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GMO(유전자변형식품)표시 개선을 위한 사회적 협의체’ 구성이 늦어지고 있다. 지난 5월 청와대는 21만6886명이 참여한 GMO완전표시제 촉구 국민청원과 관련,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해 개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GMO표시 개선에 대한 논의는커녕, 협의체 구성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사회적 협의체 구성은 지난 8월부터 (사)한국갈등해결센터에서 추진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한국갈등해결센터에 ‘유전자변형식품 표시개선 사회적 협의체 구축·운영’에 관한 용역을 맡긴 것이다. 연구용역 기간은 6개월. 늦어도 내년 1월까지는 GMO표시 개선에 대한 나름의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사회적 협의체 구성이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소비자시민단체 관계자는 “답답하다. 아직까지 공식적인 협의체 참여 요청을 받지 못했다. 가급적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다보니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건 알지만 너무 늦어지고 있다”면서 “연구용역 기간이 1월까지로 알고 있는데, GMO표시 개선과 관련된 논의를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나몰라 식’의 태도로 방관하고 있는 식약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사회적 협의체가 객관적이고, 독립적으로 구성 및 운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결과적으로 GMO표시 개선과 관련된 책임을 민간에 떠넘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또 다른 소비자시민단체 관계자는 “식약처가 사회적 협의체를 좌지우지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몰라 식으로 빠져 있는 것도 문제”라며 “사회적 협의체 구성에 차질을 빚는 상황에 대해선 당연히 함께 고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그동안 식약처는 GMO와 관련 비상식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2013년부터 식약처가 운영한 ‘GMO표시제 검토 협의체’는 GMO완전표시제를 반대하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됐고, 회의 내용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담당부서 및 실무자의 잦은 교체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당연히 GMO표시제 개선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했고, 이 협의체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지난 5월 해산됐다.

지금이라도 식약처는 GMO표시와 관련된 주무부처로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청와대가 약속한 GMO표시 개선과 관련된 사회적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식약처는 그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기노 식품팀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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