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올 한해 화두 중 하나는 ‘페미니즘’이었다. 올해 초부터 성차별과 성범죄를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부터 시작해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겪는 불합리성을 표출하고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페미니즘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출판계에서는 페미니즘 서적 판매량이 판매 우위를 점하고 있고, 여성들은 총 여섯 차례에 걸쳐 거리로 나와 성범죄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여성들이 많이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여성의 외적 기준을 강요하는 사회에 반발하며 긴 생머리를 짧게 자르고 짙은 화장을 거부하는 등의 ‘탈코르셋’ 운동이 진행됐다.

정치권에서도 여성의 권리 증진을 위한 활동이 활발했다. 정부와 국회 원내 교섭단체들은 여성위원회와 양성평등위원회 등의 기능을 강화했고,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여성 친화 도시를 지정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교육부에서는 미투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성평등정책을 11년 만에 부활시켰다. 여성가족부에서는 여성임원이 많은 기업을 상대로 연금을 집중적으로 투자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이렇듯 한국 사회는 올 한해 여성의 권리 증진을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계에서 목소리를 내고 정책을 발굴에 매진했다. 하지만 이 같은 활발한 페미니즘 운동에도 음지가 존재했다. 바로 농촌에 거주하는 여성농업인이다.

사실 여성농업인들은 꽤 오랜 기간 여성의 권리 증진을 위한 목소리를 내왔다. 농촌에서 농사뿐만 아니라 집안일까지 하는 여성농업인들은 남편으로 한정돼 있는 경영주 등록을 공동으로 하는 ‘공동경영주 등록’ 등의 권리를 주장했다. 또 능력 있는 여성농업인들의 활발한 사회 진출을 위해 지자체 정책위원회와 농협중앙회의 조합원 및 임원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고, 여성농업인을 전담으로 담당하는 부서의 설치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사회에서 일어나는 급격한 페미니즘 운동의 결과에 비해 농촌 내 여성농업인 관련 정책이나 구조 변화는 초라할 따름이다. 공동경영주 등록 비율과 지자체 및 농협 내 임원 비율은 과거에 비해 조금은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치에 머물고 있다. 또 여성농업인 전담부서 설치도 정확한 역할이나 인원 분담에 대한 부처 간 논의로 인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현장에서 여성농업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여러 사연을 접하게 된다. 주 연령층이 50~70대인데 보수적인 농촌 사회에서 배움에 대한 열망이 있었지만,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배우지 못한 사연과 지역사회에서나 집안에서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게 드러낼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이들이야말로 누구보다 성차별의 피해를 입은 이들이었다.

부디 밝아오는 새해에는 사회적으로 불고 있는 페미니즘의 열풍이 농촌 사회에도 전달돼 여성농업인들이 주장하는 여성농업인 전담부서 설치와 공동경영주 등록, 농협 임원직 진출 확대, 여성농업인을 위한 정책 강화 등의 당연한 권리가 증진되길 소망한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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