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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위기’와 농업

[한국농어민신문]

이해영 한신대 교수

한국경제, 신자유주의 세계화체제 편입
농업은 없어도 되는 잉여산업 전락
발상의 전환…‘포스트글로벌’로 가야


우리 경제가 어렵다. 이를 두고 ‘위기’라 할 것인지 아닌 지부터 논란이다. 하기야 언제부터, 예컨대 어떤 경제지표가 어떻게 되면 그 때부터는 ‘위기’라고 부른다는 아무런 기준이 없기 때문에 이 논쟁 자체가 아주 정치적인 거다. 하지만 이와는 상관없이 우리 경제의 구조와 그 조건이 ‘위기적’임은 부인키 어렵다.

알다시피 한국경제의 축적 및 성장전략은 최전방 반공기지로서 미국의 묵인 하에 일본형 중화학공업을 군사독재의 엄호 하에 구축해 온 데서 출발한다. 이른바 ‘발전주의적’ 국가는 극단적인 중상주의적 보호주의를 한편으로, 돌격식 수출드라이브를 다른 한편으로, 선발 자본주의국가를 압축·추격하는 데 놀라운 성과를 보였음은 부인키 어렵다.

하지만 1998년 IMF 위기이후 외부적 압력에 의해 이러한 ‘낡은’ 축적모델은 변경을 강요당했고, 그 결과 한국 경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체제에 불가역적으로 편입되게 된다. 지난 20년간 미국식 신자유주의 세례를 듬뿍 받은 경제 관료와 무엇보다 재벌에 의해 추동된 이 신모델은 우리 사회에 필요 충분할 정도로 무사히 이식, 완료된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관철되는 과정에서 중국이라는 생산기지, 판매시장, 투자대상국의 존재는 어쩌면 행운이었다. 지경학(地經學)적으로 풀이하자면 강요된 유사섬(島)으로서 한국이, IMF이전까지 세계시장이라는 해양세력적 축적전략 포지션이었다면 이후는 대륙세력에 기탁한 포지션이었고, 이는 ‘중국효과’라 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이 효과는 점차 그 동력을 상실해 왔다.

자본시장이 월가와 동조화되는 한편, 한국의 경기사이클은 중국시장과 동조화되는 경향이다. 트럼프 출현직전부터 모습을 드러낸 소위 ‘미중무역전쟁’은 중국경제에 유례없는 위기를 강제하고 있다. 모든 전쟁이 정의상 ‘어브노말(abnormal)’하다는 점에서 무역전쟁이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다. 그것은 이제 ‘뉴 노말(new normal)’일 뿐이다. 새로운 경제적 일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표현은 트럼프를 ‘보호주의’라고 부르는 것만큼 잘못된 인상을 낳고 있다.

미중분쟁의 최대 피해자가 한국이다. 한 때 최대 수혜국이었던 그 만큼 피해는 더욱 충격적이 될 수 있다. 전후 수십 년간 미국 그리고 21세기 들어와서는 중국이라는 외부시장에 기대온 한국의 축적 및 성장전략은 이미 갈 데까지 간 모습이다.

이러한 안팎의 조건만으로 보자면 지금 소득주도성장은 그 물적 기반이 너무나 허약하다. 소득 곧 직간접 임금을 자극해 소비, 생산 그리고 투자와 일자리 사이의 선순환을 가속·강화하자는 착상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고화된 내부적 신자유주의 구조와 한국경제의 글로벌화로 인해 이 순환은 이미 분절화된 지라 정책의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한국경제의 현 단계는 설사 케인즈가 되살아와 한국 경제수장이 된다 해도 답이 없다. 신자유주의 아버지 하이에크가 와도 마찬가지다. 한국경제처럼 ‘딥(deep) 글로벌화’ 조건에서는 바로 이 글로벌 조건이 개선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 말고 과연 그 어떤 처방이 있을까?

한국경제의 심층글로벌화는 농업으로선 재앙 그 자체였다. 한국경제가 수출과 성장이라는 고지를 향해 군사 경제적으로 돌격하는 동안 농업은 언제나 맨 뒷줄일 수밖에 없었다. 그저 전 국민의 주린 배를 채우고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하겠다고 허덕이다 보니, 어느 덧 그 신세가 영화 ‘설국열차’에 나오는 뒤 칸 탑승자 꼴이다. 젖과 꿀이 흐르는 따뜻하고 쾌적한 일등칸과 비록 바퀴벌레지만 굶지 않을 정도의 단백질을 공급받는 저 나머지 칸 말이다.

신자유주의 나라 한국에서 농업은 없어도 되는 잉여산업이다. GDP 비중만 봐도 농업전체가 2%에서 오락가락한다면 삼성전자 매출은 그것의 14.6% (2017년)다. 우리 경제가 힘들 때 버리고 갈 1순위가 농업이다. 지금 이런 자유무역협정(FTA) 체제에서 농업이 살 길은 없어 보인다. 그럴 바에야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은가. 농업은 포스트글로벌로 가야 한다. FTA가 한국경제에 득이 된다는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농업에게는 관에 못질하는 것이다. 농업은 이제 이로부터 분리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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