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
“쌀값 오름세 완화 필요”
물가당국 입장 대변 분통

쌀농가 ‘생산조정제’ 불참선언

“타작물재배사업 참여해 
쌀값 회복시켜 놨더니 
이제와서 농민 기만” 반발


정부가 수확기 공공비축미 5만톤 방출을 강행키로 하면서 야당과 농업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예산안 의결이 파행됐고, 쌀전업농들은 내년도 생산조정제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황주홍)는 15일 전체회의를 열고 심사를 마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의결할 예정이었지만, 이 자리에서 정부가 하루 앞선 14일 비축미 5만톤 방출 공고를 낸 사실이 알려지며 야당의 반발 끝에 지난 6일에 이어 또다시 파행 사태를 겪었다.

정부 관계자들의 답변도 야당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데 일조했다.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이 “공매의 목적이 쌀값을 크게 떨어뜨리는 데 있지 않고, 약보합세 수준의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영업자, 예를 들어 김밥집, 분식집 이런 데서 연락이 많이 오고 있다”고 답한 데 이어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도 “쌀값 오름세를 완화하는 측면이 도시근로자와 자영업자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정부가 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을 양해 부탁드린다”라고, 물가당국의 입장을 앞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황주홍 위원장(민주평화당,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은 “물가차관회의에서 결정된 5만톤 방출 계획에 대해 이개호 장관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방침을 바꾸려면 물가당국과 회의를 해야 하고, 상임위원회 의견을 전달하고 농식품부 입장을 관철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 입장이 변경된 것”이라며 “수확기에 재고미를 방출한다는 것은 농정 초유의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만희 자유한국당(경북 영천청도) 의원은 “5만톤 방출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단순히 건드리고만 넘어가는 것인가”라며 “상임위의 의견들을 정부가 귀담아 듣지도 않는다. 예산안 의결을 중지하고서라도 정부가 방출을 강행할 것인지 재고할 것인지 입장을 들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경대수 자유한국당(충북 증평진천음성) 의원도 “5만톤 방출 건에 대해선 이구동성으로 부당하다는 의견을 냈고, 상임위 의견을 적극 전달하겠다고 장관께서 얘기했는데, 방출은 기정사실로 정해진 것이고 불가하다는 입장인 것이냐”라며 “만약 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우리는 모르는 상황에서 넘어가는 것 아니었나”라고 추궁했다.

농해수위 소속 자유한국당 경대수·김태흠·김성찬·이만희·강석진·김정재 등 6명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의 쌀 5만톤 방출을 철회해야 한다는 지적에 검토가 필요하다고 대답해 놓고 며칠 지나지도 않아 바로 5만톤 방출을 실행해 버렸다”고 규탄했다.

쌀 전업농들도 비축미 5만톤 방출 강행에 대해 분노를 드러내며 타작물재배지원사업(생산조정제)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회장 김광섭)는 14일 성명서에서 “연초 정부는 쌀 생산조정을 위해 타작물 재배에 앞장서야 하며, 그로써 쌀값이 회복될 것이라고 설득해 많은 농업인이 동참했다. 결국 쌀값은 회복됐지만 정부는 너무 올랐다고 구곡을 방출하고 있다”며 “정부가 권장한 타작물 재배사업 실패의 손실에 이어 정부의 기만에 농업인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농업을 도외시하는 정부와 협의는 이제 없다. 생산조정 안 한다”며 “당정 협의된 목표가격 수용할 수 없고, 직불제 개편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쌀전업농들이 생산조정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내년도 실시 예정인 사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예상이다. 올해 시행된 타작물재배지원사업도 쌀전업농이 참여하면서 5만ha 목표 대비 74% 수준인 3만7000ha를 겨우 달성했다.

한편 정부 비축미 방출과 관련해 농협중앙회는 14일 홈페이지와 일간지 광고 등을 통해 5만톤 방출 공고를 내고, 22일 입찰을 실시하기로 했다. 조곡 40kg 기준 173만6110포대로 충남 32만9290포대·전북 35만1150포대·전남 53만4400포대·경북 28만3930포대·경남 23만4340포대 등이다. 최고가 입찰방식으로 진행되며, 응찰한도는 최소 30톤에서 최대 300톤까지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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