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농사일 쪼개 배운 ‘한지공예’…수익금 나누고 재능기부 하고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 한여농괴산군연합회 회원들이 괴산친환경농업대학 졸업식에 쓰일 한지 졸업패를 만들었다. 한지상패를 만들어 얻은 수익금은 장학금으로 괴산군에 기탁했다.

농촌사회에서 여성농업인들은 농업 주체로서 활동하는 동시에 지역사회와 교감하며 농업·농촌 발전에 다양한 기여를 하고 있다. 친환경 유기 농업으로 잘 알려진 충북 괴산에서는 이러한 여성농업인들의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 중 하나다. 여성농업인들의 구심체 역할을 하는 한국여성농업인괴산군연합회가 중심이 돼 지역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 하면서 농업·농촌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 두 달여간 교육 참여
수업 날 꼬박 7시간씩 구슬땀
20명 ‘사범 자격증’ 취득 결실

독거 노인에 한지 도배 봉사
한지 상패 제작 사업 등 추진
수익금 어려운 아이들에 쾌척 

문장대온천 반대 서명 운동 등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도 앞장


한여농괴산군연합회는 현재 200여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과거보다 회원 수는 많이 줄었으나 회원 간 단합이 잘 이뤄져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한다. 연합회는 이러한 조직력으로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반찬을 만들어 주거나 노인복지회관에서 배식 봉사활동을 하는가 하면, 바쁜 농사철에는 일손이 모자란 회원들을 위해 일손 돕기 활동도 벌인다. 

여기에 올해는 지난 2월부터 2달여간 한지공예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지역 자원을 이용해 괴산 연풍면에 있는 한지체험박물관에서 한지공예 사범교육을 진행한 것이다. 

교육에 참여한 여성농업인들은 한지 제작 이론에서부터 염색 방법과 한지 가구 만들기 등 이론과 실습을 겸한 프로그램을 통해 모두 20명이 ‘한지공예 사범 자격증’을 취득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자격증을 취득한 이들은 한지에 대한 우수성을 알려나가는 동시에 한지공예 강사로도 활동할  예정이다. 

문창숙 한여농괴산군연합회장은 “한지공예 수업이 있는 날은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꼬박 수업을 듣고 실습을 했다”며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시기라 바빴지만 모두 열의를 갖고 참여 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프로그램 참여 회원들은 교육을 이수한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 참여 활동으로 영역을 확산시켜 나갔다. 지난 8월에는 괴산 지역 내 독거노인 가정을 찾아 한지로 도배 봉사활동을 진행하는 한편, 같은 달 열린 괴산고추축제장에서는 교자상과 보석함 등 한지를 이용해 회원들이 직접 만든 공예품들을 전시해 축제장에 볼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한지공예 기술을 살려 한지를 이용한 상패를 제작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닥나무와 한지를 소재로 감사패 등 각종 상패를 제작해 판매하는 것이다. 실제 연합회는 올해 괴산군친환경농업대학 졸업식에 쓰이는 졸업패 100여개를 한지로 제작해 납품했다. 또 여기서 얻어진 수익금은 관내 어려운 가정환경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장학금으로 괴산군에 기탁했다.

박창숙 회장은 “여러 단체에서 상패 제작을 많이 하지만 친환경적인 상패가 주어지면 더욱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회원들이 모여 한지상패를 만들고 수익금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쓰니 더욱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한지상패 사업을 벌이 듯 연합회 회원들은 유기농 친환경 농사는 물론 환경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유기농업으로 알려진 괴산을 보다 잘 가꿔 농촌다움을 유지시켜 나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에 회원들은 각 읍·면 별로 농경지에 방치돼 있는 폐비닐과 농약병, 헌옷 등을 수거하고 있으며, 저수지나 도로변 청소활동도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괴산 감물면에서 유기농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있는 김미자 연합회 수석부회장은 “한여농 회원으로서 솔선수범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귀농·귀촌 인구도 늘고 있기 때문에 회원들이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런 생각에 김미자 수석부회장은 자신의 농장에서도 선배 농업인으로서 멘토가 돼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귀농·귀촌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부터 농업계 고등학교 실습교육은 물론 장애우들을 위한 유기농 표고버섯 재배 프로그램 진행도 앞두고 있다. 진로를 고민하는 장애우들에게 직업으로서 농업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서다.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역할은 물론 선배 농업인으로서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모범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괴산군연합회는 지역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문장대온천 개발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펼치는가 하면 올해는 괴산군의 농업조직 축소 개편 움직임에 다른 농민단체와 연대해 한 목소릴 냈다. 

괴산군연합회는 올해 사업을 마무리 하고 내년도 활동 계획을 고민하고 있다. 아직 확정하진 않았지만 농기계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할까 고민 중이다.

김미자 수석부회장은 “지개차 운전을 배우고 있는데 여성농업인들에게 농기계 운전 교육은 꼭 필요한 사업 같다”며 “내년도 연합회 사업으로 진행할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문창숙 회장도 “아직 여성친화형 농기계 보급이 많이 되지는 않았지만 여성농업인이 농기계를 쓰게 되는 일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농기계 교육을 포함해 여성농업인들이 농촌에서 더욱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8년 동안 이장 역임…농산물 알리기 앞장"
문창숙 한여농괴산군연합회장

절임배추 올해 1000상자 판매
저농약 등 앞세워 모두 직거래 
한 번 거래 트면 계속 이어져

충북 괴산군 사리면에서 쌀과 옥수수, 배추 등을 재배하는 문창숙 회장(57)은 여성농업인이자 지역리더로서 오랫동안 지역사회에 봉사해 왔다. 시집을 오면서부터 농사일을 시작했으니 농사 경력은 30년을 훌쩍 넘었다. 뿐만 아니라 1996년 한여농괴산군연합회가 만들어질 당시부터 활동을 시작한 문 회장은 사리면회장으로 15년간 활동했으며, 당시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마을 이장직을 맡아 8년 동안 일해 왔다. 

그는 “긍정적 마음을 갖고 항상 나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좋은 먹거리를 생산하면서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좋은 일도 하면서 건강하게 사는 것이 삶의 목표다”고 말했다. 

문 회장은 논과 밭을 합쳐 3만여㎡ 농사를 짓는데 올해 절임배추만 1000상자 넘게 판매하고 있으며 모두 직거래로 판매된다. 그는 “저뿐만 아니라 괴산군연합회 회원들은 직거래로 거래하는 농가들이 많다”며 “품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기도 하지만 저농약으로 생산하는 농가가 많아 한 번 거래를 하면 계속 거래가 이어진다”고 말했다. 

괴산 농산물을 알리는데도 적극적이다. 문 회장은 “지난 괴산고추축제 때는 회원들이 직접 지은 콩으로 순두부를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선보였다”며 “소득을 올리려는 것이 아니라 관광객들에게 괴산의 청정 농산물을 소개하고 다시 찾게 하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문 회장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농촌에 일손이 많이 부족하다”며 “연합회 차원에서 일손 돕기도 하겠지만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존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전통문화인 품앗이 활동이 농촌에서 더욱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괴산=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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