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예산 100억 마련

[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2017년산 1만톤 수매비축 계획
양호등급 40㎏에 ‘3만9000원’
낮은 수매가 불만도 나오지만
전국서 품질검사 신청 쇄도

학교·군대 밀쌀 급식 본격 추진
"내년 서울·경기 등 진행 기대"


정부가 우리밀(국산밀) 재고 처리를 위해 100억원의 수매비축 예산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1984년 중단됐던 우리밀 수매비축사업이 35년 만에 시행될 예정이다. 특히 정부의 수매비축을 발판 삼아 밀쌀의 학교 및 군대 급식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우리밀 재고처리 대책의 일환으로, 수매비축 신규예산 100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2017년산 우리밀 재고 1만톤을 수매비축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현재 전국의 우리밀 생산자단체와 가공업체 등을 대상으로 수매비축을 위한 품질검사를 진행 중이며, 수매가격은 40㎏ 기준으로 양호등급 3만9000원, 보통등급 3만5100원, 미흡등급 3만1200원 등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수매가격이 너무 낮게 책정됐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의 수매비축에 참여하기 위한 품질검사 요청은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는 수매비축을 실시하면서 품질검사를 진행하는 등 앞으로 우리밀의 고품질화를 유도해나갈 방침”이라며 “현재 정부 수매를 희망하는 생산자단체 등을 대상으로 품질검사 신청을 받고 있는데, 전국 각지에서 품질검사를 받고 싶다는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우리밀농협 김태완 상무는 “2017년 당시 수매가격은 4만2000원으로, 양호등급을 받더라도 40kg 한 가마당 3000원 정도 손해를 봐야 하지만, 재고를 무작정 안고 갈 수도 없는 실정”이라며 “이번에 재고를 소진하지 않으면 구곡의 가격은 떨어지고, 보관료 등은 계속 부담으로 남기 때문에 양호등급이 나올 경우 대체적으로 정부 수매비축에 참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태완 상무는 “양호등급을 받으면 생산자단체가 어느 정도 손해를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보통등급 이하는 손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정부에서 추가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내년부터는 밀쌀의 학교 및 군대 급식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실제로 농식품부가 12월 3일부터 2주 동안 서울과 경기도 등 100여개 학교를 대상으로 밀쌀 급식을 시범 실시한 결과, 모든 학교에서 밀쌀 급식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군대 급식과 관련해서도 사실상 협의가 완료된 상황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서울시와 경기도의 경우 학교급식에서 공동구매가 많아 잡곡을 선택할 때 밀쌀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고, 실제 학교에 밀쌀 급식을 해본 결과, 100% 만족하는 결과를 얻었다”며 “내년에는 서울과 경기도를 중심으로 밀쌀 급식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군대 급식의 경우 아직 물량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밀쌀 공급 자체는 협의가 완료됐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과거 우리밀 생산량이 부족해 군대 급식이 중단된 전례가 있지만, 내년부터는 정부가 수매비축을 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급식 공급이 가능하고, 수년간 반복돼 온 과잉과소 문제도 해소될 것”이라며 “아울러 들녘경영체 지원사업을 확대 개편해 우리밀 생산자단체 등에 저온저장고와 선별기 등의 시설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농협도 자체적으로 밀 재고를 수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0월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에서 김병원 회장은 우리밀 재고 해소방안을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농협 관계자는 “아직 물량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농협 자체적으로 밀 재고를 매입해 가공용이나 주정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재고처리 대책이 늦어지면서 11월 파종 시기를 놓친 밀 재배농가들이 많아, 내년도 우리밀 생산량은 1만5000톤 남짓에 불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18년 우리밀 생산량 2만4000여톤(자급률 0.8%)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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