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올해 한국 농식품 수출이 순항 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농식품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3% 증가한 76억9540만 달러(10월 말 기준)로 집계됐다. 11월과 12월 수출실적에 따라 사상 첫 100억 달러 수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을 가능성도 있다.

농식품 수출이 순항한다는 점은 좋은 소식이지만 일본과 중국, 동남아 등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하다. 실제 전체 수출액에서 수출 상위 3개 시장(일본·중국·동남아)에 대한 비중은 2017년 55.6%에서 올해 57.5%로 소폭 증가했다.

농식품 수출이 특정국가에 집중되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수출업체들은 잘 알고 있다. 사드 문제로 인해 중국 수출이 막힌 업체들이 큰 고통을 겪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국가 간 무역이 정치·경제 상황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출국 다변화는 필수과제 중 하나다. 지난달 22일 열린 ‘거대 신흥시장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도 수출국 다변화를 위해 열린 행사다.

그렇다면 수출업체들은 신흥시장으로 수출할 준비가 잘 되어 있을까. 행사 당일 만난 수출 관련 전문가들과 해외 바이어들은 한국산 농식품의 품질에 대해서는 칭찬했지만 이를 현지 시장에 유통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수출업체들의 대표적인 실수인 라벨링 표기 문제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특히 수출국의 언어는 물론 영어조차도 표기하지 않은 채 수출을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소매 유통업에 종사하는 바이어, 마호메드 카심 씨는 “남아공 소비자들은 한국 농식품을 거부감 없이 잘 먹는 편”이라면서도 “하지만 포장지에 영어와 한국어를 함께 쓰는 것이 효과적이지만 상당수의 제품들이 한국어로만 돼 있다”고 지적했다. 브라질에서 온 바이어, 아지우손 씨도 “한국 음식은 이색적이고 새로워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다”면서 “브라질에서는 포르투갈어로 표기된 라벨링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수출업체들의 또 다른 아쉬운 점은 현지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수출한다는 점이다. 수출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가 만든 제품이 뛰어나도 다른 문화 속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수출 컨설팅업체인 BTN의 김은영 팀장은 “인도는 채식시장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현지인들의 식습관과 문화 등을 이해한 후 제품을 준비하고 수출을 진행해야 한다”며 “인도를 방문해 직접 경험하고 확인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신흥시장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신흥시장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생산,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다. 신흥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수출업체들이 탄탄하게 준비하지 않는다면 실패라는 쓴맛만 본 채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현우 기자 국제부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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