창업조직 설립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섭 연구위원은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농업환경에 대한 고민과 정책이 부족했다. 이것은 안전한 먹거리 생산과는 또 다른 문제로, 특히 축산 분뇨 등으로 인한 문제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대응을 못 해왔다”며 “농특위가 빨리 구성돼 먼저 해야 할 과제 중 하나도 농업환경이라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황영모 연구위원은 “지역농정 분권을 위한 대책을 수립·추진해야 하고, 농발계획과 푸드플랜, 삶의질 계획 등 관련 계획의 위계와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며 “6차산업화 관련 다양한 규제개선 사항에 대한 세밀한 검토, 국가단위 직불제 개편과 함께 지자체 차원의 농가소득 지원대책을 같이 병행해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승구 교수는 “농정개혁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현장의 주체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생산 농가의 자생적 조직화 확대가 필수적”이라며 “산지조직화를 통해 생산자의 자생적 시장교섭력을 확대해 나가는 한편, 산지조직화의 진전 여부에 맞춰 합리적인 도매시장 유통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리=김경욱·이기노 기자 kimkw@agrinet.co.kr
 

#설문 참여 전문가 20인
△정영일 서울대 명예교수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이태호 서울대 교수 △윤병선 건국대 교수 △권승구 동국대 교수 △김태연 단국대 교수 △정승헌 건국대 교수 △안희권 충남대 교수 △정명채 농촌복지연구원 이사장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 △최양부 전 청와대 대통령 농림해양수석비서관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원장 △이재욱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구자인 충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황영모 전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강  용 친환경자조금관리위원장 △유정규 서울시 지역상생교류사업단장 △정민철 젊은협업농장 대표 △김훈규 거창군농업회의소 사무국장(이상 무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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