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해영 한신대 교수

2019~20년 세계시장 불황 이미 예고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유턴 말고
자본 유출·일자리 유출 막는데 힘써야


안타깝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서둘러 선회할 일인가 싶다. 지난 대선 진보와 성장이 대척적일 이유가 없다고 내건 것이 소득주도 성장론이었다. 물론 소득이란 주되게 임금소득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 이론적 타당성 여부는 차치하고, 성장프레임을 선택한 이상 각종 거시경제 지표가 좋지 않을 경우 수세에 몰릴 리스크는 처음부터 내장된 것이었다.

성장이란게 따져 보면 결국은 방정식이다. GDP=C(소비) + G(정부지출) + I(투자) + Ex(순수출), 모든 경제학 원론에 나오는 저 진부한 방정식이 이른바 성장이다. 그래서 소비가, 정부 지출 곧 재정지출이, 투자가, 무역흑자가 증가하면 성장률이 늘어난다. 소득 곧 임금이 인상되면 소비가 늘고 따라서 생산이 증대된다. 생산이 증대하면 일자리 즉 고용이 늘어난다. 이른바 경제의 선순환이다. 하지만 자본이동의 완전한 자유가 보장되는 글로벌 경제하에선 이런 그림은 18~19세기 경제동화책에나 등장할 환상에 다름 아니다.

소득주도 곧 최저임금 인상에 중소, 영세 자본은 당장 일자리 감축으로 대응했다. 예상치 못한 역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중소자본 역시 재벌자본에겐 고작 ‘을’에 불과했고, 양극화의 피해자일 뿐이다. 중소자본의 호주머니를 털어 성장의 동력으로 삼기에 그들은 이미 너무나 피폐해져 있었다.

2019년 경제 활력 제고란 이름으로 대기업 곧 수출대자본에 몰아주면 이들이 투자에 나설까? 단언컨대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0.3%에 불과한 대기업 곧 재벌이 모든 기업의 총 영업이익의 60% 이상을 챙기는 게 한국 경제의 현실이다. 다른 한편으로 2006~2016년간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18% 증가했는데 반면 유출액은 114% 증가했다.

2016년을 놓고 볼 때 유출액이 10조원 이상 많다. 한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순자본유출국이다. 외국자본이 유입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그 보다 국내자본이 너무 많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이 문제라는 말이다. 그 결과 또 다른 자료에 의하면 지난 17년 동안 이러한 자본유출로 인해 직간접적 일자리 유출이 연간 12.5만개에 달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내년 우리 정부의 경제정책 예상으로 2.6%정도 성장한 결과 일자리 15만개가 만들어진다 해도 그 만큼의 일자리 유출이 발생하는 셈이다. 결국 이 말은 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출 곧 세금으로 재벌의 국내투자를 유도하겠다는 말이다. 심지어 국가 기간시설 등에도 재벌 투자를 허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역시 그 정도 액수의 자본유출이 발생하는 조건에서 재정투자는 결국 수출대기업의 이윤율을 보전하는 것 그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양극화는 더 심화될 거라는 말이다. 국내투자를 한다 해도 무인화 공장이거나 부동산 곧 지대추구 행위 이상을 기대하긴 어렵다.

무역흑자가 성장에 기여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 수출의 내면을 보면 기업내 무역이 적어도 1/3은 될 거로 보이고, 또 1/3은 초국적 국내 재벌 간의 거래일 것으로 본다. 예컨대 삼성코리아와 삼성베트남간 혹은 삼성코리아와 현대아메리카식의 거래 말이다. 그러니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갈수록 하락하고 또 고용과의 연관도 그렇다. 성장, 수출, 고용, 투자 등의 고리는 끊어져 버린지 오래다.

외부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은 게 근본적인 문제다. 이 조건에서 성장은 외부시장이 결정할 수밖에 없다. 2019년 세계시장의 불황이 예정되어 있다. 또 그 다음해에는 나홀로 성장세인 미국시장의 불황이 예고되어 있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결국 ‘포스트글로벌’ 경제가 대안이다. 당장 더 이상의 자본유출, 일자리 유출을 막는 것이 급선무다.

트럼프의 무식한(?) 압박으로 애플이 대대적인 미국 내 투자를 발표한 사례가 갖는 의미를 잘 따져볼 일이다. 신자유주의 정책수단의 유혹에 빠질 경우 한국판 노란조끼가 출현하지 말란 법도 없다. 내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2019년의 경제가 2020년의 총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가뜩이나 ‘빈손’개혁 목소리가 높은 마당에 총선 이후 더욱 더 바뀔 것이 없는 그런 상태, 지금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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