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여유 없는 나홀로 귀농 청년…“살 집·농지 어떻게 구하나요”

[한국농어민신문 이동광 기자]

▲ 순창귀농귀촌지원센터 김현희 활동가가 농촌주택을 구하기 어려운 청년 귀농인들의 현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빈집 지원은 2인이상 가족 우선
집수리비·이사비용 등 지원 소외
안정적 거주지 없다보니
마을서 임대농지 구하기도 어려워

장기주택임대·이동식 주택 등
청년 정착 인프라 구축 서둘러야


최근 정부 농업정책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청년농업인을 육성하는 문제이다. 현재 전체 농업경영체로 등록된 농업인의 56%는 65세 이상 고령자이고, 40세 미만 청년농업인은 1%에도 못 미치는 9000여명에 불과하다.

그래서 정부는 청년농업인 대상으로 영농정착지원금을 지급하고 농지 임차·매입 지원, 창업 자금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청년농업인들을 위한 지원 정책들이 확대되자 귀농에 관심을 가지고 농촌으로 들어오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방자치단체나 일반 교육기관을 통해 귀농귀촌 교육을 받고 농촌에 정착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전북 순창귀농귀촌지원센터에 현재 5명의 젊은 청년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순창군에서 운영하는 귀농·귀촌인의 집에서 거주하며, 농업에 투신하겠다는 의지를 굳건히 다지는 중이라고 한다. 이제 교육을 다 받고 주택과 농지를 마련하기만 하면 절반의 성공을 이루게 된다.

그런데 귀농을 꿈꾸는 젊은 청년들에게 뜻하지 않은 복병이 나타났다. 대부분 청년들이 교육 이후 마땅히 거주할 집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에서 지원하는 청년귀농 장기 교육은 보통 6개월간 진행된다. 이때는 귀농귀촌의 집 등에서 생활하면서 교육을 받는데 귀농귀촌의 집에서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이 딱 1년이다. 귀농교육까지는 받을 수 있지만 이후에는 청년들이 살 집과 농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농촌에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지만 청년들에게 그림의 떡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수리한 빈집에 들어가는 우선순위는 40~50대 2인 이상의 가족 단위 귀농·귀촌인이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자금과 기반을 갖추고 가족 단위로 정착하다보니 홀로 활동하는 청년들보다는 환영 받는 세대다. 이러다보니 비교적 경제적인 여유를 가진 40~50대의 정착비율은 높아지고 청년들의 농촌 정착비율은 하락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순창귀농귀촌지원센터에서 청년들의 정착을 돕고 있는 김현희 활동가도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 3년 전 순창에 귀농하려고 갔는데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이사비나 집수리비 등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한다.

김현희 활동가는 “수리된 빈집에 1년간 살 수 있도록 운영되는 귀농인의 집은 2인 가구 우선이어서 혼자 내려온 청년들이 거주하기 어렵다”라며 “수리 없어 들어가 살 수 있는 집을 구하려면 결국 많은 돈이 필요하다. 이런 여건들이 청년들의 농촌 정착을 방해하고 있어 우선 주거안정 정책이 빨리 나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청년 귀농인에게도 도시처럼 최소한 5년 정도의 장기임대 주택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귀농을 희망하는 4~5명 청년들을 모아서 수도, 전기 등 인프라를 구축한 대지를 임대해서 이동식 주택을 짓도록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농사 기법을 배우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농지 구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김현희 활동가는 “청년들이 마을에 진입하려고 하면 어르신들이 반대하는 경우도 접하게 된다”라며 “결국 마을 분들과 어울리면서 신뢰를 받아야 임대 농지라도 구할 수 있기에 장기적으로 거주할 집은 필수적이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배경에는 구조적이면서 사회적인 문제가 혼재돼 있다. 농촌에 빈집이 늘어도 도시에 나간 자녀들은 집을 팔거나 수리해서 임대하는 것에 미온적이다. 농지는 더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심리 때문에 거래는 더욱 힘들다고 한다.

김현희 활동가는 “지금까지 경험으로 보면 귀농 교육만 하고 정착은 청년들이 알아서 하라고 방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라며 “지금 창업이나 귀농을 하려는 청년이 농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에는 너무나 인프라가 부족하다. 이 사실을 정부가 제대로 인지하고 지자체와 대안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이동광 기자 leed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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