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예산 3조·가격안정장치 마련”
쌀전업농·한농연 등
조건부 개편논의 참여 의사

정부는 개편협의회 구성 계획
일부 “농특위서 다뤄야” 주장 속
“늦어지면 동력 상실” 설왕설래

농민·생산자단체들이 조건부로 농업직불제 개편 논의
에 참여의사를 밝히면서 공전하던 직불제 개편 논의가 새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꼼꼼한 검토를 거쳐서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과 결론도출이 늦어지면 개편 동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주장이 상충하고 있어 결과물이 나오는 시점을 가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농업직불제 개편과 관련한 핵심단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직불제 개편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열고 직불제 개편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김광섭 쌀전업농 회장은 “직불제 개편의 피해자도 될 수 있고, 수혜자도 될 수 있는데, 잘 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면서 “생존권이 달려 있는 문제로 합리적인 대안을 정부에 제시해 방안을 만들어가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개편논의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쌀전업농은 지난 10일 성명서를 통해 직불제 예산을 3조2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자동시장격리제 등과 같은 농업현장에서 동의하는 가격안정장치가 마련되는 등의 5가지 전제조건을 내걸면서 개편논의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국내 최대 농민단체인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도 지난 18일, 3조원 이상의 직불제 예산 확보와 쌀값 및 쌀 수급안정 장치 마련이 전제된다면 개편 논의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요 농민·생산자단체 중에서는 전국농민회총연맹만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전농의 개편안도 농민수당개념으로 동일금액을 지원하는 기본형 공익직불제를 기반으로 농지관리에 따른 공익직불제와 가산형직불제를 더 하자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정부차원에서 연구가 진행돼 온 방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현재 방식대로 ‘농지를 중심’으로 개편할 것인지, 아니면 방식을 바꿔 ‘농가를 중심’으로 개편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어 보인다.

이처럼 반대 일변도에서 ‘논의에 참여하겠다’는 쪽으로 주요 농민·생산자단체들이 입장을 선회하면서 일단 공론화의 장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론화 기구로 농식품부는 농업인단체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가칭 ‘직불제개편협의회’를 구성해 논의하자는 안을 내놓은 상황이다.

하지만 내년 4월에 출범할 것으로 예상되는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에서 다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의 양정제도를 개편하는 사안이라는 점과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담론을 직불제 개편에 담는 것이라는 점에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

지난 20일 열린 ‘직불제 개편 무엇이 문제인가’토론회에서 박웅두 정의당 농민위원장은 직불제 개편의 원칙에 대해 “농업의 다원적 공익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면서 ‘원점에서의 재논의’와 ‘농특위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공론화’를 주장했다.

하지만 농특위 논의에 대해서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 구성된 농특위가 어떤 위상을 가질지가 여전히 불투명하고, 논의를 통해 안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대통령 직속의 자문기구라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실제 정책으로 실행될 것인지도 확정하기 어렵다는 것. 자칫 시간만 보내면서 개편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한 농업계 원로는 “농특위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 것처럼 기대감이 너무 큰 것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정권이 집권 후반기로 가고 있고, 후반기로 접어들면 누수현상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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