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농산물 가격이 높아서 가계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며 말들이 많다. 농업전문언론에 몸담고 있는 기자입장에서 참으로 ‘가슴을 긁어내리는 말’이다. 현장 농민들 삶이 어떤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취재 때마다 눈과 귀로 전달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보니 더 그런 것 같다.

철마다 무·배추 가격이 조금이라도 오를라 치면 ‘폭등’이라고 하고, 내린 때는 말이 없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산지쌀값과 관련해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5일자 기준 통계청의 산지쌀값 조사치는 20kg 기준 4만8424원. 전년동기 3만8056원에 비해 27% 높은 가격이다. 소비자단체에서조차 ‘폭등’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정부에 쌀값을 내리라고 압박한다.

하지만 벼를 재배하는 농가들의 수익은 어떨까? 최근 취재에서 1ha(3000평) 당 현재의 산지쌀값이 유지되더라도 농가의 수익은 연간 5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간 500만원이라고 하니, 좀 많은 것(?) 같기도 해 보인다. 그래서 12개월로 나눠봤다. 월급을 받는다고 하면 한달 40만원가량이다.

한 달 40만원.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간당 8350원이다. 월급으로 따지면 174만5000원 가량이 된다. 1ha 벼농사 지어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이 최저임금의 23%에 불과하다는 소리다. 소비자들은 ‘비싸다’고 하는데, 현재 가격으로도 농민들은 ‘생활이 어렵다’고 한다.

이 구조적 모순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원인이 궁금해 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이고, 수출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임금인상을 억제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먹을거리에 대한 저가 정책이 펼쳐져야 한다’ 그래서 ‘농업은 일정 수준 희생을 해야 한다’는 데서 이유를 찾는다. 정책 우선순위에서 제외됐다는 소리일 것이다.  

‘농업이 없이 선진국이 된 나라는 없다.’그간의 위정자들은 그들의 입을 통해 이렇게 말해 왔다. 고사 직전의 농업·농촌·농민. 이에 대한 국민적 고민이 없다면 결국 농업은 회생할 길이 없어 보인다.

이진우 기자 농업부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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