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우리나라 계란산업의 핵심 축인 대한양계협회와 한국계란유통협회의 갈등이 깊어지며 비방 수위도 높이고 있다. 산지의 계란 거래 관행 때문에 비롯된 것이다. 양계협회와 계란유통협회는 지난 7월 계란 산지거래와 유통을 개선하자며 협의회 자리를 갖기도 했지만 오히려 양 협회의 관계는 역행하고 있다.

고병원성 AI 확산과 살충제 계란 파동이 겹치면서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는 상황에서 양 협회의 만남 자체만으로 초미의 관심사였다. 더구나 양계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관행으로 이뤄진 후장기 가격 정산제도를 개선해 나가고 계란소비 확대 등을 위해 지속적인 교류를 하겠다”며 논의성과를 밝혀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양 협회는 최근 더 깊은 갈등과 대립으로 빠져드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상대 협회에 대해 원색적인 단어를 사용하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성명도 발표했다.

대한양계협회의 주장을 들어보면 계란유통에 불공정행위가 있다는 내용이다. 이 문제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직권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40년 가까이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는 계란거래 후장기가 농가를 괴롭히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계란 유통상인들이 농가로부터 계란을 매입하고 한 달이 지난 후에 일방적으로 가격을 확정해 지급하고 부당 이익구조를 취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국계란유통협회도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농가와 유통상인 간의 거래는 산란일자, 계란품질, 선입금, 위탁판매, 사업자 자금상황 등 다양한 조건으로 거래를 유지하며 산지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특히 유통상인들은 계란 생산량에 관계없이 거래하는 농장의 계란을 전량 매입해 판매하는 형태를 유지한다는 설명도 덧붙이고 있다. 오히려 대한양계협회가 본인들이 원하는 가격을 고시해 유통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려는 부작용만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생산자와 유통상인이 불심하고 갈등이 증폭하는 원인은 ‘계란 시장’이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시장이라고 하면 상품을 판매하고 구매하는 공간으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시장이라는 것은 재화와 용역이 교환되며 가격이 결정되는 장소 또는 기구를 의미한다. 수많은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해 공정한 가격이 결정된다. 계란 생산자와 유통업자들 간에 벌어지고 있는 사태도 바로 신뢰가 확보되지 못한 ‘가격’만 떠도는 상황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계란 생산자는 출하가격을 믿지 못하고 유통상인들도 계란의 매입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계란의 올바른 유통구조는 진정한 시장기능을 하는 ‘계란시장’ 조성에 있고, 생산자와 유통업자는 물론 정부 모두의 과제이다. 특히 연간 150억 개에 달하고 1인당 1년에 평균 270여개 가량을 소비하는 품목. 농축산물 생산규모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품목. 그럼에도 체계적인 시장구조가 갖춰지지 않은 것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이병성 기자 축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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