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저물어 가는 2018 무술년 한 해를 되돌아보면 농업계 이슈가 상당히 많다. 농업계는 올해를 문재인 정부에서 내세운 농정의 기본 틀이 바꾸는 원년으로 기대했으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6·13 지방선거 출마를 이유로 사퇴하면서 장관직 5개월 공석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로 인해 농민단체들은 농정을 만만하게 볼 뿐 아니라 철저하게 소외시킨다고 인식하게 됐으며, 불만은 농정개혁 시민농성단 릴레이 단식으로 표출됐다. 20년 만에 쌀값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 쌀 목표가격 기준 설정은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으며,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PLS로 인해 농민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특히 110년만의 폭염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채소뿐 아니라 과수농가로 피해가 확산되면서 농업 현장 농민들에게 가혹한 여름으로 기억된다. 지금까지 농업계의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10대 뉴스를 선정해 한 해를 되돌아 봤다.
 

▲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공백 137일 만에 이개호 장관 지명자가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받았다.

1. 5개월 이어진 농식품부 장관 공백
김영록 장관 ‘단명’…농정개혁 동력 상실


올해는 사상 초유의 농정 컨트롤타워 실종 사태를 맞은 해이다. 6·13 지방 선거를 앞두고 공직 사퇴시한 직전에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을 비롯해 신정환 청와대 농어업비서관, 이재수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전남 도지사 및 춘천시장 선거에 후보 출마를 위해 모두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다. 이로 인해 문재인 정부의 농정 개혁을 지휘해야 할 주무부처 장관과 청와대 비서관 및 선임행정관 등 핵심 컨트롤타워가 공석 상황인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10개월만의 일이다. 지난해 7월 취임한 김영록 전 장관은 8개월간 장관직을 수행한 ‘단명 장관’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후임 인사가 빠르게 이뤄진다고 해도 농식품부 장관의 경우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야 하는 만큼 적지 않은 기한이 요구되고, 청와대 후임자들도 업무 파악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당분간 업무 공백은 불가피하다고 전망됐다.

결국 농정 컨트롤타워 공백은 현실화 됐다. 김영록 장관이 전남도지사 후보 선거 출마로 지난 3월 13일 사퇴한 이래 137일 만인 7월 26일 이개호 국회의원이 지명될 때까지 약 5개월 동안 장관 공백기를 맞은 것이다.

이를 두고 농업계에선 정부의 농정 개혁 추진 동력이 크게 꺾일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얼마나 농정을 만만하게 여기면 이런 일이 벌어지나’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특히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핵심 농정공약의 추진 동력이 약화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며 “특히 쌀 목표가격 기준 설정, 중장기 직불제 개편 방안, 쌀 수급·가격안정 대책 등을 당면 농정 현안들의 대응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러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으며, 12월 하순까지 국회에서 쌀 목표가격 기준 설정과 직불제 개편 방안 등은 여·야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체 해를 넘길 처지에 놓였다.
 

▲ 농업계 인사들이 문재인 정부의 농정공약 이행 등을 촉구하며 청와대 인근에서 29일간 단식 농성에 돌입하며 반향을 일으켰다.

2. 농정개혁 시민농성단 릴레이 단식
농업계 안팎 동참…대통령 면담 등 약속


농정적폐 청산과 농정대개혁 등 문재인 대통령의 농정공약 이행을 촉구하며 농업계 인사들이 자발적으로 청와대 인근에서 29일 동안 무기한 단식 농성을 진행해 농업계 안팎의 반향을 일으켰다.

9월 10일 ‘국민의 먹거리 위기, 농정 적폐 청산과 대개혁을 염원하는 시민농성단’(시민농성단)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단식 농성에 돌입한 이들은 진헌극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공동대표, 김영규 GMO반대전국행동 조직위원장, 유영훈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이사장, 채성석 전 동군산농협 조합장 등 4명이다. 이들이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게 된 이유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유독 농업 분야에서는 농정개혁이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는 데다 5개월여 동안의 농식품부 장관 공백, 답보 상태의 농업 예산 등이 맞물리며 “더는 이대로 있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이들은 단식 농성에 돌입하며, △국민과 농민에게 사과하고 먹거리·농업 진영과의 면담에 응하라 △적폐 농정을 즉각 중단하고, 구태의연한 관료들을 쇄신하라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 식량문제 직접 챙기라 △개혁에 즉각 착수하라 △민간 주도 농특위를 즉각 설치하라 등 5개의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농성장 방문을 비롯해 지지, 응원의 메시지가 SNS 상에 삽시간에 퍼졌다. 농업계 원로, 지식인, 시민사회와 먹거리 단체를 결집하는 데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농성이 장기화되면서 정치권과 정부도 움직였다. 끝내 농업계와의 대통령 면담과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설치 법안의 처리 등을 약속 받는 한편 농업계에 퍼져있는 ‘농업 홀대’ 목소리를 결집하는 등의 결실을 맺었다. 
 

▲ 남북 정상이 4월과 5월, 9월 세 차례 정상회담을 열면서 남북경제협력 분위기가 조성됐고, 농업 분야에선 산림협력 사업이 선두에 섰다.

3. 남북정상회담과 감귤 북송
산림분야부터 남북농업협력 불당겨


올해는 4월과 5월 판문점에 이어 9월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3차례 이뤄지며 남북 화해와 번영의 메시지를 국내외에 알렸던 역사적인 해였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11년 만이며, 4월 판문점 회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으며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모았고, 6월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남북경제협력 재개 분위기가 만들어지며 그동안 중단됐던 남북농업협력 재개를 둘러싼 기대도 어느 때보다 높았던 한 해였다. 농업 분야에선 산림 분야가 선두에 섰다. 남북은 정상회담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10월 22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남북산림협력 분과회담 공동보도문을 발표하고 소나무재선충병을 비롯한 산림병해충방제사업 및 북측 양묘장 현대화 사업 추진 등의 향후 계획을 밝혔다.

한반도 최남단인 제주의 특산물인 감귤도 11월 남북 화해 무드를 타고 북녘 땅을 밟았다. 북측의 ‘송이버섯’ 선물에 대한 답례 차원으로, 기후 여건 상 북측에서 재배하기 어려운 제주산 귤 200톤이 군 수송기 편으로 북송됐다. 청와대는 “지난 9월 평양정상회담 당시 북측이 송이버섯 2톤을 선물한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남측이 답례를 하는 것”이라며 “귤은 북한 주민들이 평소 맛보기 어려운 남쪽 과일이며 지금이 제철이라는 점을 고려해 선정했다. 대량으로 보내 되도록 많은 북한 주민들이 맛보게 하고자 하는 마음도 담았다”고 밝혔다.
 

▲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포스터를 유권자들이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4. 민선 7기 지방자치 시대 개막
전체 투표율 60.2% 기록…민주당 압승


지난 6월 13일 치러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로 민선 7기 지방자치 시대의 막이 올랐다. 이번 지방선거에는 전체 투표율 60.2%를 기록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나타냈으며, 시도지사 17석, 구시군의장 226석 등 총 4016석을 놓고 투표가 이뤄졌다. 도지사 선거에선 경북(자유한국당)과 제주(무소속)를 제외하고 모두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는 결과가 나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농업경영인 출신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314명의 농업경영인 출신 후보자들이 출사표를 던져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에서 총 180명의 당선자가 나왔다. 이중 기초단체장에는 우석제 안성시장, 정하영 김포시장, 김광철 연천군수, 문정우 금산군수 총 4명이 당선됐으며, 광역의원에는 총 26명이 당선돼 도의회에 진출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농업경영인들이 대거 당선됨으로써 향후 4년간 지방농정에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낼 것이란 기대가 크다.

지방선거에 앞서 각 정당들은 농정공약을 내걸며 농심 잡기에 열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 푸드플랜 수립 지원 △농가단위 공익형 위주 직불제 개편 △분권형 자치농정 실현을, 자유한국당은 △청년 창농·귀농 10만명 달성 △농어업재해보험료 국비지원 비율 인상 △농어업인 마을 공동급식 사업 추진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 바른미래당은 △오지·전통마을 기본 소득지원제 도입 △수확물 담보형 농어업인 월급제 도입, 민주평화당은 △쌀 원료 식품·음료제조업 지원 △식량자급률 목표 상향 조정, 정의당은 △지역형 농민 기본소득 도입 및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 △농부병 치료지원과 도립 요양병원 운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 조생종벼 수확이 한창인 강원 철원지역 수확 장면. 올해는 사상 유래 없는 수확기 정부비축미 5만톤 방출이 있었다.

5. 쌀값 회복과 새 목표가격 설정
수확기 공공비축미 방출에 ‘농심 피멍’


2018년산 쌀 수확기에 접어들면서 통계청이 조사하는 산지쌀값이 20kg 기준 4만8000원대를 나타냈다. 이는 통계청이 산지쌀값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난 2013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 이에 대해 농민들은 ‘산지쌀값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입장을, 소비자단체에서는 ‘쌀값이 너무 올랐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연일 언론지면상에 오르내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급기야 수확기에는 이례적으로 정부가 공공비축미 5만톤을 수확기에 방출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면서 농민단체는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고, 수확기 정국은 싸늘하게 식기까지 했다.

같은 기간에 진행된 새 목표가격 설정과 직불제 개편논의도 수렁에 빠졌다. 당초 정부는 물가인상률을 반영한 새로운 목표가격 정부안을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개정 후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통과되지 못하면서 현행 법률에 따라 18만8192원이라는 정부안을 11월 1일에서야 국회에 제출했고, 기대치에 못 미치는 안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농업직불제 개편 논의와 맞물려 목표가격과 한 쌍인 변동직불제 폐지가 거론되면서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 연초 열린 ‘범농업계 농업가치 헌법반영 추진연대 발족식’ 장면. 농업관련단체들이 농업가치 헌법반영을 위해 힘을 합쳤다.

6. 헌법에 농업가치 반영 요구 활발
‘농업가치헌법반영 추진연대’ 발족 


지난해 말 농업가치 헌법 반영을 위한 1000만인 서명운동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면서 농업계가 요구한 농업가치의 헌법반영이 가시화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맞은 2018년. 하지만 기대감보다는 피로감이 더한 한해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연초만 해도 농민단체들을 주축으로 ‘범농업계 농업가치헌법반영 추진연대’가 발족하는가 하면, ‘농업가치 헌법 반영 1150만명 국민서명서’를 당시 김재경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에게 전달하는 등 농업가치 헌법 반영 분위기를 이어가는 듯 했다.

특히 여·야 논란 속에서도 ‘문재인 대통령 안’으로 지칭된 정부안에 ‘농어업의 공익적 기능을 바탕으로 농어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농어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원 등 필요한 계획을 시행해야 한다’(제129조 1항)는 조항이 포함되면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정부의 안에 대해 여·야 간 입장차가 제기되는 한편, 국회의원 선거제도와 맞물려 헌법을 개정해야 하자는 입장이 제기되면서 헌법 개정논의는 사실상 지지부진한 상황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의 공익적 가치 헌법 반영의 목소리가 크고, 정부 안에서도 부족하나마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는 조항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개정이 이뤄진다면 농업계의 요구가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았다.
 

▲ 폭염이 절정에 이르렀던 지난 8월, 한 시설채소 농민이 하우스에 물대기 작업을 하고 있다.

7. 110년만의 폭염에 농산물 산지 몸살
농산물 병충해 우려·가축 폐사 잇따라


겨울부터 봄철까지 계속된 동해와 저온 피해를 시작으로 올 한해 유독 궂은 날씨가 산지를 엄습했다. 그중에서도 여름철 장기간 지속됐던 110년만의 폭염은 농산물 산지와 유통, 소비 과정에서 여러 문제를 야기했다.

우선 산지에선 어느 때보다 생산 여건이 좋지 못했다. 여름철 주요 작목 산지인 고랭지 지역에선 탄저병 등 병충해 우려 속에 새벽부터 물대기에 비료 시비 등 폭염 속에서도 구슬땀을 흘려야 했고, 생산비도 유독 많이 투입됐다. 축사 현장에서도 가축 폐사가 잇따르며 축산 농가 피해가 가중됐다.

유통 과정에선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품위 보존에 예년보다 더 정성을 쏟아야만 했다. 또 폭염은 소비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다수 품목이 폭염으로 인한 소비력 저하로 농산물 소비와 시세 지지에 고전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폭염은 여름철을 넘어 농산물 최대 대목장인 추석과 김장 시장까지 영향을 줬다. 언론과 물가 관련 기관 등에서 대목장에 주로 나올 농산물이 주 생육기였던 여름철 폭염으로 물량 확보에 어려움이 클 수 있고, 이로 인해 가격 폭등이 우려된다는 식의 여론을 형성하면서 대목장 소비에 상당한 타격이 가해졌다.

이와 관련 고랭지와 김장 배추를 생산, 출하했던 양승일 부흥농산영농조합법인 대표는 “(폭염으로) 산지에서 생산비가 많이 들어가 그렇지 추석과 김장 출하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을 계속 강조했지만 정작 언론 등에선 가격 폭등 등의 일방적인 정보만 전달했다”며 “결국 추석과 김장철 모두 가격이 가라앉았다”고 전했다.

한편 기록적인 폭염 속에 관수 장비와 영양제 지원 등 여름철 생산시스템 개선과 정식 시기와 품종 선택의 중요성 등 폭염 대비, 대책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 축산 생산자단체들은 올 한해 미허가축사의 적법화에 대응해 다각적으로 정책 활동을 펼쳤다.

8. 미허가축사 적법화 험로 예고
농가 반대 속 강행…축산업 위기론까지


축산업계의 2018년은 ‘미허가축사’ 현안에 휘몰렸다. 축산 생산자단체들의 문제 제기와 국회 차원에서도 미허가축사를 소요한 축산농가를 위해 다각적인 정책활동을 폈지만 정부의 미허가축사 적법화를 위한 행정은 일정대로 추진돼 왔다.

지난 9월 27일까지 전국의 지자체에 접수된 미허가축사 적법화 이행계획서 접수율은 94%로 집계됐다. 적법화 간소화 신청서를 제출한 4만4906농가 중에서 4만2191농가가 이행계획서를 제출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해당 축산농가는 9월 28일부터 최장 1년 동안의 이행기간이 부여됐다.

하지만 미허가축사의 적법화에 험난한 앞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축사육거리제한, 입지제한구역 내 미허가축사 등 축사에 대한 지자체 조례가 매우 까다롭게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규제로 인해 축산업의 존립 기반이 위태롭다는 축산업 위기론까지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축산업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는 특별법을 제정해 우선 미허가축사의 연착륙을 유도하자는 대안이 나왔다. 바로 황주홍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이 10월 12일 대표 발의한 ‘지속가능한 친환경축산 생태계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이다. 이 특별법안의 골자는 2013년 2월 20일 이전에 완공된 축사에 대해 가축분뇨법에 따라 처리시설을 갖추고 처리의무를 지키면서, 악취방지법에 따른 악취 배출기준을 충족한 경우 사용 중지 명령을 하지 않거나 허가 취소 등을 할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특별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된 상태이다.
 

▲ 지난 14일 충북 오송 식약처 앞에서 진행된 식약처 규탄대회 장면. 농민·시민사회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PLS 강행과 GMO완전표시제 문제를 제기했다.

9.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 논란
제대로 된 준비 없어…농가 피해 우려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는 농업계 핵심 이슈 중 하나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위생법에 따라 2016년 12월 31일부터 견과종실류 및 열대과일류에 대해 우선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2019년 1월부터 모든 국내·외 농산물로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PLS 도입하는 배경은 국내외 합법적으로 사용된 농약에 한해 잔류허용기준을 설정하고, 그 외에는 불검출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 도입됐다. 현재는 잔류허용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경우 농산물 검사 시 코덱스(CODEX) 기준 및 유사농산물의 최저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이에 PLS는 잔류허용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농약 성분에 대해서는 일률기준인 0.01mg/kg(0.01ppm) 이하 기준을 적용하게 된다. 만약 PLS 시행 이후 특정 품목용으로 등록된 농약 이외 성분이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받게 되면 출하 중단과 함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그러나 아직도 해결해야 할 현안을 안고 있어 내년부터 시행될 경우 농업현장에서 혼란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소면적 작물 등록 농약 부재 △비의도적 검출 △토양 오염에 의한 검출 △고령농가 홍보 부족 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농민단체들은 PLS 시행으로 인한 농가 피해를 우려해 제도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급기야 최근 충북 오송 소재 식약처 정문 앞에서 농민·소비자·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농민 생존권 말살, 국민 먹거리 안전 위협 식약처 규탄 범 국민대회’에서 PLS 제도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이들은 PLS를 강행할 경우 식약처를 적폐 세력으로 규정하고 해체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실제 시행 후 PLS 적용 사례가 나타난다면 농민단체들의 반발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돼 정부와 농업현장의 극한 대립은 불가피해 보인다. 
  

▲ 지난 9월 19일 청와대 분수대 광장 앞에서 열린 ‘국산밀 생산·소비 대표자 대회 및 기자회견’에서 밀 생산자와 소비자 300여명이 재고처리 등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10. 우리밀 재고 증가 골머리
35년 만에 수매 부활…농가 한숨 돌려


우리밀(국산밀) 업계는 올해도 어김없이 구곡 재고로 인해 밀 파종이 중단되는 등 골머리를 앓았다. 2017년산 등 재고물량은 약 1만8000톤으로, 우리밀 업계는 재고처리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밀 생산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며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정부가 뚜렷한 재고처리 대책을 내놓지 못하자 (사)국산밀산업협회는 9월 19일 청와대 분수대 광장 앞에서 ‘국산밀 생산·소비 대표자 대회 및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마련을 재차 촉구했다. 생산자와 소비자 등 300여명이 참여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산밀산업협회는 “극심한 재고 문제로 인해 10월 파종해야 되는 내년도 밀 생산 계획을 아직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현재 1만8000톤 가량의 재고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내년도 국산밀 자급률은 0.4%로 떨어질 것”이라고 성토했다.

결국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우리밀 재고처리를 위해 100억원의 수매비축 예산을 마련하면서, 우리밀 업계의 숨통이 트이게 됐다. 1984년 중단됐던 우리밀 수매비축사업이 35년 만에 부활한 것이다. 농식품부는 현재 수매비축을 위한 품질검사를 진행 중이며, 2017년산 우리밀 재고 1만톤을 수매비축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내년부터 정부의 수매비축을 발판 삼아 밀쌀의 학교 및 군대 급식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국우리밀농협 김태완 상무는 “과거에는 재고가 많으면 주정처리 등이 빨리 결정됐는데, 올해는 재고처리 대책이 너무 늦어졌다. 우리밀농협이 만들어진지 15년 됐는데, 올해처럼 힘든 적은 처음”이라며 “몸과 마음이 지치긴 했지만 정부비축을 통한 학교 및 군대급식 추진으로, 내년에는 우리밀 산업발전에 큰 물줄기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재고처리 대책이 늦어지면서 10~11월 파종 시기를 놓친 밀 재배농가들이 많아, 내년도 우리밀 생산량은 1만5000톤 남짓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우리밀 생산량 2만4000여톤(자급률 0.8%)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