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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의 거울 ‘경험’

[한국농어민신문]

강용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장

흐지부지 사라진 농산업인턴제 ‘유감’
‘청년창업’ 성공스토리만 부각 말고
창업 전 충분한 경험의 기회 제공 필요


나의 어릴 적 꿈은 농부였다. 농대를 졸업한 후 창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하게 고향도 아닌 타지에서 20평짜리 비닐하우스 하나 빌려서 무일푼으로 첫 출발을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지금과는 달리 창업교육이나 보육이라는 단어가 귀했고, 더구나 농업에서는 창업이라는 용어조차도 생소했다.

부족한 지식으로 시작한 만큼 초기에는 모든 것이 힘들었다. 그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생각지도 못하고, 배운 적도 없고, 경험해보지도 않았던, 또 학교를 막 졸업한 사회 초년생의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제도나 관습에 부딪칠 때다. 이때는 정말로 감당하기 어려운 좌절감에 후회했던 적도 참 많았다. 여러 번 실패를 맛보고 또 재도전을 하면서 창업의 전제가 경험이어야 한다는 것을 어리석게도 많은 시련을 겪은 후에야 비로소 절실히 깨달았다.

몇 년 전 일본 유명 대학생들도 입사를 선호하는 유기농업과 외식사업을 함께하는 일본의 어떤 회사는, 입사 후 2년간을 거의 의무적으로 유기농업을 하는 생산현장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며 근무를 해야 하며, 2년 이후에야 비로소 원하는 다른 부서로 옮길 수 있는데, 놀랍게도 약 60% 이상의 직원들이 농사로 잔류를 희망했다고 한다.

유기농업과 농촌이 주는 즐거움이 좋아서 그런 결정을 내린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아베노믹스 이전 실업률이 매우 높았을 때, 미래 창업의 준비로 농업을 더 경험하고 싶어서 그런 선택을 했을 수도 있다. 또 몇 년 더 유기농업현장에서 근무하면서 더 배우는, 일종의 초임직장과 농업 인턴과 창업 준비를 함께 할 수 있어서 잔류를 희망한 사람들이 많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2006년경, 농촌과 농사의 현장 경험도 없이 귀농교육이나 동호회 정도의 정보를 가지고 귀농해 실패한 분들이 안타깝고, 농업에서는 인턴사원이라는 단어도 생소하던 시절에 선도농가 또는 농업법인에 취업해 일하면서 농사기술과 경영 농촌의 현실 등을 보고 배울 수 있는 ‘농산업인턴제도’를 건의해 농림사업으로 추진된 적이 있었다. 농촌은 사람이 필요하고, 귀농이나 농업을 꿈꾸는 사람들은 ‘백견이 불여일행(百見而 不如一行)이듯 실패하지 않을 만큼이라도 경험과 당장의 생계유지가 필요했고, 정부는 귀농교육, 고용, 농촌인구 감소 대책의 대안 등으로 모두에게 필요한 제도이었다.

약간의 정부보조와 채용농가 자부담으로 시작한 이 제도는 결국 사업 시행 후 2년째부터는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경쟁률이 매우 높아질 정도로 인기가 좋았던 ‘맞춤형 고효율 정책’이 됐다.

그렇지만 고용과 사회정책, 농촌정책 등 복합적 범주의 이 제도를 ‘고용정책’이라는 1차원적 판단으로 업무가 통폐합되면서 농식품부에서 고용부로 이관되고, 다시 중기부로 이관돼 결국 흐지부지 사라지고 말았다.

최근 청년창업지원사업들이 다양하게 시행되고 인턴제도도 부활됐다. 역대 정권마다 혁신과 창조 벤처 등의 단어를 내세우고, 몇 만개 육성이라는 숫자까지 걸고, 특히 청년창업을 유도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컨설팅업체, 직업학교, 대학 등 많은 곳에서 정부의 지원과 정책에 힘입어 창업에 대해 교육하고 지원도 해주지만, 막상 창업을 하고나면 모든 것을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청년창업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성공한 몇 사람들의 스토리보다 창업으로 내몰려 실패를 향해가며 좌절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을지 모를 청년들이 먼저 생각이 나서 항상 마음이 아프다. 창업에 대한 도전이나 지원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실패하면 재기의 기회나 장치가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청년창업의 실패로 자칫 너무 일찍부터 긴 시간을 후회와 한숨 속에서 살아갈 수도 있다는 안타까운 우려와 창업 선배로써의 미안함 때문이다.

창업이 젊다고 경험해야 할 과정이라 생각하기에는, 그리고 부족한 경험을 젊음으로 메꾸기에는 나 역시 너무나 많은 아픔을 겪었고,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농업을 시작한지 25년. 알면 알수록 농업의 세상은 넓고 할 일이 많다. 청년 농부들을 농업의 빌게이츠나 잡스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창업전의 충분한 ‘경험’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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