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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섭의 지리산이야기 <19>덕천강에서 남명을 읽다] 다양한 물길 만나는 ‘남명학’의 터전
▲ 탁영대. 산청군 시천면 지리산 자락 덕산으로 들어서는 입구 덕천강변에 있다. ‘탁영’은 ‘갓 끈을 씻다’라는 뜻이다.

조선 성리학자 ‘남명’ 흔적 서린
‘입덕문·탁영대’ 등 잇따라 만나
공사로 부자연스런 하천 아쉬움


‘지리산대로(국도20호선)’를 따라 동부 지리산의 관문인 경남 산청군 시천면 덕산으로 향한다. 행정구역명이 사리(絲里)인 이곳은 중산리, 거림계곡을 통해 천왕봉과 세석고원을 오르거나, 대원사계곡을 거쳐 치밭목에서 중봉으로 오르는 등, 지리산으로 들어서는 다양한 길이 열리는 곳이다. 그런가 하면 지리산 동쪽 산자락의 물길이 모여 흐르는 시천천과 삼장천이 합수되며 덕천강을 이루는 곳이기도 하다. 이렇듯 지리산의 산길이 갈라지고 물길이 모여드는 덕산은 지리산을 흠모하여 이곳으로 거처를 옮겨, 약 10여 년간 학문수양과 후학 양성에 힘썼든 조선중기의 위대한 성리학자 남명 조식선생(1501-1572)의 흔적이 곳곳에 스며있는 남명학의 터전으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단성의 ‘남사예담촌’을 지나 하동 옥종 갈림길이 나오는 창촌삼거리를 지나면 지리산대로는 오른쪽으로 방향이 꺾이며 이내 덕천강을 만난다. 덕천강은 진주 진양호로 흘러들어 남강을 이루게 되는데, 경호강과 더불어 비로소 낙동강 수계 지리산의 물길이 모두 모여들게 되는 것이다.

도로를 따라 백운동계곡 입구를 지나 약 1.5km 정도 진행하면 오른쪽으로 좁은 주차공간이 있고, 이곳에는 ‘입덕문(入德門)’이라는 글이 새겨진 바위가 서있다. 덕산으로 들어가는 입구라는 의미와 함께 ‘도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고도 한다. 오래전 덕천강과 더불어 좁은 길을 이루던 바위벼랑에 새겨져 있었던 것을 도로공사로 인해 떼어내어 이곳으로 옮겨 놓은 것이다. 입덕문 글씨는 남명선생의 제자인 도구 이제신이 썼다고 전해진다.
길 건너 조금 아래에 위치한 덕문정은 입덕문의 의미와 역사를 기리기 위하여 1996년에 세워진 정자이다. 이곳에서 도로 아래로 이어지는 강변길을 따라 약 400미터 정도 걸어 강으로 내려서면 탁영대(濯纓臺)가 나온다. 탁영은 ‘갓끈을 씻는다’는 뜻이라고 하는데, 옛 선비들은 덕산으로 들어서는 길목의 덕천강변 큰 바위에 그 글을 새겨놓고, 길을 오고가며 마음을 가다듬었던 듯하다. 이곳에는 수십 명이 앉을 수 있는 큰 반석이 있다. 다시 도로로 올라서자 사정없이 질주하는 차량들의 모습이 아찔하다. 입덕문과 탁영대라는 예사롭지 않은 옛사람들의 흔적은 이렇듯 순식간에 스쳐지나가는 공간으로만 남아있다.

덕산에는 곳곳에 남명의 흔적이 서려있다. 산천제(山天齋)는 남명이 덕산으로 와서 지은 건물로 선생의 거처이자 강학하던 곳이다. 이곳 마당에 서면 남명매라는 이름의 매화나무 뒤로 우뚝 솟은 지리산 천왕봉과 중봉이 바라보인다. 바로 남명이 이곳에 집을 지은 이유이다. 늘 천왕봉을 곁에 두고 바라보며, 수행의 도반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대원사계곡과 장당골의 물길이 모인 삼장천과, 중산리계곡과 거림계곡의 물길이 모인 시천천은 이곳 덕산에서 합수되며 덕천강을 이룬다. 그런데 최근 대규모 직강공사로 정비가 이루어진 두 하천의 모습은 왠지 부자연스럽다. 남명이 읊던 ‘복숭아꽃 뜬 맑은 물’의 ‘두류산 양단수’를 느끼기란 이제 쉽지 않게 되었다. 두물머리 앞에 서 있는 남명의 ‘두류산가’ 시비(詩碑)와 도화정(桃花亭) 정자의 이름이 무색하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지리산자락 덕산에 들어오며 환희심에 젖어 읊었을 남명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읽어본다.

‘두류산 양단수를 녜 듯고 이제 보니
도화 뜬 맑은 물에 산영조차 잠겻셰라
아희야 무릉이 어듸오 나는 옌가 하노라’


/협동조합 지리산권 마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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