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 독일농업협회가 주최하는 축산분야 전문 박람회인 ‘유로티어 2018’이 지난 13~16일 독일 하노버 국제전시장에서 개최됐다. 유로티어에는 올해도 15만5000여명이 방문해 박람회장을 가득 메웠다.

축산분야의 다양한 신제품과 신기술이 소개되고 전 세계 축산 관련 바이어 및 전문가들이 모이는 만남의 장인 ‘유로티어(EuroTier, 하노버 국제 축산 박람회) 2018’이 성대한 막을 올렸다. 독일농업협회(DLG)가 지난 13~16일까지 독일 하노버 국제전시장에서 개최한 유로티어에는 올해도 해외 관람객 4만6500여명을 포함해 약 15만5000명이 박람회장을 찾으며 축산 분야에서 갖는 유로티어의 인지도와 중요성을 실감케 했다.


세계 축산인·바이어 만남의 장
한국관 10개 업체 참여
중동·아시아 등 바이어 발길
유럽시장 개척도 활발
축우전시관·신제품 발표 등 눈길


▲왜 유로티어인가=우리나라 최대 축산분야 박람회인 한국국제축산박람회를 앞두고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해외 박람회가 유로티어다. 유로티어는 다른 나라에서도 롤 모델로 꼽힐 만큼 인정받고 있는 박람회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유로티어인가?

직접 유로티어에 가보니 이런 의문이 자연스럽게 해소됐다. 국내 농축산식품분야 어떤 박람회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규모와 내용, 탄탄한 세부 프로그램, 체계적인 관리까지 모든 분야에서 ‘압도적’이라는 단어가 정확하게 어울렸다. 축산분야에서도 돼지, 축우, 가금, 사료, 약품 등 세부 분야를 전시관 별로 한데 묶어 2만6000㎡에 달하는 전시 면적에서도 관람객들이 원하는 분야를 명확하게 구분해서 찾아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무엇보다 뛰어났던 건 전시 내용이다. ‘세계 축산 관련 최신제품 및 신기술을 소개하는 축산 전문 박람회’라는 명성에 걸맞게 처음 보는 축산 기계·장비와 시스템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마치 유명 모터쇼에서 완성차 제조사들이 신차를 발표하듯 축산 관련 업체들이 새로운 기술력과 이를 활용해 개발한 신제품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곳이 바로 유로티어였다.

유로티어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생축들을 볼 수 있었던 축우 전시관이다. 이곳이 가장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대부분 우리나라에서 사육하는 품종과 달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여러 축우 품종들의 체형, 크기 등 개량된 모습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또 관람객들 사이로 가축들이 전시관을 자연스럽게 걸어 다니는 모습은 유로티어를 경험하기 전까지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분위기다.

축산 관련 업체만이 아니라 농가 입장에서도 유로티어는 중요한 장소인 듯 보였다. 축우 전시관에서 만난 전북 정읍의 한우 농가 김상민 씨는 “유로티어는 선진 사육 기술과 정보, 트렌드 등 축산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축산 농가라면 한 번 경험해 봐야 하는 박람회”라면서 “특히 젊은 축산인들은 반드시 방문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축산인 만남의 장, 유로티어=유로티어 주최 측인 DLG가 내세우는 유로티어의 큰 특징이 전 세계 축산인과 바이어들이 상호 교류할 수 있는 ‘만남의 장’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올해 유로티어에 참가한 한국 업체들도 유로티어가 가진 장점 중 하나로 다양한 국가의 바이어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로 그랬다. 해외 여러 나라 바이어들과 교류하는 업체 입장에선 매일 전화나 이메일로 만나는 사람들을 직접 얼굴을 마주하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는 곳이 유로티어였다. 굳이 따로 약속을 잡지 않아도 박람회장을 오가면서 그동안 관계해왔던 해외 업체 관계자들과 자연스러운 만남이 이어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유로티어에 참여한 한국 업체 관계자들은 “그동안 온라인상으로만 얘기하다 이번 유로티어에서 처음으로 미팅을 한 바이어가 많다”며 “유로티어에선 저 멀리 아프리카 업체까지 세계 여러 나라 바이어를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한국 업체들에게 유로티어는 자사 제품의 홍보·판매 외에도 수입하는 원료 판매상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좋은 장소이기도 했다. 이번 유로티어에 참여한 엠케이생명과학의 안동원 이사는 “유로티어는 제품을 파는 것뿐만 아니라 원료 등을 사는 것도 생각하면서 참여하는 박람회”라며 “여기(유로티어) 나오는 업체 대부분이 품질은 확실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국내 10개 업체 한국관 구성=우리나라에서는 한국동물약품협회가 한국 홍보부스를 포함, 총 132㎡ 규모로 한국관을 구성해 이번 유로티어에 참가했다. 한국관 참여 업체는 △녹십자수의약품 △대호 △애드바이오테크 △엠케이생명과학 △우진비앤지 △이-글벳 △중앙백신연구소 △코미팜 △트리언인터내셔널 △한동 등 10개 업체.

한국관에는 주로 중동 및 아시아, CIS(독립 국가 연합) 지역, 동유럽 국가 바이어들이 방문해 상담을 진행했으며, 여러 동물용의약품 중에서도 백신과 신제품 관련 문의가 많았다. 이번 유로티어에 참여한 국내 동물용의약품 업체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우리나라 업체들에게 유럽시장은 이제 수출 시작 단계로 이 자리에서 당장 높은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유럽 바이어들을 대상으로는 한국 제품의 우수한 품질을 홍보하고 기존 거래 선이나 중동, 아시아 지역 바이어들과 수출 상담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유로티어에는 한국관 외에도 원적외선 방열등 생산업체인 ㈜려암, 친환경 사료첨가제 생산업체인 ㈜소마, 천연 사료첨가제 생산업체인 칼스엔비티 등 8개 업체가 개별적으로 부스를 운영하며 제품 홍보에 참여했다. 개별 참가업체 관계자들은 “제품 홍보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유로티어에 오게 됐다”며 “유로티어에서 부스를 운영하는 것만 해도 해외 바이어들에게 업체와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혁신을 보여주는 플랫폼=유로티어는 최신제품 및 신기술을 소개하는 박람회이면서 한편으로는 축산업의 혁신을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하다. 때문에 전문가들의 평가를 거쳐 가장 혁신적인 축산 제품을 선정하고, 이들에게 금메달과 은메달을 수여하는 것도 유로티어의 중요한 부분이다. 지난 2016년 박람회에 이어 올해도 해외 각국에서 혁신제품 선정에 250여개 제품을 출품했으며, 이 가운데 1개 업체가 금메달, 25개 업체가 은메달을 수상했다.

수상 제품이라고 해서 복잡한 기술을 적용하거나 엄청난 신기술을 적용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기술이 단순하면서도 농가들이 사용하기 편리한 제품이 혁신적일 수 있다는 게 DLG 관계자의 설명이다. 올해 금메달 수상 제품인 독일 마이어 브라켄베르그(Meier-Brakenberg) 사의 ‘스피디 트로프 석션 유닛(Speedy Trough Suction Unit)’도 축사의 사료통에 남아있는 사료찌꺼기를 고압의 청소기로 간편하게 제거해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개발한 제품이다.

올해 유로티어에선 가장 핵심적인 주제가 ‘디지털 사육 환경(Digital Animal Farming)’ 이었다. 컴퓨터,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동물 사육 및 생산성 개선, 농장 관리, 로봇 착유, 생산자-유통업체 간 정보 교환 등이 주요 내용으로, 디지털 사육 환경을 시연해 보는 특별관이 운영되기도 했다.


“한국산 동약, 태국서 만족도 높아”
타낫크릿 분더클 태국 브이에이피 대표

“태국에서는 전반적으로 한국 동물용의약품에 대한 만족도가 높습니다.”

브이에이피는 우리 동물용의약품업체인 코미팜에서 4가지 백신 제품을 공급받아 태국 농가들에게 공급하는 태국의 동물용의약품 취급 업체다. 유로티어는 이번이 첫 방문이라는 타낫크릿 대표를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그는 코미팜 제품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타낫크릿 대표는 “전에는 스페인 회사 제품을 수입했는데 코미팜 제품이 품질도 다양하고 우수해 농가들의 평가가 좋다”며 “지금까지는 돼지백신만 취급했으나 앞으로는 코미팜의 양계백신까지 다양한 품목을 수입할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타낫크릿 대표는 이어 “태국 시장에 들어오는 한국 제품의 품질이 대부분 뛰어나다”며 “다만 앞으로는 농가에 대한 기술 지원도 병행해 줬으면 한다”고 한국 업체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

타낫크릿 대표는 유로티어 방문 소감도 밝혔다. 그는 “유로티어에는 백신 이외에 다른 동물용의약품 품목을 보기 위해 왔는데 다른 박람회보다 규모 면에서도 크고 무엇보다 새로운 기술과 상품을 볼 수 있어 좋다”면서 “2년 마다 한 번 씩 열리는 박람회인 만큼 2년 후에도 새로운 기술과 상품을 보기 위해 유로티어를 다시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다양한 분야의 업체 참가했으면”
이수진 한독상공회의소 과장

“한국의 유로티어 참가 분야가 조금 더 다양해지길 기대합니다.”

한독상공회의소는 10년 전부터 유로티어의 한국대표부를 맡고 있는 곳이다. 올해는 이수진 과장이 유로티어 현장에서 한국 참가업체 및 참관객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수진 과장은 유로티어에 대해 “한국의 축산관련 업체들이 새로운 기술과 정보를 습득하고 한국 축산 현장에 접목시킬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열려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이수진 과장에게는 이런 부분에서 한국 참가 업체들이 동물용의약품과 사료 첨가제 등 특정 분야에 쏠려 있는 것이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이수진 과장은 “더 다양한 분야의 업체들이 유로티어에 참여하고 전시 품목도 다양해지면 새로운 가능성이 보일 수 있다”며 “그러면 유로티어에 참가하는 업체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동물용의약품분야도 처음에는 2개 업체가 참여하던 것에서 벌써 한국관을 구성할 만큼 성장했다”며 “다음 유로티어에선 다른 품목도 한국관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게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수진 과장은 “한독상공회의소는 한국과 독일의 농식품 업체와 바이어 연결, 선진지 견학 등 다양한 농축산식품 분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한국 농축산업의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바쁜 발걸음을 옮겼다.
 

▲ 한돈협회 등 우리 축산 단체가 독일 축산 협회 및 주최 측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한국 축산기관·단체 간담회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 화두로


세계 축산업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축산박람회인 만큼 이번 유로티어에는 박람회에 참여한 국내 업체 외에도 우리나라 축산관련 기관 및 단체 관계자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

개별 축산단체에선 하태식 대한한돈협회 회장, 손종서 부회장 등이 방문해 독일 축산 협회의 비앙카 린트(Bianca Lind) 회장, 노라 하머(Nora Hammer) 부장과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독일도 인근 국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해 이에 대한 관심이 높다.

독일 축산 협회 관계자는 “현재 다양한 방법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막고는 있지만 야생 멧돼지에 의한 감염 가능성은 있다”며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된 돼지가 발견될 경우 살처분 범위를 최소화 해 농가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축산 협회 관계자들은 그러나 “독일의 양돈 농가들이 친환경적으로 돼지를 사육하고 철저하게 농장을 관리·운영하기 때문에 야생멧돼지와 농장돼지의 접촉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야생멧돼지와 일반 농장 돼지의 접촉으로 인한 감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하태식 회장은 “한국은 환경규제 때문에 양돈산업이 위축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교류를 이어나가자”고 언급했다.

한돈협회에 이어 한국국제축산박람회를 공동 주최하는 6개 축산 관련 단체 관계자들과 낙농진흥회,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관계자들이 DLG의 동남아시아·태평양 지역 책임자인 안젤리나 라스(Angelina Laas) 씨와 만남을 가졌다. 국내 기관·단체 관계자들은 한국국제축산박람회를 소개한 후 “유로티어를 벤치마킹해 한국국제축산박람회에 잘 반영하겠다”며 유로티어와 한국국제축산박람회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교류 및 협력을 요청했다.

독일 하노버=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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