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지면적 급감·곡물자급률 24%…국내 식량안보 ‘위협 수준’

[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여의도 면적 160배 가량의 경지가 사라졌다. 사진은 국내 조생종 벼 최대생산지인 철원지역의 벼 재배 장면.

지난 10년 새 국내 경지면적
여의도면적 164배 사라져
전체 식량자급률도 하락
2000년 55.6→2016년 50.9%로

정부 안정적 식량공급 추진
쌀 이외 식량작물 기계화·단지화
밭작물 기계화율 지속 제고
농지 범용화사업 등 계획


농업의 가치를 논하면서 빠지지 않는 것이 식량안보다. 국민 먹거리를 안정적이고 건강하게 공급한다는 취지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농업의 가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경지면적은 감소하고 있고, 식량자급률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전하고 건강한 농산물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증가하고 있는 상황. 자급률을 높이는 것도 어려운데, ‘안전하고 건강한 농산물 생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 1인당 경지면적=논과 밭을 합쳐서 지난 2008년 175만9000ha이던 국내 경지면적은 지난해 162만1000ha로 8%가량 감소했다. 면적으로 따지면 13만8000ha로 여의도 면적(8.4㎢)의 164배가량의 경지가 지난 10년 사이 사라진 것이다.

국민 1인당 경지면적으로 환산해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8월 기준 국내 인구는 5181만2153명으로 지난해 경지면적을 기준으로 1인당 돌아가는 땅은 94평가량. 1인당 100평이 안되는 면적이다. 자급률 차원에서도 식량안보는 취약하다는 것이다.

실제 농식품부가 집계하고 있는 식량자급률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잠정치에서 쌀·보리쌀·밀·옥수수·콩·서류 및 기타 등의 식량자급률은 50.9%로 절반을 겨우 넘기고 있다. 이는 사료용 곡물자급률을 제외한 것으로 사료용 곡물자급률까지 포함할 경우 자급률은 20%대로 떨어진다.

지난달 말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4차 산업 혁명시대, 식량안보 R&D추진전략’을 주제로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한국의 곡물자급률이 국가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수준이라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이 컨퍼런스에서 ‘현재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사료용 곡물을 포함해 24%로 국가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수준이며, 특히 향후 한반도 통일 시 식량안보 문제가 더욱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세계적 관점에서 ‘UN 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 세계 인구는 97억명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지금 추세대로 식량을 소비하면 2050년에는 지금의 1.7배가량의 식량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또 현재 75억 인구 가운데 약 10억 명이 만성적인 식량부족과 영양결핍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밝혔다. 머지않아 전 세계가 심각한 식량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는 지적인 셈이다. 

▲품목별 자급률 현황=식량 중 자급률에서 100%를 나타내는 것은 쌀과 서류다. 2016년 식량자급률 잠정치에 따르면 2000년과 2016년 각각 쌀 자급률은 102.9%·104.7%를, 서류는 110.8%·104.7%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외 식량작물은 보리쌀이 49.7%에서 24.6%로 하락했으며, 콩도 28.2%에서 24.6%로 소폭 떨어졌다. 밀은 자급률이 0.1%에서 1.8%로 올라서긴 했다. 하지만 식량작물로서 연간 1인당 소비량이 32kg으로 제2의 주식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98%가 수입이 되고 있다. 특히 전체 식량자급률이 2000년 55.6%에서 2016년 50.9%로 하락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농식품부도 국민의 안정적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 5년마다 자급률 목표치를 설정하고, 매년 자급률 실적을 점검하는 등 자급률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농식품부의 2022년 식량자급률과 곡물자급률 목표치는 각각 55.4%·27.3%.

농식품부는 또 쌀을 제외한 식량작물의 자급률이 낮은 이유에 대해 ‘쌀을 제외한 식량작물은 기계화율이 낮고 생산 유통 기반이 취약하며, 수입산에 비해 국내산 가격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콩·밀을 포함한 주요 식량작물의 생산기반을 확충하고 수요를 확대하는 등 쌀 이외 타작물을 생산하는 농업인의 소득이 안정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여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 올해부터 시행 중인 생산조정을 통해 기존 쌀을 재배하던 농지에 콩을 포함한 주요 식량작물이 재배될 수 있도록 유도해 자급률을 제고하는 한편, 쌀 이외 식량작물의 주산지를 중심으로 기계화·단지화를 추진해 생산기반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계화율이 낮아 접근이 어려운 밭작물에 대한 기계화율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고 논과 밭으로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농지 범용화사업 등을 추진해 생산기반을 정비해 나가겠다는 것. 

또 소비 확대 차원에서 국가·지역단위 푸드플랜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군과 학교  및 공공기관 등의 급식과 연계한 대량 수요처를 개발해 수요 확대도 촉진할 계획이다.

농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지면적은 국민 1인당을 따져 볼 때 많은 것이 아니다”라면서 “그리고 2011~2012년 경험했던 것처럼 또 다시 전 세계적으로 에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면 우리가 필요하다고 해서 농산물을 마음대로 수입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렇기 때문에 농업의 가치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식량안보라고 하는 것”이라면서 “지난 10년간 여의도 면적의 160배가 넘는 경지가 사라졌는데, 경지는 한번 훼손되면 복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장의 경제적 논리도 중요하겠지만 식량과 관련된 식량안보 문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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