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미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 농업연구관


소득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아
행복한 농촌, 매력적인 농업이 되도록
질적인 서비스 표준 다시 설정하길


12월 3일 국회에서 ‘여성이 행복한 복지농촌 만들기’라는 토론회가 있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300명을 훌쩍 넘는 사람들이 자리가 없어 서있으면서도 끝까지 함께 한 열정으로 뜨거운 시간이었다. 토론회에 모인 사람들은 여성농업인 연구나 정책의 발전은커녕 토론회조차 10여년 만에 열리는 것이라며 이제라도 여성농업인이 행복한 농촌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었다. 국회의원들의 참여가 많아서 제도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았다. 숙명처럼 여성농업인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뛰어나가는 나로서는 여성농업인을 박물관이 아닌 국회에서 만나게 된 것이 그저 반갑고 고마울 따름이다.

그러나 과연 무엇이 행복한 농촌이며 매력있는 농업일까?

농업에 치유의 힘이 있다고 믿는 이들조차 농업을 믿지 못한다. ‘농업을 믿습니까? 농업의 어떤 점이 좋습니까?’라는 질문에 답을 해보자. 공무원들에게 물으면 칠판 한 바닥을 채우지 못한다. 그나마 식량안보 등등 몇 가지일 뿐, 힘들고 어렵다는 답이 더 크다. 농업인에게 물으면 칠판 두 바닥을 채울 수 있다. 그러나 도시민들에게 물으면 칠판이 모자라서 지우고 다시 적어야 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농업의 좋은 점은 건강한 땀, 일에 대한 결정권(자율성), 수확의 기쁨, 새싹이 나는 신기함 등등으로, 그들은 아주 세밀한 표현을 다듬으며 농업이 가진 힘을 믿는다고 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아마도 생업이냐 아니냐의 차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성농업인이 원하는 행복한 농촌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스스로 그에 대한 답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매력이 있는 농업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현장에서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고 질문하면 대부분은 돈 버는 작물, 돈 벌 수 있는 농사기술을 원한다. 그러면 소득이 올라가면 우리 모두 행복해야 하는 것 아닐까? 평균 소득이 올라가면 다른 문제들도 다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2018년 UN이 발표한 행복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156개국 중 57위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29위이고 기대수명은 5위이지만 힘들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지원은 95위, 생애 선택의 자유는 140위이다. 농촌진흥청에서 은퇴를 앞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트레스가 전문가 도움이 필요한 수준이다. 정책담당자 조사결과에서도 마찬가지로 스트레스 수준이 높았다. 그들은 치유를 위해 농업과 농촌에 희망을 걸고 있다. 그러나 정작 농촌지역에서는 인구의 감소로 곧 마을이 소멸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다. 마을에 20가구도 안 되는 과소화마을이 전북의 경우만 해도 2005년에 비하여 약 10년 사이에 43.8%나 증가하였다. 심하면 시·군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절박감이 있다.

소득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면 과연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농촌을 행복한 곳으로, 농업을 매력적인 직업으로 느끼기 위해 우리가 시작할 일이 무엇인가? 이 부분을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아야 한다. 무엇이 행복한 농촌인가에 대한 생각은 농업인의 관점, 여성농업인의 관점, 승계자의 관점에서, 그리고 지역사회와 국가적인 측면에서 분명하게 정리되고 그 평가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그들이 농촌에 있거나 농업에 종사하거나 말이다. 또한 이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이며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점을 공유해야 한다.

도시에서 사는 사람과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가? 사우나에 가기 위해 1시간 이상 차를 타고 가야 하는 농촌에 살면서 농사를 지어도 월급은커녕 1년 수확물의 일정 수입을 배당받지 못하는 농업에 종사하라면 당연히 젊은 청년들이 오지 않을 것이다. 선택의 기회, 참여의 비용, 이용의 효용 측면에서 과연 우리는 지역에 따라, 성에 따라, 업종에 따라 적절한 서비스를 받고 있는가? 이는 단순히 농촌이냐 농업이냐 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국가나 지방정부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그것이 우리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가장 기초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2019년에는 질적인 표준을 다시 설정하는 첫 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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