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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농촌의 희망, 다문화 여성농업인<하>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 천순옥(오른쪽) 씨와 박철이(왼쪽) 씨 부부가 자신들의 딸기농장 하우스 안에서 서로에게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

●한국생활 24년차, 딸기농사 짓는 천순옥 씨
“언어도 농사일도 모두 낯설던 시절 지나 이젠 베테랑 농사꾼”

소 파동으로 진 빚 다 갚고
딸기 키우며 여유 찾아
10년만 더 농사 짓다가
남편과 여행 다니고 싶어

독거노인 돕기·목욕봉사 등
이웃 봉사활동도 열심
어엿한 지역사회 일원으로


“한국으로 시집와 처음 농사를 지어봤는데 그 때에는 나락하고 풀도 구분을 못했고, 일하는 방법도 모르니 막막하고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에 옆에서 하나하나 가르쳐주고 도와줘서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경남 고성군 하일면에서 3966m2(1200평) 규모로 딸기농사를 짓는 천순옥(46)씨는 1994년에 중국에서 한국으로 시집을 왔다. 중국 헤이룽장성 하이린시에서 반찬가게를 하던 천순옥 씨는 한국에 시집을 가면 중국에서보다는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한국 사람과의 결혼을 꿈꿨다. 그러던 중 1994년 교회 선교사의 소개로 남편 박철이(56) 씨를 만나 결혼을 했고, 경남 고성에 신혼집을 꾸렸다.

결혼 생활은 처음부터 수난의 연속이었다. 남편과의 관계는 매우 좋았지만, 경제적으로 힘든 나날이었다. 당시 6611m2(2000평) 규모로 쌀농사를 짓던 남편을 도와 농사일에 나섰지만, 언어도 생소하고 농사일도 처음이라 모든 게 서툴렀다.

천순옥 씨는 “제가 조선족이기 때문에 한국말에 익숙했지만, 경남 고성의 사투리가 몹시 낯설어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또 농사일도 처음이기 때문에 논에 나가면 무엇을 해야 할지 눈치만 보는 힘든 상황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설상가상으로 경제적 위기에 직면했다. 당시 남편 박철이 씨는 농업후계자로 선정돼 정부자금 1000만원을 지원받아 한우 15마리 정도를 사육했다. 하지만 1994년에 소 파동이 발생해 2000만원의 빚이 생겼다. 부부는 매일 악착같이 돈이 되는 일은 모두 했다. 농사를 지으며 농한기에는 건설 일용직까지 하며 빚을 갚았다.

결국 2000년이 돼서야 빚을 모두 갚았고, 2008년에는 하우스를 지어 딸기농사를 시작했다. 지금은 지역의 삼산딸기작목반을 통해 새고성 농협으로 딸기를 출하하는데 부부가 정성껏 키운 딸기가 높은 가격을 받아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은 상태에 다 달았다.

천순옥 씨는 다문화 여성농업인들이 한국사회에 정착하기 위해선 실효성 있는 정부의 정책 추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순옥 씨에 따르면 농촌의 다문화 가정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같은 까닭에 농사 규모를 넓히려거나 시설을 설치하려 해도 돈이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다. 따라서 정부에서 다문화 여성농업인을 대상으로 정책자금을 저금리에 빌려주면 정착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무언가를 해보려 해도 돈이 없기에 매일 쳇바퀴 같은 삶이 반복된다”면서 “다문화 여성농업인들을 대상으로 정책자금 저금리 대출이 이뤄지면 그들이 자립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 씨는 과거에 어려웠던 기억 때문에 지역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한국여성농업인 고성군연합회 회원들과 함께 겨울에는 김장김치를 담궈 독거노인이나 저소득층에게 나눠주고, 요양원을 찾아 목욕 봉사도 펼치고 있다.

그는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어려운 처지에 처한 사람들을 돕고 살피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거창하진 않지만 시간이 될 때마다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천순옥 씨는 앞으로 10년만 딸기농사를 더 지을 계획이다. 남편과 함께 욕심 부리지 않고 지금의 딸기 농장 규모로 농사를 짓고, 이후에는 농장을 정리하고 남편과 함께 국내외로 여행을 다니고 싶다는 것이다. 또 바쁜 농사일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고 바르게 성장한 자녀들이 취업에 성공하는 것 역시 그의 소망이다.

그는 “한국으로 시집와 24년 동안 바쁜 농사일 때문에 제대로 여행을 다닌 적이 없어서 늘 아쉬웠다”면서 “앞으로 딱 10년만 남편과 함께 즐겁게 딸기농사를 짓고 그 이후에는 손잡고 국내외로 여행을 다니며 좋은 추억을 많이 쌓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남편과 딸 셋을 낳았는데 고맙게도 아이들이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줘서 매우 고맙다”면서 “이제 아이들이 취업하는 것만 남았는데 원하는 곳에 취업해 좋은 사회 구성원이 됐으면 한다”라고 소망했다.
 

▲ 한국여성농업인경남도연합회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외국인 이주 여성 방문상담원 교육의 전경.

●한여농경남도연합회/이주여성 방문상담원 사업
친정어머니가 딸 대하듯…부담 없는 교육 성과

한여농회원이 멘토로 나서
소소한 바느질부터 문화까지
유대관계 강화하고 상시 교육
가족간 불화 중재자 역할도
지역사회 정착 버팀목으로


한국여성농업인경남도연합회(이하 한여농경남도연합회)와 경상남도가 다문화 여성농업인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펼치는 ‘이주여성 방문상담원’ 사업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한여농경남도연합회는 지난 2007년부터 12년 동안 ‘이주여성 방문상담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주여성 방문상담원 사업은 경상남도가 매년 900만원을 지원하고 있고 다문화 여성농업인들에게 한국의 문화와 농업 교육 등을 진행해 이혼율을 줄이고, 이들이 한국 사회에 좀 더 빠르게 적응할 수 있게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한여농경남도연합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상담기법과 한글 교수 방법, 대화기법 등을 1년에 1번 1박 2일 동안 교육을 진행한다. 교육을 받은 한여농경남도연합회 회원들은 각 지역으로 돌아가 지역 내 다문화 여성농업인을 대상으로 올바른 지역사회 정착을 유도한다.

‘이주여성 방문상담원’ 프로그램의 특징은 ‘유대관계 강화’이다. 한여농경남도연합회 회원들이 지역에서 다문화 여성농업인들과 멘토-멘티 관계를 맺고 상시적으로 바느질 방법부터 시작해 한국 요리 방법, 고부갈등 극복 방법, 한글 교육, 문화 교육 등을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이 좋은 성과를 내는 이유는 교육하는 사람과 교육 받는 사람이 모두 지역의 구성원이라는 점이다. 지역의 한여농경남도연합회 회원들이 다문화 여성농업인의 집안사람들 대부분과 지인인 까닭에 교육도 눈치 보지 않고 진행하고, 또 가족 간 불화가 발생했을 때에는 중재자 역할도 하기 때문에 다문화 여성농업인의 한국 사회 정착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한국에 시집온 지 24년째가 되는 천순옥 씨도 ‘이주여성 방문상담원’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문화와 결혼 생활에 서툰 결혼 이주여성들에게 기초적인 것부터 시작해 인간관계 갈등 극복 방안까지 가르쳐주고, 같은 지역에 살며 도움을 받거나 말동무가 돼 심리적 안정감까지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천순옥 씨는 “이주여성 방문상담원 사업은 마치 친정어머니가 딸을 대하듯 기초적인 것부터 가르쳐주기 때문에 부담 없이 교육에 참여할 수 있다”면서 “경남도에 거주하는 다문화 여성농업인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주여성 가족도 함께 교육 계획”
이기선 한여농경남도연합회장

“농촌은 아직도 보수적이고 가부장적 분위기가 남아 있기 때문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 여성농업인이 많습니다. 이들을 조금이나마 돕기 위해 이주여성 방문상담원 사업을 진행했는데 결과가 좋아 뿌듯합니다.”

이기선 한여농경남도연합회 회장은 이주여성 방문상담원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정부에서는 결혼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다양한 정책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도농 간 격차가 발생해 농촌에 거주하는 결혼 이주여성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 이 회장의 설명이다.

이같은 까닭에 경남도에서는 한여농경남도연합회가 이주여성 방문상담원 사업을 펼치며 농촌에 거주하는 결혼 이주여성들에게 한국의 문화와 음식, 언어를 가르쳐 한국 사회 정착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동안의 사업 진행 결과 다행히 성과도 좋다는 것이 이 회장의 설명이다. 낯선 땅에 시집와 힘들고 고부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 여성농업인들이 이제는 어려움을 덜고 농사에 집중하는 사람이 많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기선 회장은 앞으로도 이주여성 방문상담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지금은 결혼 이주여성을 대상으로만 사업을 진행하지만, 앞으로는 더 나아가 결혼 이주여성들의 가족들도 교육 대상에 포함시켜 심리 상담이나 가족 관계 개선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지금까지는 다문화 여성농업인의 정착을 위해 사업을 진행했지만, 이제는 정착단계를 지나 가족관계를 돈독히 해 지속가능한 가정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중앙정부나 지자체에서 많은 관심과 후원을 부탁드린다”라고 강조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농림축산식품부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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