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 지난 11월 30일 오후 가락시장 대아청과 무 경매장에 적지 않은 매잔품이 쌓여 있다.

출하차량 대기 늘어나면서
하차 번호표 받는 진풍경 

김장철 시세하락 때문 분석 속
과거 차상거래 때와는 달리
거래처 확보 못해 그대로 쌓여
원인 파악·대책 마련 여론


서울 가락시장에서 무 출하차량이 하차를 위해 번호표를 받는 풍경이 연출됐다. 이를 두고 무 소비부진에 따른 영향과 하차거래 실시로 인한 영향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19일부터 가락시장의 대아청과 출하차량 대기 장소에는 하차를 위한 대기 차량이 넘쳐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은 10일 이상 지속됐으며, 지난 11월 30일 오후에는 차량 대기 현상이 해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기 차량이 많을 때는 40~50대까지였으며, 대기 장소에 차량이 들어가지 못한 상황도 발생했다.

이에 대아청과 직원들이 2인 1조로 조를 편성해 출하차량의 하차를 도왔다. 이 과정에서 차량 운전자들의 분쟁을 막기 위해 대기 차량에 번호표를 나눠줬다.

대아청과의 한 관계자는 “주간에는 사무직 직원들이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차량 정리에 나섰다. 주말에도 일요일 새벽까지 차량 정리를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우선 김장철에 맞물려 출하가 한꺼번에 이뤄진 데다가 무 소비도 줄어들면서 대기 차량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대기 차량이 몰린 시기에 대아청과에는 하루 2만 박스의 무가 반입됐다. 이 상황이 해소된 최근에는 1만 박스에 그쳤다.
이에 반해 가락시장에서 시행하고 있는 무 하차거래에 따른 영향이 이러한 상황을 연출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 이유로는 경매장에 남아 있는 물량, 이른바 매잔품을 들고 있다. 지난 11월 30일 오후 대아청과 무 경매장에는 적지 않은 매잔품이 있었다.

매잔품이 남아 있는 상황을 두고는 하차거래가 중도매인들의 거래 성향을 변화시켰다는 분석이다. 과거 차상거래를 할 때는 중도매인이 차 단위로 낙찰을 받아 거래처로 보내면서 매잔품이 많지 않았지만 하차거래를 시행하면서 거래처를 확보하지 못하면 경매장에 그대로 쌓아 둔다는 것이다.

대아청과의 또 다른 관계자는 “김장철을 맞아 출하물량이 몰린 측면이 있다. 다른 도매시장으로 차량을 돌리려 해도 시세가 나오지 않는 등 소비부진의 영향도 있다”면서도 “과거에도 차량 대기 장소를 운영했지만 활용은 크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처럼 매잔품이 많아서 경매장에 들어가는 차량에 번호표를 나눠준 것은 처음이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다른 품목에서도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올해와 같은 현상의 원인을 파악해 대비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당장 품목의 부피가 큰 배추의 하차거래 도입을 내년으로 계획하고 있는 상황을 두고는 더욱 면밀한 분석과 대책을 세울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주 무 하차를 위해 이틀을 대기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차거래의 효과 가운데 하나로 차량의 대기시간이 크게 줄었다는 부분과는 사실 배치가 되는 대목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올해와 같은 상황이 내년에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며 “일시적으로 끝날 일인지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을 일인지에 대한 분석을 통해 대책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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