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정세현 “남북경협 활성화되면 농업 역할 막중”  
최병일 “미·중 격돌로 WTO체제 사실상 와해”
정순관 “중앙정부 간섭 최소화·자치분권 강화”


북핵문제가 해결되면서 남북경협이 활성화되면 농업분야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분석과 함께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추세에 따라 사실상 WTO체체는 식물화 됐으며, 거대FTA도 당분간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 지방분권 강화와 관련해서는 중앙정부의 간섭을 최소화 하는 방식으로 자치분권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도 나왔다. 최근 GS&J 인스티튜트가 주최한 ‘격동하는 국내외 정세와 농업·농촌의 길’에서 기조강연에 나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최병일 전 한국경제연구원장, 정순관 자치분권위원장 등 관련 석학들은 이 같은 내용을 강조했다.

#남북경협, 농업부문 할 일 많아=정세현 전 장관은 남북경협이 활성화되면 제일 먼저 농업분야에서 북한에 가야할 것이라면서 관심을 가져 줄 것을 주문했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은 서해안 벨트를 중심으로는 서울-개성-해주-남포-평양-시의주 간의 사업·물류·교통벨트를 구축해 개성공단의 확대개발과 신의주·평양·남포·해주의 산업단지개발, 서울-평양-신의주-베이징 간 고속철도 건설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또 동해안을 중심으로는 부산-설악산-금강산-마식령스키장-단천-청진-나선-하산에 이르는 동해안 벨트를 구축해 관광과 에너지 자원 벨트를 구축한다는 게 핵심내용이다.

정 전 장관은 이에 대해 지난해 6월 개최된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한반도 운전자론’ 이후 현재까지의 한·북·미 간의 비핵화와 경제협력 논의를 정리하면서 “북·미가 다시 접점을 찾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마무리되면 문재인 정부의 남북경제공동체 구상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정 전 장관은 그간의 농업부문 대북경제협력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북한은 농업부문에서 기계와 비료, 농업기자재 등을 소망할 것”이라면서 “이런 것들을 지원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고, 이런 측면에서 북미관계가 정상화되면 제일 먼저 농업부문이 북한에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회주의 시장개방에서는 제일 먼저 식량문제의 해결이 대두되는데, 중국이 시장경제를 도입할 때도 농업을 최우선적 정책과제로 내세웠고, 베트남도 그랬다. 북한도 여전히 식량문제를 안고 있다”면서 “우리와 달리 북한은 식·의·주라고 한다. 농업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WTO체제는 사실상 식물화=최병일 전 한국경제연구원장은 WTO체제는 사실상 와해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강화되고 있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이 WTO규범을 지키지 않는 문제 등으로 인해 사실상 WTO체제는 식물화 됐다는 것이다.

최병일 전 원장은 “WTO체제에는 입법과 사법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입법은 규범을 만드는 일이고, 사법기능은 규범을 어길 경우에 대한 제제조치라고 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규범을 만들자는 DDA협상은 사실상 식물화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사법 기능적 측면에서 WTO는 2심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2심 위원의 선정을 미국측이 꺼리는 실정”이라면서 “2심 상소기구가 무력화된다는 것인데, 탈퇴는 어렵다보니 형해화 시키는 전략”이라고 진단했다.

최 전 원장은 또 “안보와 통상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방호막이 있었다. 통상문제가 발발해도 안보가 우선됐다”면서 “지금은 그것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미국이 주도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 “끝에 왔다고 하지만 미국이 주도하던 TPP는 트럼프가 미국을 탈퇴시키면서 사실상 식물화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의 세계정세를 감안해 “앞으로 당분간은 거대 FTA는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미국이 빠진 TPP를 일본이 이어 받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CTPPP)에 대해서는 연말까지 정부가 입장을 정하기로 했는데, 가입을 한다면 농업부문에 영향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중앙정부 간섭은 최소화=정순관 자치분권위원장은 지방분권이 강화되면 오히려 농업부문에 대한 지원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주장과 지역에서 이를 수용할 준비가 돼있는지에 대한 우려에 대해 “중앙정부가 '어떻게 하겠다'라는 식의 기대를 지방정부에서는 '갖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있다”면서 “의외로 지방의 조례 제정 트랜드를 보면 중앙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과정들이 굉장히 급속도로 지방에서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또 “역량 부족이라는 부분도 지역에서 인력양성프로그램이 있다면 지원하는 내용이 들어 있고, 특히 도시지역은 시민단체가 활성화돼 있어 별 염려를 하지 않고 있지만 농산어촌으로 들어가면 굉장히 취약한데, 이도 자치단체가 지원을 요청하면 지원이 이뤄지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를 위해 지방분권 담당관실에서 시군구의 운동가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방분권 강화가 오히려 농업부문의 지원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정 위원장은 “다른 모든 부문에서도 똑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이는 지방정부에 꾸려지는 위원회의 논의과정에서 관철해 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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